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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_인문_사회_정치 (冊)

'한류'의 성공속엔 희노애락의 역사가 있다

by Khori(高麗) 2020.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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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 꽤 두툼하다. 그런데 쉽게 읽힌다. 쉽게 읽히는 이유라면 친숙한 대중문화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이다. 나도 이 역사의 한 조각을 즐기고, 동참하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마치 처음 본 것인데 내가 좀 아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또 다른 한가지는 대중문화처럼 너무 고급지고 고상한 언어보단 대중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언어로 기술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서문에 "향락에서는 절망이 느껴진다"는 표현이 마음에 와닿는다. 책을 읽는 내내 이 구절이 남는다. 한류가 성공한 배경으로 한(恨)과 흥(興)을 한 가지 원인으로 규정했다. 한(恨)을 다른 말로 잘 번역할 수 있을까? 분노와는 다른 느낌이다.  오랜기간 억울린 마음, 응어리짐. 마음속에 침전되어 사라지지 않는 기억은 삶을 따라다닌다. 이런 폭발을 해소하기에 흥(興)은 놀이, 유행, 음악, 방송등 억압의 그물이 얇은 곳을 뚫고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해방후를 기점으로 현재까지의 음악, 영화, 사회적 대중들의 현상을 시대별로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다. 80년대의 AFKN 이야기를 읽다보면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에 보던 WWF, MTV Music Video가 생각났다. 이런 매체의 접촉이 그대로 수용된 점도 있고, 천천히 한국인들의 삶에 영향을 주었다. 어떤 면에서는 이종문화의 자연스러운 교류가 열릴 틈이 생긴것이다. 일본문화도 형식적으로 차단되었지만 암암리에 통용되고 표절되어 사용된 것도 옳고 그름을 떠나 이종문화의 교류라고도 볼 수 있다. MTV Music video와 현재 Video streaming technology를 이용한  Youtube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나 사극을 보면 풍류라는 말이 나온다. 최치원이 우리나라의 현묘한 도를 풍류라 했는데 모든 것에는 흐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해방후 전쟁, 가난의 탈출, 억압, 경쟁속에서 살아온 세대가 어떤 흐름을 만들었는지는 여러분야에 남아있다. 일상의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 중 하나가 대중문화가 아닐까? 그런점에서 향략에서 절망의 향이 난다는 말은 여러모로 일맥상통한다.

 

 그런 시대와 문화를 만들어 오신 분들이 물러나고 있다. IT, Smartphone, network, 휘발성지식, 창의성, 다양한 놀이문화를 만들고 있는 요즘의 세대는 당연히 다르다. 만약 흘러가는 세대가 다가오는 젊은 세대에서 커피가게에서 팔지도 않는 "나떼"를 요구한다면 다시 본인들이 탈출구를 찾기위해 발버둥치던 문화가 또 나타나지 않을까?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빠른 고도성장을 경험하고 어떤 분야에서도 동일한 효과를 기대하는 세대. 수출만이 살길이다와 같은 표어속에서 살아온 세뇌가 문화적으로 해외진출에 대한 열망과는 연결되지 않을까? 

 

 책을 읽으며 내가 살아오며 경험했던 기억과 이어지는 다양한 이야기가 재미있다. 그리고 세상은 여전히 조용할 날이 없지만 우리의 문화에 다양한 문화가 접목되어 우열한 문화가 발전하는 흐름이 계속되었으면 한다. 그것이 21세기의 풍류가 넘치는 곳이 될만한 이유가 아닐까? 그래도 장점으로 찍은 군대식 스파르타 방식은 좀 꺼져줬으면 한다. 열정과 자발성이 넘치면 말려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뭔가에 제대로 미쳐야 제대로 된게 나온다. 흐름은 강한 곳에서 약한 곳으로, 진한 곳에서 옅은 쪽으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움직인다. 개나 소나 하는 걸 따라하지 않는다. 뭔가 매력적이고, 마음을 움직이고, 즐거움을 주는 진한 향을 품은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향락이 절망의 냄새를 품었던 시절을 버리고, 즐거움이 절망을 품는 시절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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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역사
국내도서
저자 : 강준만
출판 : 인물과사상사 2020.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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