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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天上雜夫] Sane & Insane, that's normal life not new normal

by Khori(高麗) 2021.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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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휴 내내 잠을 푹 자고 있다. 먹고 자고 읽고에 힘쓰는데 허리가 아프다. ㅎㅎ 뒹굴러 다니는데 오랜만에 저녁이나 하자는 대학 동아리 후배들을 만나러 길을 나섰다. 슬슬 동네를 걸어 지하철을 탔다. 오랜만에 지하철에서 책을 읽었다. '한 권으로 읽는 비즈니스 명저 100'속에서 보고 싶은 책을 4권 샀는데 그중 하나다.

                       

사람을 남겨라 

 

정동일 저
  북스톤 | 2015년 04월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책임지는 것"이란 글귀를 보며 얼마 전 깊은 빡침이 떠올랐던 "슬기롭게"라는 말이 생각났다. 조금 물러서서 돌아보면 그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단지 내 실력이 상황과 맞지 않을 뿐이다. 무엇보다 필요한 실력을 내가 다 갖고 있을 수 없으니 당연히 협력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18년부터 트럼프가 만든 흐름의 파괴와 변화는 내 입장에서 new normal이다. 그 새로운 보편이 도움이 안 된 것도 아니다. 변화 자체를 바꾸지는 않았지만 중국에 대한 핸디캡이 작은 틈을 만들고 시간도 만들었다. 많은 한국기업에 영향을 주었고, 일본의 전략물자 제재는 한국기업들이 소재 부품에도 관심을 갖고 도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업본부를 나왔지만 이 부분은 위험 속에 존재하는 기회다. 그렇다고 위험이 줄어든 것 같지는 않다. 

 

 작년부터는 Huawei제재가 반도체 시장에 큰 변화를 준 것도 사실이다. 이들이 갖고 있던 시장은 누군가 대체한다. 수요, 공급 모든 측면에서 그렇다. 통신칩의 대체 시장은 요란할 것 같다. 이 수요의 이동이 반도체 전반의 SCM에 영향을 준다. 주식시장에서 반도체 빅사이클이라고 하며 요란하지만 실물경제는 죽을 맛이다. 경을 치고 있다.  

 

 IC, SoC 관련 부품 가격은 주식투자 표현방식으로 10루타(10X)는 흔하다. 모 업체 임원이 제품 생산보다 갖고 있는 부품 재고를 파는 것이 더 수익이라고 하는 말이 나온다. 생산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수익이 있다고 시장과 고객을 버리는 일은 없다. 어떻게 하면 적절한 가격에 수급을 안정적으로 하는가가 중요하다. 얼마 전까지 사업부에서 영업을 하다 기획조정실로 이동해서 이런 난리 굿판을 대응하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견뎌내는 것이 익숙해진다. 익숙해진다는 것이 그것을 다 해결한다는 말은 아니다. 고객들에게도 부득이 수급에 따른 단가 조정작업을 요청하고 합의를 한다. 이러다가는 부품 가격 인상으로 매출 상승이 되겠다. 그 외 NAND Flash, DDR Memory의 가격도 급상승이다. 시장에 재고가 부족하고, 제품 Life Cycle의 변동도 존재한다. 중국에 계신 지인에게 물어봤더니 30% 정도는 기본적으로 올랐단다. 지인 왈 "이런 걸 잔뜩 사놨어야 하는데"하시길래 "그걸 알았으면 재벌 됐겠지요~ ㅎㅎ"라고 대답했다. 사실 저런 걸 알면 다른 걸 하시겠죠. 

 

 요즘은 고객들도 발주 대신 부품을 구해달라는 요청도 온다. 확인해보니 3불 수준의 부품이 52불이다. 정보를 전달하니 고맙다는 말과 천정부지로 오른 가격에 한숨이 많다. 원청회사는 재고가 없고, 유통물량을 잡은 곳은 살라면 사고 말라면 말라는 식이다. 해외에서도 이런 요청을 서로 하는데 국내 기업 간의 협력은 참 드물다. 아직도 네가 망하면 내가 차지한다는 경쟁논리의 비중이 높다. 그렇게 독점이 되면 가능성이 있으나 그렇게 업종이 망가지면 다음 차례는 그 기업이 되기 쉽다. 세상엔 나 말고도 대체재가 존재하고 그들도 혁신을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완제품을 파는 회사가 왜 이런 일을 할까? 사실 우리도 대만, 일본, 중국, 미국 거래처에 부품 수급에 대한 협조를 구한다. 최근 많은 도움을 주고받았다. 상부상조는 우리만의 전통이 아니라 인간이 생존하는 기본 원리라고 생각한다. 시장의 경쟁, 파트너 간의 협력, back-end collaboration은 별개의 문제다. 파트너사에겐 작은 신의의 문제고, 업종에서 협력하는 것은 일종의 작은 동업자 정신이다. 이왕이면 국내 업종에 도울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다른 나라 기업을 돕는 것보다 좋다고 생각하는데 쉽지가 않다. 우리나라도 유사업종간 collaboration 협력 툴이 있으면 좋겠다. 원가라는 기업 경쟁력과 기업 비밀과 관련이 있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최소한 부품 수급 포털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국내 대양제지(시장 점유율 7%, 요즘 이런 걸 다 파악하고 있네..) 화재로 국내 제품 박스 수급이 완전히 난리다. 별개다 난리라고 했다. 이번엔 일본에서 천 원 하던 부품을 2만 원에 팔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거기도 공장에 불이 나서 일시적으로 생산이 어렵단다. 스무고개도 아니도 산너머 산도 아니고 넘고 나면 이 산만 넘는 일도 아니라 난리다. ㅎㅎ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다들 안부를 묻고 나니 주제는 주식 이야기가 많다. 내가 다니는 회사 주식도 물어본다. 부서 옮기더니 애꿎은 애들 잡아 돌리며 실적 올리냐고 타박을 하길래 "야~~ 내가 형이다~~" 한 마디 했더니 좋단다. ㅎㅎ 이거 꽤 쓸만한데. 불리할 때 특히. 

 

 한 명이 늦게 도착했는데 누가 자꾸 잡아서 "형님은 3년 봤고, 지금 만나는 사람은 30년이 된 사람들이라 가야 해"라고 말하고 왔단다. 넷이 모여서 "우와 우리 인연이 120년이네", "나이 많이 먹었다", "잘하는 게 뭔가?" 블라블라 소란스럽게 식사하며 이바구를 떤다. 밥만 떼려 먹었으니 배부르다. 30년 전을 생각하며 당구장에 갔다. 자기들 맘대로 자기들은 낮추고 나는 그대로다. "말이 돼?"라고 물어봤더니 "우리가 그렇게 하기로 합의했어요"란다. 이럴 땐 나이 많은 게 불리하다. "이게 정의야?"라고 했더니 "그렇게 정의하기로 했어요"라며 따박따박. 그럼에도 뵈는 게 없어 많은 것이 아름다워 보이는 역경을 딛고 이겼다는.  

 

 

 내일부터 안 하던 것 중에 해야 할 것을 하고, 하던 것 중에 불필요한 것을 하지 않는 일을 또 해야 한다. 그것이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이 "Insanity ; 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and expecting different results"라고 아주 멋지게 말했네. 하던 대로 하면서 뭔가 다른 일이 벌어지길 기대하는 그 마음이 도둑놈 심뽀지. 그래도 어쩌다 한 번 도둑놈 심뽀가 적중하면 안 되겠니. 엔간히 좀 해야지. ㅋㅋ 연휴가 끝나간다. 다시 읽고 먹고 쉬고 자고의 패턴으로.. 어차피 내일은 오고, 일은 할 것이고, 묻지 마 장투 돌입도 곧 끝내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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