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왜 하는가? 나를 위해서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것에 관해서는 마땅한 답이 없다. 방향성은 있으나 구체적인 결론이 나지 않은 경우에는 정보 전달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 구체적인 결론이 존재해도 특정 이유로 비밀유지를 해야 할 경우에는 알려줄 수 없다. 그 정보를 얻는 대가로 조건과 약속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내가 생각한 것과 유사한 답을 원하거나, 기대하거나, 강요한다.
질문과 답하기의 과정에서 이런 복잡함과 사람마다 다양한 대응이 일을 복잡하게 만든다. 서로 묻고 답하며 답답함이 가라앉기만 해도 다행이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는 것을 서로 묻다 보면 생각하지도 않은 일이 생긴다.
너는 알면서 나에게 말을 안 해준다는 혼자만의 생각이 온갖 상상을 만든다. 그 생각은 또 다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이 연결되어 얼토당토않은 가정과 추정을 만든다. 이 사고 심화과정은 스토리 작가, 상황 대처를 준비하는 전략가, 기획자에게 꼭 필요한 일이긴 하다. 게다가 초보 작가와 초보 작가가 만나면 블록버스터급 판타지 소설이 되거나 큰 웃음을 주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이 기대하는 답변도 아니고, 내가 생각하던 방향과 많은 차이가 생기면 걱정에 걱정을 더하는 사람들이 있다. 걱정은 어떤 해결책도 되지 않는 시간 낭비다. 한숨과 주름만 늘어난다. 원화는 답을 듣지 못하면 화를 내는 사람들도 많다.
자신의 상황, 궁금한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함께 일하기 편하다. 이해하기 힘든 상황은 말도 안 하고, 걱정은 가득하고, 엉뚱한 문고리를 잡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옆사람과 상상과 상의 조합을 만들어가는 경우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답이 없다. 왜냐하면 말도 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연애할 때 여자 친구도 아니고, 내가 네 마음에 들어갈 수도 없는데 아무런 정보 없이 이걸 알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
더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은 내가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일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가도,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타인의 일에 훨씬 큰 관심을 갖는다. 닥치면 내 삶에 영향을 주는 일이 가장 급하긴 하다. 아무리 세상의 모든 것이 알게 모르게 연결되었다고 해도, 모든 일이 나비효과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것, 나와 관련된 사람들을 위한 것에 관심을 두기에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쓸데없는 이야기가 나오면 "지랄을 한다 ㅎㅎㅎㅎㅎ"라고 웃고 넘어갈 때도 있고, "이야~~ 그거 참 대단한 생각인데! 다른 생각은 또 뭐 있어?", "우와 내가 지금 시작했는데, 나보다 먼저 결론을 알고 있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어? 그다음엔 어떻게 돼? 좀 알려줘 봐", "재밌냐? 재밌어? 신나? 어깨춤이 나올 정도로?"와 같이 다양하고 가볍게 대꾸한다. 그러나 모든 상황을 이렇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
제일 답답한 경우는 알고 싶은 것은 A가 분명한데 그것을 a1, aba, abcd, abcde...... aHa 이렇게 빙빙 돌아다니며 세상이 둥글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람이다. 오히려 내가 답답해서 "그래서? 뭐가 궁금한 거야?"라고 묻다가 내가 더 답답하면 "A가 뭔지 궁금하다는 거야?"라고 내가 묻기도 한다. 그러나 알 수 없거나, 정보의 부정확성이 존재하거나, 전달할 수 없는 제약조건이 있다면 "A가 궁금하다는 말이지? 그거 결론이 나서 정보가 접수되었다면 내가 알려주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몰라"도 많이 하는 답이다. 물론 나도 몰라서 그렇고, 결론과 결정이 이루어져서 알려줄 수 없는데 원하는 답이 안 나오면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불만과 욕을 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내가 제일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다는 것이다. A를 전달하지 못할 조건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상황과 조건에 따라서 A를 제외한 조건에 대한 질문을 잘하면, 답에 가까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상황 파악(어디 가나 눈치가 있어야 한다)을 잘해야 한다. 영화 대사처럼 원하는 답을 얻고자 한다면 제대로 된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이다. 협상을 자주해야 하는 사람들, 특히 질문을 잘해야 한다.
받아쓰기 시험을 많이 봐서 그런지 누군가 말을 하면 받아쓰는 사람들은 정말 많다. 그렇다고 정갈하게 요약정리하며 메모하는 사람은 만나기 힘들다. 요즘은 일본 사람들도 쪼꼬만 한 노트에 깨알같이 적는 사람들이 줄었다. 하긴 영업이라 불리고 영업을 하라고 보냈더니, 뭘 영업하러 간지는 잠시 잊고, 고객님의 아무 말 대잔치를 사서처럼 받아쓰기 해서 오는 사람도 있다. 돌아와서는 이러쿵저러쿵 청산유수다. 대환장이다.
메모란 관점에서 받아쓰기는 중요하다. 초딩교육에 포함되는 이유가 있다. 사람은 까먹고, 나이가 들면 까먹는 방식이 다양하게 발전한다. 자기가 쓰고 자기가 어디에 썼는지 모르는 사람, 자기가 무엇을 썼는지 아리까리한 사람, 언제 썼는지 기억나지 않는 사람, 자기가 만든 쐐기 문자와 같은 글씨에 대한 무한한 동정심과 답답함을 갖는 사람(전화기에 펜을 굴려도 유사하다)이 있다. 이러다 보니 받아쓰는 사람이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했다고 보기 어려울 때가 있다. 잘 쓰고, wrap-up은 아니더라도 "000라는 거죠?" 한 번만 물어봐도 될 일인데. 이런 결과가 대한민국 어른들의 문해력은 대학을 나오던, 대학원을 나오던, 박사던 직급이 높던 낮던 가지가지다라는 말이 생기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 A는 작성해서 B에게 보내시고, C는 작성해서 D에게 보내주세요. 그리고 다음 주 회의를 위해서 C와 연관성이 있는 E는 D에게 보내주시기 바랍니다.(복잡한가?) 이런 업무지시를 확인하다 보니 가관이다. A는 D에게 가고, 작성하라는 E는 온대 간데없고, A와 C를 얄팍하게 A', A., A", C`, C-로 만들어서 갖고 왔다. 대체 이걸 왜 만들어 왔냐고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문서 종류에 따른 Tamplate가 있어도 회신은 카카오톡, 메일, excel, ppt, 이미지, pdf와 같은 온갖 다양한 방식으로 자료가 접수될 때도 있다. 카톡 없으면 어떻게 회사 일을 하려는지 걱정이 될 때도 있다. 내가 제일 황당한 일은 계약서 문서를 보내라고 했더니, 사진으로 찍은 중국어 계약서를 PDF로 만들어 카톡으로 접수시킨 사람이다. Google Translate도 쓰기 힘들다. 사진 PDF를 이미지로 바꿔서 구글 신을 사용해 본 적이 있다. 아무리 열린 세상이라지만, 이 정도면 열린 뚜껑 찾으러 나가야 할 상황이 된다. Short message가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것을 이해하더라도, 업무 문서, 대외문서 작성 수준을 보면 말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글은 자신의 생각과 생각의 수준을 보여주는 수단이 될 수도 있고, 명확한 증거가 된다. 재미있는 일은 며칠 지나서 해야 할 시간은 다가오고, 하긴 해야 하고, 그날 기억이 가물가물하니 별의별 일이 다 생긴다. 이런 비슷한 말을 들을 때, 나의 또 다른 궁금증은 "아니 헷갈리면 다시 물어보면 되지 왜 안 묻지"라는 생각이다. 욕이야 한 번 먹으면 되지만, 바보짓을 하면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되고, 일을 두 번하게 된다.
나도 고객 미팅하다 잘 이해가 안 되면 여러 번 다시 묻는다. 언제까지? 내 생각이 그의 생각과 같아질 때까지. 그러나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똑같은 질문을 열 번하면 물려도 할 말이 없는 수가 있다. 물론 고객님이 다리 꼬고 앉아서 "Not Clear!! again"을 반복하면 떼리고 싶을 때도 있긴 하지만 다시 같은 의미지만 표현을 바꾸고 다양한 비유를 갖고 설명하기도 한다. 정 안되면 그림을 그려주기도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지위가 올라가면 지위가 낮은 사람들은 어려워한다. 나는 서로 인사만 잘하면 되지 지나친 허례허식에 관심이 없다. 회사 식당 조리장님이나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이 날 아주 반겨주신다. 매일 보는 녀석들이 인사를 잘 안 하지. ㅎㅎ 허례허식이 요구되는 장소와 상황에는 그럴 필요가 있다. 내가 작년에 가장 인상적인 말을 기억하라면 사업부 막내가 사장님하고 점심식사를 마쳐가는 중에 "사장님 아이스크림 저랑 반띵 하실래요?"라고 해서 밥 먹다 뿜을 뻔했다.(웃는 낯에 침 뱉는 사람이 가끔 있을 수도 있지만 옛말이 확률적으로 높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묻지도 못하고, 물어보면 내가 뭐가 될까?라는 걱정에 질문이 없다. 그리고 쌩쇼의 파도를 타고 망망대해를 헤맨다. 지위가 높던 낮던, 궁금한 것을 묻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대부분 묻는 방식과 태도가 문제가 되는 경향이 높다. 그래서 질문은 제대로 해야 한다. 배우려는 질문은 공자 할배도 장려하는 일이니 큰 보험이 아닐 수 없다. 오늘 또 왠 녀석이 스토킹 하는 건 아니겠지..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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