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패키지 출장을 가면 마지막 날엔 관광코스가 있다. 공항가기전 남는 시간을 활용하는 것인데, 이번엔 Leeds Castle를 방문했다. Leeds United라는 축구팀외에 모르는데 입구로 가는 곳의 엠블렘이 멋지다.
가이드를 해주시는 분이 자신은 이곳을 들르고나서 영국에 자리를 잡기로 하셨다고 한다. 나는 오래던 배낭여행시절 우리가 동경하던 유럽의 모습은 갈수록 보기 힘들다고 이야기 했다. 가이드 아저씨와 서구화와 현대화가 가속될 수록 인간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또 사람을 멀리한다는데 동감했다. 이곳을 천천히 걸으며 유치원 아이들의 모습, 노부부의 모습과 자연에서 마음 편히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폰으로 마구 찍는 사진이지만, 파란 하늘과 배경이 참 좋다. SNS에서 멀리 미국에 있는 친구가 댓글을 달았다. "출장을 간다더니 무슨 여행을 다는 것 같다"고 부러워한다. 그렇게 보일수도 있고, 그렇게 보이게 올리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종사하고 치열하게 일하는 분야를 굳이 남들에게 미주알고주알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본 즐거운 것들을 누군가에게 전해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매표소를 지나면 작은 숲길을 걸어 성으로 간다. 노부부의 빠른 걸음에 길을 비켜드렸다. 멋지게 빼입고 걷는 모습이 참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숲길을 지나면 작은 호수가 있고, 백조와 오리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공간이 있다.
13세기부터 설립, 유지 보수를 했으니, 중세성의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상상하는 멋진 모습은 아니지만 좁은 입구와 다리, 해자를 보면 고풍스러운 모습과 이 성을 지키려는 모습을 함께 생각해 보게 된다.
성이라는 것 자체에도 호기심과 멋스러움의 정취가 있지만 천천히 걷다보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성을 쌓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산도 없고, 이런 돌들은 어디서부터 갖고 왔을까? 스코틀랜드일까? 한땀한땀 자연석을 쌓아 올리고 튀어나온 부분은 사람이 오르지못하게 다시 마루히 했을 것인다. 왕과 귀족이 사는 성을 하나 만들자면 엄청난 재산과 인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성의 내부로 들어가면 더 다양한 왕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는 동양문화만큼 사치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교회가 성안에 있다는 점과 왕과 왕비의 방이 나뉘어 있다는 것들이 신기하다. 세미나 룸등을 통해서 왕이 집전하는 회의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유물로 바라보는 사물들이 그 시대에는 이 곳에 살던 사람들이 사용하던 것들이다. 그런 유물의 신선함보다는 창문넘어도 들어오는 자연이 참 좋다. 하지만 이곳에 오래 있어야 한다면 그것이 항상 기쁨일지는 또한 의문이다. 성이란 안전을 도모하지만, 스스로를 묶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부러운 곳은 서재다. 4면이 책으로 장식된 모습과 푸른빛과 초록빛이 함께 도는 쇼파, 양쪽에 비치된 조명이 참 멋있다. 중세시대에 저정도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면 엄청난 부의 소유자다. 부의 소유보다 인간의 지식을 소수가 축적하고 발전함으로 권력과 부를 유지한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근래에 지식경제나 지식기반사회를 말하는 것에 웃음이 난다. 세상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지식기반사회가 아니었던적이 없기 때문이다.
멋지게 날아가는 클라식 비행기를 연사로 찍었다. 그중에 괜 찮게 나온 사진이다. 이곳을 지나서 미로정원을 다녀왔는데, 고생을 너무했다. 관리 할아버지 아니었으면 못나올뻔 했다. 중앙에 도착한 아이들이 "This Way"를 외치는데 그들의 부모들도 헤메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담을 넘는 아이도 있고, 우리를 처량하게 바라보는 아이들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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