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말도 안되는 소리같지만 어려서 토요일을 반공일이라고 했다. 반은 일하고 반은 노니까. 8시간씩 5일 일하고, 토요일 3시간 나와서 일하면 43시간에다가 점심시간 5시간이면 48시간을 회사에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토요일이 짜증이 나는 것은 오자마자 얼마 안되서 다시 돌아가는 일이다. 그러다 주 5일이 되었다.
내가 하던 일은 해외영업이었다. 남들이 보면 비행기타고 부러운 일이지만 이 직종이 근로기준법과는 전혀 상관없는 인텔리전트 3D직종이다. 외국어해야지, 짐도 날라야지, 계야해야지, 천차만별 사람대응하며 팔아야지.. 청춘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나이부터 지금까지 했으니 20년도 넘었다. 그땐 재미도 있었지만 사람이 한 곳에 시간을 집중하면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있다.
아마도 2002년부터 2009년까지 하루 일과표에 가깝다. 가끔 출장가는 날을 제외하면 대부분.. 비행기타는 것이 부러운 일이 아니라 난 근무중일 뿐이다. 잠을 자는 것도 현장 도착해서 일하기 위해서 몸을 만드는 것과 다름이 없다. 잠깐잠깐 좋은 일도 있지만..
9시에 눈을 비비며 출근하면 7시부터 호주 고객의 메일이 와 있다. 그쪽 일을 처리하고 오후 3-4시정도 되면 고객들이 퇴근하고, 그 시간을 전후해서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중동 고객들이 연락이 간간이 온다. 그래도 많지는 않았는데.. 4시 이후부터는 유럽 고객들이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미국은 가격에 예민하고 문제가 생기면 난리지만 유럽은 처음부터 꼼꼼하다. 이들이 퇴근할 때가되면 12시 정도 된다. 한 시간 시차가 있는 영국까지 고민하면 환장할 노릇이다. 그리고 미국과 멕시코 고객은 밤새 나한테 메일을 보내고, 아침 일찍 그들이 퇴근하기 전에 전화를 한다. 내가 기절해 있어도 자기들 할 말은 계속 한다는 말이다. 당시 2800시간을 일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유럽에서 일 만이 한다는 폴란드도 우리하고 비교가 되지 않았다. 52주*69시간..이렇게 계산하지 않는다. 365일에서 주말 52*2, 법정 공휴일과 법정 휴가를 제외하면 대략 200-220일을 일하는 셈이다. 30주를 일하는 셈이고 4~44주*69시간 일한다는 소리다. 그러면 연간 2760~3036시간을 일 해보자는 소리로 들린다. 20년 전에 내가 일하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말이다.
부모가 되서 내가 하던 개고생을 자식에게 시키겠다는 사람은 없다. 사실 정신나간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내가 해봤으니까? 해본적도 없는 것들이 남의 인생이라고 헛소리를 하는 것이다.
1) 이렇게 일하면서 친한 친구들 얼굴 본 적이 없다. 사회적 관계가 크게 망가진다. 일만하고 사나?
2) 가정생활이 쑥대밭이 된다. 결혼을 했다면 소박맞기 딱 쉽다. 해외 장기파견(5년)을 보내도 2년에 한 번정도는 부부간의 만남을 위한 비용을 대기업들이 지불한다. 왜냐고? 이혼사유가 되고, 원인 제공자인 회사에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기파견을 보내면 가족들 같이 가라고 한다. 결혼하고 하숙생처럼 잠만자고 나가면 누가 좋아하냐? 출산율이 떨어진다고.. 그나마 나야 그 전에 결혼했길 망정이지 지금 다시 한다면 혼자 나이들고 묘자리도 혼자 보러다니기 딱 쉽상이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이 태어나고 주말에 나들이를 열심히 다니긴 했지만 몸이 피곤하다. 쉬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가족들도 근심이 늘어난다. 누가 애를 키우나? 웃기는 소리다. 연금줄고 어르신들도 일을 해야하는 환경이라면 애는 소중하지만 그 주어진 환경이 청춘들에겐 죄책감까지 안겨주기 쉽다.
3) 우리나라가 야근하면 1.5배, 심야근무를 하면 2배인 근로 기준을 잘 지키나? 사실 법은 평판관리를 위해서도 대기업이 더 잘 지킨다. 법은 중소기업 개인기업들이 더 안지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매번 열정근무도 아니고, 매번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적정하게 일해야 꾸준히 성과를 낼 수 있다. 대기업에 근무할 때 5:30분에 집에서 나와서 돌아오면 새벽 1~2시일 때가 있었다. 이렇게 근무하면 월급보다 수당이 훨씬 많이 나오지만 우리 아이가 "텔레비젼 나오는 회사 다니니까 좋은데, 얼굴을 볼 수가 없다"라고 말해서 그만 뒀다. 삶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런가 하면 대기업이지만 과도한 야근, 특근수당이 지급되면 전체 비용 관리를 위해 부서장들에게 지시사항이 하달된다. 어떤 부서는 자진 반납도 하고, 어떤 부서는 부서장이 결제를 안 해주고 지랄 난리가 난다. 근로기준법대로 적정하게 하면 좋은데 그걸 피하려고 난리다. 그런데 근무시간을 왕창 늘리면 더욱 난리가 난다. 쓰러지는 사람, 산재처리, 시간만 떼우고 비용이 늘어나는 비효율, 열심히 하다 번아웃되어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핵심인력등.. 일시적이라면 모르지만 결과가 20년 전 방식으로 좋아진다고? 웃기고 있다.
4) 조직문화는 엄혹해진다. 사람이 쉬질 못하면 예민해지고, 예민해지면 또라이가 나오기 쉽상이다. 프로세스의 논리와 합리성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인간은 문화적으로 기분이 나쁘면 아무것도 안한다.
5) 이렇게 일을 열심히 하면 그 분야에 실력이 늘고 전문성도 생긴다. 다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누적된 경험이 지식이 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대신 이것을 얻는 대신 확실하게 골병든다는 것이 문제다. 혹시라도 아프거나 하면 병원비 약값이 더 든다. 일시적 무리를 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여기가 어려서 듣던 북한 아오지 탄광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무리를 하면 결국 삶은 단축할 뿐이다. 이런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인가? 개가 웃을 일이다.
6) 세상의 변화는 기술의 발전으로 편리해지고 고도화된다. 이것을 만들기 위해서 더 높은 수준의 사람을 필요로하는 것도 사실이다. 세상에 사람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부족한 것이다. 문제는 물리적인 시간을 늘려서 성과가 증가하는 일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왜냐하면 그런 일은 지금 중국이 잘하고 있고, 앞으로 인도나 다른 나라가 잘 하는 환경이 되고 있다. 불가피하게 존재해야만 하는 택배, 배달같은 물리적인 일이 있기는 하지만.. 서비스(사람에 대한 서비스)와 머리를 쓰는 고도화된 일의 비중이 늘어난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공부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도 많지만 인간성을 상실하면 생존하는 것이 좋은 일인가? 달리 교육 백년지계인가? 정치란 국민에, 국민의, 국민을 위한 것인데 게티스버그의 명연설과 달리 개나줘버리면 잘 될리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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