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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듣기 (音)122

드뷔시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드뷔시 드뷔시의 음악 중에 이 지면에서 이미 언급한 것으로는 가운데 ‘달빛’, 또 지난 달 게재했던 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드뷔시의 빼놓을 수 없는 걸작인 을 골랐습니다. 연대기적으로 보자면 1890년 작곡했던 과 1903년부터 3년간에 걸쳐 썼던 의 중간쯤에 위치합니다. 드뷔시는 을 1892년부터 3년 동안 작곡했습니다. 인상주의 음악의 문을 마침내 열어젖힌 걸작, 독일?오스트리아 음악과는 확연히 맛이 다른 프랑스 근대음악의 첫걸음으로 기억되는 관현악곡입니다. 음악으로 들어서기 전에 드뷔시의 성장 과정을 잠시 복기해 보겠습니다. 그는 1862년 8월 22일, 생 제르맹 앙레(Saint-Germain-en-Laye)라는 곳에서 태어났지요. 파리 중심부에서 서쪽으로 20km쯤 떨어져 있는 작은 도시입.. 2014. 12. 24.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 (Also sprach Zarathustra)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1864년에 독일 뮌헨에서 태어났습니다. 네 살 위의 구스타프 말러와 더불어 후기낭만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가로 자리매김돼 있지요. 한데 이 시기, 그러니까 슈트라우스와 말러 같은 이들이 활약했던 이른바 세기말과 20세기 초반은 문화사적으로도 큰 변동이 있었던 ‘전환의 시기’입니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으로 대중문화와 대중매체의 확산을 꼽을 수 있겠지요. 영화의 탄생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1895년 12월 23일, 뤼미에르 형제의 필름을 프랑스 파리의 한 카페에서 유료로 상영한 날을 기점으로 꼽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악을 대중적으로 복제하는 것을 가능케 했던 또 하나의 테크놀로지, 즉 음.. 2014. 12. 13.
말러의 염세적 세계관이 집약된 곡 [교향곡 6번 a단조 ‘비극적’(Tragische)]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 1933. 6. 26.-2014. 1. 20.) [출처: 위키피디아] 지난 20일에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가 타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지휘자 중의 한 명입니다. 저는 직업이 기자인지라 아바도가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부고 기사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타계를 애석해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아바도가 향년 81세로 타계했다는 기사를 20분 만에 썼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어떤 개인적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사실 저는 쉰 살이 훌쩍 넘었는지라 객관적으로 보자면 이른바 ‘나이든 한국 남자’ 축에 속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류의 세대적 특성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저는 감정의 샘이.. 2014. 2. 3.
‘피아노 소나타 11번’ 3악장,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고? 살다 보면 아끼던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이 가끔 생깁니다. 최근 제게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읽고 있는 이 글을 저는 항상 일요일에 쓰는데요, 후배들과 함께 사용하는 작은 집필실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그 집필실을 이전하면서 LP 음반들이 한 뭉텅이 없어지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아마 한 200장쯤 사라진 것 같습니다. 어찌 이런 일이! 저는 그 음반들의 실종 때문에 몇 시간 동안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은 그렇게 쓰린 속을 달래면서, 다행히 사라지지 않은 애장음반 중에서 하나를 꺼내듭니다. 안드라스 쉬프(51)가 연주한 모차르트 소나타 전집입니다. 데카(Decca)에서 1980년대 초반에 발매한 LP입니다. 자동차를 몰고 집필실로 나오.. 2014. 1. 18.
슬픔은 정신을 강하게 한다 -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a단조 D.821] 2013년의 마지막 칼럼입니다. 며칠 새 멈추지 않는 혹한에 몸도 마음도 자꾸 얼어붙습니다. 따뜻하고 풍요로운 세밑을 바라는 마음이야 다들 똑같겠지만 세상은 우리의 바람과 달리 온통 뒤숭숭합니다. 오늘은 칼럼을 쓰기 전에 한 줌의 모닥불과도 같은 음악을 내내 궁리했습니다. 슈베르트의 얼굴이 어른거렸고, 그가 1824년에 작곡한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a단조 D.821’이 떠올랐습니다. 연주시간 약 20분의 비교적 짧은 곡입니다. 슈베르트의 ‘중요한 작품’으로 거론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유려한 선율미로 인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곡이지요. 세밑의 따뜻한 음악선물로 당신에게 띄워 보내고 싶습니다.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1797~1828), [출처: 위키피디아] 슈베르트의 음악적.. 2014. 1. 8.
차이코프스키의 비관적 인생론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다 [교향곡 6번 b단조 op.74 ‘비창’(Pathetique)] 오늘은 지난 주에 이어 차이코프스키의 를 듣겠습니다. 아시다시피 ‘비창’(Pathetique)이라는 표제가 붙어 있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번호가 붙은 교향곡 중에서 표제를 지닌 것은 1번과 6번입니다. 에는 ‘겨울날의 환상’(Winter Daydreams)라는 표제가 붙어 있지요. ‘겨울날의 몽상’이라고도 번역합니다. 6번에 붙어 있는 ‘비창’은 이 곡의 초연(1893년) 직후, 차이코프스키의 동생 모데스트가 지은 이름입니다. 모데스트는 차이코프스키의 매니저와도 같은 역할을 했지요. 우유부단하고 내향적이었던 차이코프스키는 동생 모데스트에게 적잖이 의지를 했던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형과 동생이 거꾸로 된 것이지요. 초연(1893년) 직후에 차이코프스키가 모데스트에게 표제를 붙이고 싶다는 의향을 말하자,.. 2013. 12. 30.
내 음악은 러시아의 노래에서 나왔다 -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e단조 Op. 64] 오늘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을 들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을 딱 한 곡 들었습니다. 의 초반부였던 지난해 11월 1일자에서였습니다. 교향곡 4번이었지요. 아시다시피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들, 특히 후반의 3곡(4ㆍ5ㆍ6번)은 한국인들에게 매우 사랑받는 레퍼토리입니다. 그럼에도 1년이 넘도록 그의 교향곡을 미뤄뒀던 까닭은 겨울을 기다렸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추운 나라 러시아에서도 가장 추운 지역으로 손꼽히는 북쪽 지역, 한때 죄수들의 유형지로도 유명했던 보트킨스트에서 태어난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는 추운 겨울에 들어야 제 맛이 나는 특유의 우울감이 있습니다. 특히 교향곡이 그렇습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러시아의 음악적 중심은 오래도록 교회음악이었습니다. 로마의 비잔틴 교회에 반발했.. 2013. 12. 23.
베토벤 생애 최후의 작품 [현악 4중주 16번 F장조 op.135] 베토벤의 음악적 생애를 대표하는 장르는 9개의 교향곡, 또 ‘피아노의 신약성서’라고까지 일컬어지는 32개의 피아노 소나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울러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장르가 현악4중주입니다. 베토벤은 모두 16곡의 현악4중주를 남겼습니다. 그 16곡 외에 단일 악장으로 출판된 도 현악4중주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겠습니다. 한데 을 꾸준히 읽어온 분들은 아시겠지만, 베토벤의 교향곡과 소나타들 중에서 주요 곡들을 모두 언급했음에도 아직까지 현악4중주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연재를 시작하면서 “클래식 음악을 듣고자 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할 필수적인 걸작들을 소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해 9월 12일자에 게재된 ‘내 인생의 클래식 101, 첫발을 내딛습니다’라.. 2013. 12. 12.
교향곡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바꾸다 모차르트가 남긴 교향곡은 모두 41곡입니다. 동시대의 작곡가 하이든이 썼던 100곡 이상에 견주자면 적은 분량이지요. 하지만 모차르트는 자신보다 24세 연상이었던 하이든보다 훨씬 먼저 이 세상을 떠났으니, 35년간의 짧은 생애에 41곡의 교향곡을 썼다는 사실은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표라고 하겠습니다. 첫번째 교향곡은 고작 여덟 살이던 1764년에 작곡됐지요. 아버지 레오폴트에 이끌려 서유럽 곳곳을 여행하던 시기에, 사실 그것은 결코 안락한 여행이 아니라 혹독한 연주투어였지만, 어쨌든 그 시기에 런던에서 작곡됐습니다. 자필악보에 ‘볼프강 모차르트의 교향곡, 런던, 1764년’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물론 여덟 살이었던 모차르트가 그렇게 썼다기보다는 그의 아버지 레오폴트가 기입해 넣었을 것.. 2013. 12. 8.
‘피아니스트’ 베토벤의 마지막 연주 - 베토벤, 피아노 3중주 7번 B플랫장조 Op.97 ‘대공’(Archduke) 루드비히 반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출처: 위키피디아] 베토벤이 태어난 해는 1770년입니다. 그의 생년을 새삼스럽게 거론하는 이유는 당시 유럽의 사회적 변화를 다시금 반추해보기 위해서입니다. 베토벤이 태어난 직후의 가장 큰 사회적 사건은 아마도 농노제 폐지라고 해야겠습니다. 계몽군주로서 많은 개혁을 단행했던 황제 요제프 2세가 농노제를 폐지한 것은 1780년대의 일이었습니다. 이어서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났고, 나폴레옹 군대가 유럽 사회를 전운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자, 이렇게 당시의 큰 변화를 복기하는 이유는 귀족사회의 몰락을 설명하기 위해섭니다. 그렇습니다. 광활한 영지와 농노제도에 의해 유지됐던 귀족들의 사회경제적 기반은 급속히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전쟁까지 벌.. 2013. 11. 26.
국왕 마저 감동시킨 최고의 음악 - 헨델, 메시아(The Messiah) 헨델은 중풍을 맞았습니다. 그의 나이 52세가 되던 1737년 봄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음악적 정력가였던 헨델이 중풍을 맞게 된 이면에는 당시 런던 음악계의 복잡한 상황이 얽혀 있습니다. 제가 에서 몇 번인가 설명했듯이, 헨델이 생존했던 시절의 런던은 음악을 일종의 돈벌이로 간주하는, 말하자면 유럽에서 음악 산업이 가장 번성했던 도시였습니다. 그중에서도 귀족과 부르주아 청중에게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장르는 뭐니뭐니해도 오페라였습니다. 헨델의 음악적 생애에서 오페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이탈리아어로 된 오페라를, 런던에서 공연하려는 목적으로 작곡했던 최초의 음악가가 바로 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헨델(George Frideric Handel) [출처: 위키피디아].. 2013. 11. 20.
처음부터 끝까지 보기 드문 열정이 넘쳐흐른다 - [교향곡 4번 e단조 op.98] 브람스의 교향곡 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일 악장을 하나만 꼽자면 3번 교향곡의 3악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장 먼저 첼로가, 이어서 바이올린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목관과 호른이 연주하는 주제 선율이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습니다. 슬프면서도 감미로운 선율이지요.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음악으로도 많이 쓰이는 서정적인 악장입니다. 교향곡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아마도 4번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습니다. 바로 오늘 들을 곡입니다. 브람스가 50대 초반에 접어들었을 무렵, 그러니까 1884년에서 이듬해까지에 걸쳐 작곡한 음악입니다. 브람스는 52세에 이 곡을 완성하고 나서 12년 뒤인 1897년에 세상을 떠나지요. 교향곡으로는 4번이 마지막 곡입니다. 이후의 브람스는 교향곡은 물론이거.. 2013.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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