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출근길이 소란스럽다. 소란스러운 메시지, 소란스러운 메일이 왁자지껄하다. 건물 앞 의자에 앉아서 제조팀장과 담소를 나눴다. 3개월간 조직개편을 하고 아무도 모르게 실행한 예방주사 접종 결과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많은 조직장들이 나랑 일대일로 산수를 하느라 엄청 고생했다. 산수는 계산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어떻게 생각이 흘러가는지를 보기 위한 수단이다. 생각이 시간과 함께 흘러가는 합리적인 과정을 훈련하는 가장 간단한 수련법이고, 어떻게 계산하는지는 생각을 풍부하게 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훈련이 알게 모르게 세상에서 마주하는 일을 대하는 자세를 바꾼다. 그럼에도 이 못된 제조팀장은 기획조정실장의 제조라인 금족령을 풀어줄 생각이 없다. 내가 오면 머리 아픈 일이 생긴다나?? 퇴근 후에만 보자고 하던데.
품질관리팀과는 업체 불량률에 대해서 논의하는데 서로 기준이 달라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 업체는 업체대로, 품질관리팀은 내부 규정에 따라서 자기주장을 강조하고, 타인의 주장에서 흠을 찾으려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내 기준을 잘 이해하도록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로 일관한다. 그래서 품질관리팀이 예상하는 case를 수식으로 만들어서 업체에 불량률을 계산해 보시라고 대신 문의해줬다. 업체가 며칠 시간을 달라며 답이 늦어지고 있다. 오늘은 답이 오겠지라는 생각과 잘 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생기는 중이다.
다들 자신의 분야에서 조금씩 개선을 이끌어 자신의 삶을 풍부하게 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행복한 일이고, 그런 일이 모여 합의 결과가 더 나아진다면 모두가 행복한 일이다. 모두의 걱정이 조금씩 내려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화창한 날이다.
즐거운 담소와 감사를 말하고 사무실에 들어왔더니, 지사부터 난리다. 협력사에서 자기가 관리하는 고객을 직접 연락했다로 시작하며 블라블라 떠들어대기 시작한다. 영업이라면 자기의 사업 영역을 지키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자주국방은 군사적 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내 영토를 침범한 일을 좌시하면 안 된다. 물론 사태를 잘 판단해야 전몰의 피해는 면한다. 내용을 파악해보니 협력사가 고객에게 연락을 했는지, 고객이 협력사에 연락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고객사에 전화를 해서 확인하니 '오해다, 억울하다'라는 답변 중에 오고 간 회신을 전달받았다. 대표님도 성격도 급하시다. 지사 녀석은 자꾸 전화를 하자고 한다. 분명 자기 입장만 블라블라 떠들 것이 분명해서 "오해가 생길 땐 사람 말을 믿기 어려우니 문서를 보내라"라고 간략하게 답신을 했다. 원래 사람은 자신의 입장, 필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방향으로 멀리가 돌아가게 된다. 정확한 사실보다 내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위험을 회피하는 본능일지 모르겠다. 결국 오전 한 시간의 푸닥거리는 해프닝으로 정리됐다.
오늘은 지사애들이 참 소란하다. 해프닝 정리했더니, 다른 일이 또 생겼나 보다. 지나가는데 사업부 막둥이가 지사 아저씨가 자기를 너무 못살게 군다고 투덜거린다. 내용을 보아 하나 '자알한다~'라는 말이 나올라고 한다. 막둥이한테 아침부터 지랄 신공을 펴고 있는 지사 형아에게 개지랄 신공을 퍼붜 주었다. 막둥이한테 달래주라고 하고 올라와서 메일을 하나 따로 써줬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경험이 더 많고, 나이도 더 많은 사람이 젊은 친구들을 배려하지 않고 성질나는 대로 하면 애들은 frustrated 된다고 잔소리를 했다. 이 형아도 갱년기인가 짜증이 많이 나있다. 20년 가까이 일하며 서로의 성깔머리들을 잘 알고 있으니 화를 내도 내심 서로에 대한 걱정이 많다. 얼씨구! 고맙다는 메일이 왔다. 생각이 또 많아진다.
최근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 주식은 좋은지 몰라도 원자재를 수급하는 측면에서는 매일매일 새로운 욕이 나온다. 대만은 가뭄이라 반도체 공장이 잘 안 돌아가고, 일본은 최근 지진 여파도 아닌데 화재 사고가 많다. 사실 일본 슬슬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반도체가 불에 잘 타는 모르겠지만 수급도 안 좋은데 안 좋은 일이 너무 많다. 중국 제재까지 겹치고, 미래 사업 예측이 수요 시장이 영향을 주기 때문에 2분기까지는 악화일로다. 어떻게든 자재를 구해다가 쌓아두는 우리 대역죄인(?) 구매팀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요즘 구매, SCM 쪽은 요상한 세월 탓에 어느 회사나 불려 다니며 조리돌림을 당하는 시대가 도래한 듯하다. 3월 마감하면 구매팀 회식 날짜 잡으라고 메일을 써야겠다.
며칠 전에 막둥이가 급하게 찾았다고 메시지가 남아서 무슨 일인가 물어봤다. 깔끔하게 "올리브 치킨"이란 답이 왔다. 거두절미하고 치킨 사 달라는 깔끔한 요청인지 몇 초 후에 이해가 됐다. 사업팀장들이 조용하니 신제품이 나왔다. 이렇게 주말로 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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