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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天上雜夫] 후라이팬에 기름 두르면 네가 올라갈 시간? 뭐라고

by Khori(高麗) 2021.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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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안 살림도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데, 회사 살림을 보다 보면 재미있고 즐거운 결과도 있고, 황당무계한 일도 참 많다. 내게도 똘똘한 영의정, 우의정, 좌의정 같은 명재상이 참모로 도와주면 좋겠다. 제갈량 같은 사람이 도와주는 맛이 좋지, 그 밑에서 일하면 과로사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 완전 3D 직종인 대표이사. 나 홀로 꼭대기 이런 건 별로 하고 싶지 않다. 내가 하고 있는 수준 정도면 머리 굴리며 살기 충분하다. 즐겁게 사는 게 먼저다. 참 나이브하게 잘 살아간다. ㅎㅎ

 

 며칠 사업부 막둥이가 쫒았다니며 고객 놈이 자기를 음청 갈궈댄다고 나를 못살게 군다. 최근 부품 가격 인상, 수급 문제가 전자업종엔 심각하다. 반도체류를 사용하는 전 업종이 난리다. 업종 내 수소문을 해보니 어떤 회사는 구매팀장이 2달째 대표이사에게 매일 경을 치고 있고, 대기업도 대표이사가 매일 구매팀장을 불러서 잡드리를 하고 계시단다. 수급이 조금이라도 빨리 개선되길 바라는데 이러다가 판매 증진이 아니라 단가 인상으로 매출을 유지하는 계획이라도 세워야 할 판이다. 

 

 이런저런 서로의 정보를 파악해보면 "요즘 구매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대역죄인이네"라는 농담을 했더니 다들 심각한 얼굴에도 웃음을 띤다. 그들도 시황의 수요, 공급 변화가 만들어낸 불판에 올라간 것이 아니라 그들의 분야에 누가 불을 지폈으니 그것도 팔자라고 해야 하나. 내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구매팀 사람들이 와서 "에휴.. 내가 죽일 놈이지"라는 넋두리를 할까 걱정이다. 의욕 관리를 해줘야 할 때다. 이런 방식 대처가 참 곤란하다. 마주해 보면 안다. 나도 이걸 써먹고 싶은데 기회가 없네. 쩝. 

 

 하여튼 막둥이 때문에 고객에게 이차저차 해서 저차 저차 하니 양해를 구했더니 난리가 났다. 그래 불가항력 면책 사태에 '나님 고객은 잘 모르겠고, 너님 납품처는 한 번 죽어보란 소리'를 계속 해댄다. "I told you that my leg was broekn this morning but my loyal partner keeps telling me to run run run... What can I do?"라고 쏴 붙이면 블라블라를 했다. 막둥이 불러서 내가 좀 닦달해뒀으니 고갱님 잘 토닥토닥해주라고 했다. 한국 박스 공장도 불나서 난리인데, 전자부품 만드는 이놈의 공장은 왜 불나는 거야? 잘 타지도 않는 것들 같은데. ㅠㅠ 

 

 작년에 그러길래 한국에 수출 금지 외치며 설레발을 치더라니 가지가지다. 고베 대지진 때는 일본 기업 간에 부품 대체 생산으로 문제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 나라도 맛이 가는 것 같다. 시대에 뒤쳐져가는 느낌적 느낌이 든다. 언제 복구되냐니까 오더를 1년 치 언제 낼 거냐는 소리를 들었으면 이건 뭐 막 하자는 거다. 문제는 천 원짜리가 2만 원에도 구하기가 힘들다. 에휴.  

 

 이번엔 사업팀장이 나타났다. '뭔 일이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몇 일날 시간이 되세요?"라고 묻는다. 불안하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주제, 목적이 없이 필요한 것만 물어보면 대개 곤란한 일이 생긴다는 마음의 소리가 스멀스멀 올라오며 경고 시그널을 날린다. 

 

 "왜에~~ 나 시간이 없을라고 계획 중인데?"라고 했더니. "본인도 영업을 했었잖아요?!!"라며 블라블라가 시작되었다. '본인도 영업을 했었다'라는 말은 과거형인데. 뭘 따지시겠다는 것인지 성동격서인지 점점 더 불안해진다. 한참 듣다 보니 결론은 '내가 다음 주에 고객하고 시간을 잡아두었다. 프라이 팬에 기름 두르고 예열을 잘해서 온도가 적당할 때가 그 날인데 네가 그날 심청이처럼 용감하게 올라가도록 하여라'라는 느낌이 팍팍 온다. 에휴 얘도 요즘 들쭉날쭉한 납기 일정 조정, 수급 일정 때문에 왔구먼. 막둥이나 큰 애나 대동소이다. 기술이 다를 뿐. '어디서 이런 애들을 모아놨어'라고 하면 '본인이 모아놨잖아요'라는 빠른 답변이 오는 애들이라.. ㅠㅠ 

 

 내가 밍기적 거리며 살살 약을 올렸더니.. "아니 사업본부장 할 때엔 이런 일 있으면 몇 놈 곡소리가 났었을 것 같은데, 요즘 많이 바뀌셨어요"라며 2차 갈구기 기술 들어온다. "네가 빨리 나가라며 내 책상 밑에 다리도 안 들어가게 짐을 잔뜩 넣었잖니~"라니 했더니, 어휴 애가 멱살을 잡을 기세다. 그러고 보니 우리 대표이사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사업본부장 할  사고 친 놈 한 번 걸리면 빨래판 들고 와서 애를 박살을 내더니 요즘 많이 좋아졌다" 그래서 대답을 해드렸다. "그땐 제 역할이 영업에 관련된 목표 달성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고요, 지금은 전체 관리를 해야 하니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라고 했더니 그 후로 말씀이 없으셨다. 그래도 '슬기롭게'보다야 나름 아주 인간적이고 합리적인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ㅎㅎ 

 

 상황이 바뀌면 판단이 바뀌어야 한다. 선무당 안 되려면 준비도 돼있어야 한다. 골 때린 상황이 벌어지면 사람이 아니라 상황을 믿어야 한다. 좋은 상황에서는 사람을 믿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을 서로 믿는 신뢰가 있다면 최고다. 지음이 왜 고사성어가 되었겠나. 다음 주엔 통 크게 철판구이 쇼를 대체 몇 번 해야 하나? 나도 '그래.. 내가 죽일 놈이지' 이걸 동정심 팍팍 오르게 연습을 해야 하나. 메시지는 global 하게 다양하게 온다. ㅡㅡ;;; 아님 며칠 전에 본 이런 플래카드라도 준비해야하나? 감자 좀 깍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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