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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천천히 자세히 보면 별이 보인다 - 일본 출장, 지진도 났더라고 어이쿠

by Khori(高麗) 2025.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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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은 정신없이 지나가는 중이다. CES에 다녀왔다, 일본 전시회를 다녀왔더니  명절이  앞이다.  쓰고 돌아다니기만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한심함과 이렇게 시장을 찾아다니는 시간이 미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이런 여정 중간중간 반가이 맞아주는 사람들이 한없이 고마운 일이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커피   마시고, 호텔로 지하철 타고 이동해서 짐만 맡기고 바로 업체 방문을 나섰다. 이렇게 만나 사업부와는 인연이  닿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서울 사무소에서 인사를 나눈 그룹사의 다른 사업부가 우리와 거래를 하고 있다. 사람   수가 없다. 

 

 올 때마다 과자를 사다 주셔서 우리도 무엇을 조금 사 갖고 갔다. 역시나 본인들 궁금한 질문만 한다. 나도 아는 부분에서, 제공할  있는 범위에서는  답변을  주었다. 그래도 사업적으로 연결이 될지는  모르겠다. 회의실 입구 액자를 보다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옛날 성냥이라고 한다. 어떤 의미로 만든 지는 모르겠지만 모양과 색을 보면 세월의 흔적이 있어 보인다.  회사도 성냥에 불을  붙이듯 번창하길 바란다.  보다 자리에 앉자마자 괜찮냐고 물어보는 말을 들으니 고맙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냥 살아가는 사람들의 배려와 관심은 차이가 없다. 여기에 양념인지 고춧가루인지를 치기 시작하면서 난리가  뿐이다. 미국, 인도, 일본, 중국 등등 만나는 외국인들이   마디씩 해대니  뭐라 말하기도 어렵다. 

 

 매일 호텔, 사무실, 지하철, 전시장, 공항만 다니다 보니 방문한 나라를 천천히 걸어볼 일이 적다. 일본은  때마다 그렇다. 일정을   덕이지만, 6년 만에 다시 같이 오게  것도 인연이고, 방향감각이 없는 녀석이지만 예전에 투덜댄다고 길에다가 버린다고  기억이 매번 경각심을 깨우쳐준다. 구글이  찾아주니 다행이지만 큰일이지. 

 

 화려한 시부야 거리를 보면 서울 도심과 비슷하다. 기온이  따뜻하니  날씨에 반팔 아저씨도 있다. 오래 알고 지내는 일본 지사장을 보기로 했다.

 

 한중일 3국의 좋은 점이라면, 첫째는 어느 식당을 가도 유럽처럼  받지 않고 마실 것을 준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젠 보리차는 뜸해졌는데, 일본과 중국은 차를 주는 집도 적지 않다. 다른  가지는 간판의 멋이다. 붓을 쓰는 나라들 답게 간판들의 미적 감각은 서구가 따라오지 못할 수준이다. LOFT처럼 기계적인 움직임의 신기함과는 또 다르다.

 

 일교차가 큰 게 각양 가색의 살마들이 보여서 봤더니 뭔가 촬영을 하나보다. 광고 같은데 디렉터가 뭔가 잔소리를 해서   찍어봤다. 패션? 가방? 여행? 뭘까?

 

 지사장을 만나서 고기를 구워 먹기 시작했다. 영화에 나오는 1인용 화로가 아니라 넉넉하다. 3명이서 배가 부르도록 떠들고 먹고 이야기를 해도 10만 원 정도다. 일본의 경제 경제, 월급을 올려도 인플레이션을 만들기 어렵고, 나라님이 현금서비스를 돌리는 나라. 저렴한 가격이 가게의 소득이라고 보면 장기간의 정체에 익숙해져 가는 일본도  거시기 하다. 그럼에도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서로서로 미래에 대한 무언가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니 의미가  얹어지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호텔 체크인도 해야 하고 집으로 길을 나섰다. 하얀 사자와 아톰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난다. 처음 일본에 왔을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만화를 열심히 봐서 신기했는데, 책 보는 사람을 이번엔 본 적이 없고 다들 조그만 전화기에 레이저를 뿜는 사람들이 많다. 묻지 마 살인사건으로 지하철에서 공개수배 모습도 보이고. 어디 조용한 나라가 읎다.

 

 내일부터는 저기에 가야겠지? 마치 신사를 현대화한 듯한 모습. 지구 질량의 32%가 철로 추정되고, 철강 강국들의 변천사가 마치 흥망성쇠의 흐름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포스코도 좀 더 힘을 내보길!

 

 어린이 입맛답게 하루 종일 걸을 것을 대비해서 아침은  먹기로 했다. 맨밥에 일본식 버터와 우유가 들어간 스크램블(이거   도전해봐야 할 텐데)에 보통은 간장을 뿌려서 김에 싸 먹는다. 아침부터 돈가스가 나와서   더해서 밥을  그릇이나 먹었다. 10대도 아니고 소도 아닌데 저녁에 그렇게 먹고  잘 먹는다.

 

 오랜만에 와서 보니 일본 도시 전체가 마치 깨끗하게 단장된 느낌이 들었다. 일부 크레인이 보인다는 것은 공사를 한다는 말이니 좋은 징조기도 하다. 그런데  거대한 빅사이트 조형물은 조금 꾀죄죄해 보인다. 원래 보려고 했던 전시회 외에도 추가 전시회도   있어 좋은 기회가  것 같다.

 

 전시장엔 스마트 팩토리, 로보틱스, 자동화, 그린 팩토리 등 다양한 산업이 죄다 모여있다. 나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제안도 해보고, 구경도 하게 된다. 우리 엉아가 매일 그지영업이라고 도움은 안 주고 잔소리만 하지만 어쩌겠나? 우리 지금 만나라고 제안한다고 항상 볼 수가 없으니, 그럴  있을 때 까진 '딱 기다려, 간다'라고  수밖에.  거래를 해보고 싶은 업체와도 이야기를 하고, 우연히 만나서 서로 협력을 하자고 이야기도 되고, 뜬금없이 만난 오타쿠 사장을 보며 신기하다는 생각도 하고, 오랜만에 아는 업체들을 다시 보는 재미도 있다. 이런 현대화된 자동화와 AI기술 각축장에 인력거인지 말이 끄는 수레인지 모를 것이 나와있다. 정교하기가 그지없다.

 

 자동차는 조금 거시기하지만 레고로 만든 차를 보니 기분이 좋다. 이젠 눈, 허리, 손꾸락이 아파서 하기도 어렵다. 전시장을 걷다 보면 인간도 딥러닝을 하는지 14000보를 넘어서면 슬슬 피곤과 짜증이 생기기 시작한다. 아주 정확하게...

 

 전시장 동관을 볼만큼 보고 오늘도 거래처 일본 지사장으로 복귀한  거래서 대표를 만나기로 했다. 그렇게 신주쿠 근처에 가게 된다. 

 

 지나가다 보니 히비키가 있다. 21년은 특별한 에디션이다. 히비키 하모니가 세일할 땐 70불 정도였는데 이젠 단종이라  수도 없다. 일본 주세가 낮다니 저렴하긴 하다. 옆에서 여기 야마자기 12년이 있다고 시끄럽다. 그럼 지르던가! ㅎㅎ

 

 궁금해서 가게 안에 들어갔다. 싱글톤이  정도면 면세점에서도 70불 정도는 한다. 그리고 그냥 마시기 좋은 맥켈란 12년이 8,500엔이다. 글렌피딕 15년도 얼마 안 한다. 역시 들어가는 게 아니었다. 술은 옛날에 많이 마셨고, 요즘은 거의 마시지도 않는데... '그렇지 별봉이 휴가 나오면 같이 마셔야지'라고 자기 최면을 걸며 덜컥 맥켈란을 샀다. 달리 제정신이 아닌 게 아니지. ㅎㅎ

 

 지사장님을 만나서 서로 옛날이야기도 하고 명절 지나서 한국 본사 CTO를 소개받기로 했다. 지금도  하나 진행 중인데 진도가 답답하기 그지없다. 서로 협력할  있는 부분을 서로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서 이번 출장 밥값은  듯하다. 

 

 다시 한국 이야기를 하며 걱정도 하다 물가 이야기가 나왔다. "지사장님 물이 비싸요? 휘발유가 비싸요?"라고 물었더니 당연히 기름이 비싸지 않냐고 하신다. 베가스에서 어떤 스마트  놈이 만든 Smart Warter가 7.9달러(700ml 수준), 한국 편의점에서 500ml 물이 800-1200원, 일본 편의점이나 자판기에서 500ml 물이 150-160엔이다. 1리터 휘발유랑 비교하면 물이 전혀 싸지 않다. 물론 대량으로 구매하면 물이 저렴하긴 하다. 그러나 일상에서 사람들이 자주 사는 물은 500ml 수준이다. 이거  개사면 물이 휘발유보다 훨씬 비싸다. 나쁜 놈들. 이게 정상인가? 

 

 12월부터 중국, 미국, 일본, 한국을 살펴보면 미국은 활발한 척하지만 거품이 많이 낀듯한 인플레이션, 중국은 그럭저럭 굴러가는 분위기에  위험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일본은 바닥인 듯해 보이지만 올라갈 저력이 남았는지  수가 없다.  와중에 한국은 개판 난리를 치고, 슬슬 올라간 환율이 실생활에 조금씩 체감교육을 시작 중이다.

 

 즐겁게 헤어져 다시  기약을 하고 돌아가는 길에 건물에 조금씩 다른 불빛이 들뜨게 한다. 계단을 내려가니 깜깜하고 올려다본 하늘에 별이  있다. 하긴 오늘도 별일 없이  잤다. 지진이 났었다고 하던데.

 

 계획에 없었지만 로봇전시회도 온 김에 들어보기로 했다.  부스에 사람들이 모여서 활발하다. 비슷한 국내전시회보다 훨씬 활기차다. 아쉬운 점이라면 저가형 제품들은 역시 여기도 중국산이거나 중국에서 생산하거나, 중국산 부품을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최근 전시회를 보면 일본이 고령화라는데 일본보다 한국 업체들의 평균 연령이 낮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기업들은 아직 새파랗다. 인도애들도 까무잡잡하지만 젊다. 유럽, 미국 전시회에서 어림짐작으로 봐도 미국, 유럽 모두 중장년이다. 인구론이 어쩌고 그런 의미가 아니다. 미래는 젊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고 현재가 미래를 구축한다고 생각하면 세상이 승천하는 방향 같지 않다는 느낌일 뿐이다. 

 

 전시회를 2일 동안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일부 소득도 있고, 일부 무지함을 깨달으며 세상을 조금  알게 된다. 일을 마치고 밥 먹으며 맥주도   했다. 저녁에 조선 통신사처럼 일본에 와서 1년째 장기 체류를 하며 고생하는 후배 사장을 만나기도 했다. 

 

 올  몽키숄더를  병 샀다. 고생하는  아빠들 힘내라고. 그리고 하루에  잔이상 먹지 말고, 3-4잔쯤은 남겨서 한국 와서 같이  잔 하자고 하려고 샀다.

 

 Softbank가 있던 스미토모 빌딩 지하에서 만나기로 했다. 멋진 삼각광장이 있다. 처음엔 카페인  알았다. 마침 머리를 쥐어짜는 남자, 무엇인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처자, 전화기를 보면 뭔가 하고 있는 어르신등 다양하다. 

 
 

 이런 와중에 멋진 피아노 음악의 선율이 흐른다. 건물 안의  광장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이 아주 기가 막히다. 보아하니 신청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며 자기 연주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 비전문가를 떠나  사람들은 무대에서 연주하는 게 꿈이었을까? 얼마나 연주를 하고 싶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후배를 만나서 이런 비슷한 말을 했다. 남들이 고생한다고 해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한 사람들이고,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어쩌면 부림을 당하는 것일지도 모르고, 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일이 없는 사람들이 고통받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그 이후론 기억이 없다. 후배들 만나고,  회사 사람들이 와서 판이 커지고, 정말 보여주기 힘든 기절을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호텔인걸 보니 하나는 다행이고, 하나는 누군가 고생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일 없어나 벼.. 기분이 한결 상쾌한데 집에 오느라 정말 욕봤다. 그렇게 설날을 준비 중이다. 명절이 지나면  누군가를 세상을 살아가는 인연으로 누군가는  일을 함께 해나가기 위해서 만나봐야  것 같다.

 

#출장 #일본 #비행기_이제_그만 #명절 #천상잡부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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