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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天上雜夫] 세상은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것은 아니네

by Khori(高麗) 2020.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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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살아오면 가능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능력이  모잘라는 것은 어쩔 수 없고, 돈이 없 지금까지 살아오면 가능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능력이  모자라는 것은 어쩔 수 없고, 돈이 없어서 할 수 없는 일도 어쩔 수 없긴 하다. 이렇게 따지면 능력이 있어서 할 수  있는 것은 별게 없다. ㅎㅎ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영화 대사가 나오기 전부터 그렇게 살아왔다. 이 말속에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과거에 많았고, 지금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변해 온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무엇이 합리적인지 튜닝이 된 것일 수 있고, 보편적으로 말하는 비겁해진 것(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타인의 입장에서) 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부도덕하거나 부정한 것에 발을 담그는 부분과는 거래가 있다.

 

 사업본부장으로 내 역할인 수주를 넉넉하게 받아놓고 그 평가와 좋은 기회를 마다하고, 기획조정실로 급하게 옮긴 이유는 요구사항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같이 100% 직원 정신으로 사는 사람에겐 고객의 요구가 생겼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고객이 찾는다는 것은 대개 괜찮은 일이다. 종종 불만대상으로  찾는 경우도 존재하지만... 이렇게 영업적 업무 과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좋을 때도 있고, 상황에 맞지 않을 때도 있다.

 

 10월부터 3개월간 계속해서 2021 경영지표와 그 지표에 맞는 살림살이를 정리하다 보니 참 바쁘다. 그 과정에서 인력조정도 하고, 조직 정비도 하다 보니 짜증보다는 "내가 뭐 하고 있나?"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일에는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이 다르다. 입장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문제가 있고, 선택이 한쪽 입장을 포기하는 결과를 도출하기도 한다. 어떤 일은 설득과 이해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고, 어떤 일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도 존재한다. 문제는 사람들과 계속 이런  상태에서 대화하고 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내 마음의 이야기와 내 머릿속의 이야기가 다르게 노는 일이 참 많이 생긴다. 유체이탈도 아니고 이 두 이야기가 섞이면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 마음의 이야기를 많이 담고 싶지만 그 선택의 결론이 좋은 것도 아니다. 결국 이 일을 할 때에는 목이 잘렸다 생각하고 머릿속의 이야기로 정리한다. 조금 시간을 두고 이 상태에서 어떻게 마음의 이야기를 담을지 고민하게 된다. 아니 그런데 이걸 왜  고민하고 있지?라는  야속한 마음이 들다가도 크고 작은 이런 일 속에 많은 사람들의 삶이 담겨있으니 대충대충 할 수가 없다.  특히 내가 한 번도  해보지도 않고, 하고 싶지도 않았던 일을 마주하면 할 줄 몰라서는 아니지만 두통이 오래간다.  

 오늘도 장자를 담은 책을 봤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좋은 대학 나와서 괜찮은 부서에서 "네"라고 대답하고 안 하고 놀다가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 사람이 있고, 대학을 나오지 않았어도  자신의 위치에서  해야 할 책임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도 있다. 그 경계선에서 트위스트를 추는 양반들도 많다. 똑게, 똑부, 멍게,  멍부라는 직장인 비유도 있지만 인품과 실력 둘 다 있으며 최고, 실력과 인품 중에 선택을 해야 한다면 나는 인품을 고른다. 실력이 있어도 쓸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쳐 놀면 답이 안 나온다. 게다가 실력을 저만 좋은 일이나 사람들에게 거머리처럼 붙어사는 일에 집중하면 골치 덩어리만 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조직과 인력의 조정 속에서 내가 관찰한 점이 하나 있다. 무엇을 시키는 것만 하도록 훈련된 사람들은 스스로의 가능성을 갉아먹는 경향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질문이 없고 자기 이야기가 없다. 이야기한 범위에서 사고의 폭이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혼자 텔레비전에 나오지도 않는 호기심 천국을 열심히 찍는다. 난 궁금하면 즉시, 직접 문의를 하는 편이다. 그 거리를 좁히는 것이  쉽지가 않다.

 

 이렇게 훈련된 사람들은 시킨 것을 어느 수준으로 완성했는가에 사고가 집중된다.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것만 생각하는 것이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사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주제에 따라서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는 곤란한 입장이다.(LI!!!!!)

 

 국어 시험공부를 하라고 시키고,  영어  시험을  본다고 했을 때의 반응이랄까? 내 입장은 영어 시험감독 가라고 해서  왔더니 아주 가관이다. 아무도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지만  하필 시험 감독관을 하게 돼서 머리도 마음도 딱딱 아프다. 그래도 이런저런 도움을  요청하고, 어려운 부탁을 하는데 사람들이 싫은 소리와 힘든 내색을 안 하고 도와주니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차라리 욕이라도 한 번 들으면 부담도 덜 할 텐데 되려 격려를 해주니 난감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이런 어수선한 일이 생기면 문학상 후보자들이 대량으로 양산되어 온갖 소설이 난무한다. 꽤 플롯이 짜임새 있는 것, 황당무계한 것, 그럴싸한 것, 배은망덕한 불량 소설까지 가지가지다. 이 바람에 연말에 많은 사람들에게 큰 빚을 졌다. 이거 다 갚을 수 있나 모르겠다. 산타 할배는 코로나로 14일 격리 후에나 오시나? 선물 안 주고 튀면 루돌프라도 잡아서... 

 

 분풀이할 때도 없고, 온갖 다양한 일을 어디다 하소연할 곳도 없고... 옛날 어르신들이 집 나간 왕년이랑 하소연이랑 찾을 때는 코웃음을 쳤는데.. 요즘은 소연이가 왜 집을 나갔는지 자알 알겠다... 왕년이랑 집구석에 돌아만 오면 가만 안 두겠다고 했는데, 속사 성을 들어보니 왕년이랑 하소연이 집 나갈만한 것도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드네... 어휴 산타 할배는 왤케 늦어... 택배 격무로 앓아누운 건 아니겠지.. 그래도 먹튀는 안됩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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