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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冊)

채근담

by Khori(高麗) 2021.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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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근담, 담백한 책이다. 높낮이가 없이 차분하고 잔잔하다. 이 책을 다시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이유는 작년 SNS에 올라온 친구 녀석의 사진과 글 때문이다. 서울에 놀러 온 녀석에게 준 책이었다. 세월이 지나 아직도 잘 읽고 있다는 글을 보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채근담을 다 읽지는 못했다.

 

 "삶이 무거울 때 채근담을 읽는다"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각 장을 시작하는 캘리그라피는 투박하지만 힘이 있다. 책은 여전히 담박하다.

 

 책을 읽으며 홍응명이란 사람을 상상해 본다. 내 생각에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한 분야에 꽂힌 사람들일 수도 있고, 인생의 상처와 한을 가슴속에 품고 살아내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있다. 평범하기보단 미친 사람들에 가깝다. 평범함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것을 통해서 다시 평범함으로 안정되게 돌아올 수 있는 사람들이 대단한 철학자라는 생각을 한다. 그 과정을 못 넘으면 주화입마로 정말 미쳐돌아가는 경향이 생기는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닐까 그런 상상도 한다. 감당할 수 있는지는 사전에 판단해야지 일단 눈과 머리에 무엇이 들어오면 사람은 그것을 제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은 철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을 수록 참 담박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아하!' 이런 느낌 없다. 그러나 매일 숨쉬는 공기, 매일 먹는 밥처럼 친숙하고, 오래 곁에 두어도 지겹지 않은 그런 맛과 느낌이다. 당연한 말을 당연하고 간결하게 정리하는 글을 보면 참 쉽다. 우리가 쉽게 느끼는 것을 쉽게 만들기까지의 성찰과 마음 공부의 과정이 쉽울리 없다. 그래서 홍응명이란 사람의 마음은 많은 상처과 굴곡을 지나치지 않았을까한다. 대신 그런 상처와 굴곡을 딛고 인간에게 필요한 말을 끌어낸다는 그 정신은 정말 인간이 품어내는 높은 경지가 아닐 수 없다. 그 글을 풀어내는 교사의 글도 인생의 경험만큼 차분하다. 

 

 요즘같이 창살없는 감옥과 같은 세상을 살아내는 시대가 달갑지 않다. 각자의 삶에 다가온 현재의 상황이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럴때마다 억울한 마음도 생기고, 불편한 마음도 생긴다. 중간중간 즐거운 일과 친한 사람들과의 담소도 공존한다. 세상은 원래 들쭉날쭉한다. 그 세상을 바라볼 때의 내 마음이 세상의 모습을 결정한다.

 

 세상은 계절처럼 순환하지만 항상 같은 모습이 아니다. 그렇지만 흐름은 존재한다. 때에 맞춰 해야할 일이 있고, 사람이라면 사람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도 있다. 해야할 일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엄청나게 많은 것이 아니다. 그것을 알아각 위해서, 그것을 내가 처한 상황에서 잘 판단하고, 좋은 것을 삶을 축적하기 위해서 채근담과 같은 마음공부는 중요하다. 그것을 매일매일 잘 쌓지 못하는 실력을 근심할 뿐이다. 그러나 책의 말처럼 쉴때는 쉬어야 한다. 그래야 또 내일은 쌓을 수 있으니까. 삶이 무게를 느끼는 부담보다 삶을 즐기는 것이 꼭 즐거움을 위한 것은 아니다. 무게를 들어올리고 가벼워졌을 때의 느낌이 훨씬 큰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도 욕심인가..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는 책이다. 느린 호흡속에 훨씬 명쾌한 삶의 지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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