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들 KPI들을 전부 받아서 한 주내 내내 보고, 짬을 내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한 주가 정말 힘들다. 내가 여기에 조금 공을 들이는 이유가 있다. 생각을 읽어야, 행동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 그 직무 행동의 방향을 먼저 이해하고 우리가 모여서 가기로 했던 것(목표)와 alignment를 시키기 위해서다.
모든 조직의 리더, 조직장의 생각에서 자유롭지 않다. 모든 구성원이 영향을 받는다. 그들의 생각이 조직에 반영되고, 조직 활동과 결과에 영향을 끼친다. 그 직무적 결과가 기업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부합한다면, 기업이 지향하는 단기적인 목표에 근접할 수 있다. 그 성과의 열매가 조직 구성원에게도 배분된다. 내가 그들의 KPI를 보고 지표 관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조금씩 협력할 수 있는 사고의 방향성을 함께 만들기 위해서다. 그것이 생산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조직 문화와 깊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현실은 차암 다르다.
오늘 조직장들 KPI를 거의 보고 이야기하고, 내가 꺼낸 카드는 조직장들 사이에 흐르는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 한번 KPI를 서로 돌려서 볼까요?"라고 물었다. 다음주에 결과가 있으면 뭘 또 끄적거릴것 같다.
2인3각으로 조직간, 개인간의 협력을 이야기 했는데 임팩트가 없다. 아주 쉽게 이해하는 저렴한 비유를 찾았다. "조직은 프로세스라는 끈으로 연결하고 같은 방향을 위해서 함께 뛰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란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조직도 조직의 수준은 조직내 가장 낮은 수준으로 수렴된다"는 상식도 갖고 있다. 내가 안나카레리나 첫문장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이유다. 잘 되는 집은 "네가 먼저"고 망삘이 올라오는 집은 "내가 먼저"라는 생각을 한다.
Q : A조직장이 100m를 12초에 뛰고, B조직장이 100M를 20초에 뛰면 어떻게 됩니까?
- 차이가 엄청 나겠죠.
Q : 1M 끈을 서로 목에 걸고 자신의 최고 속도로 뛰면 어떻게 됩니까?
- 목이 졸리겠죠.
(이 때 생각이 입장마다 다르다. 이렇게 되면 앞에 뛰는 사람은 뒤로 자빠지고, 뒤에 뛰는 사람은 앞으로 고꾸라질 확율이 높아진다. 당연히 1M 사이로 줄겠지. 서있을지 누워있을지 끌려다닐지는 알 수가 없다)
Q : 계속 12초 20초로 최대한 오래 뛰어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되나요?
- 하하하하하하..
(다들 웃는다. 상상한거다. 당연히 목이 졸리고 살려면 뒤에서 뛰던 사람은 어디에 발을 딛고 손으로 줄을 당기고, 앞에서 뛰는 사람은 손으로 줄을 땡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Q : 그런데 A, B, C, D, E, F, G, H, I 총 아홉명이 목에 넥타이처럼 줄을 묶어서 함께 뛰면 어떻게 되나요?
- 하하하하
(웃음은 줄었지만 다들 웃는다. 상상만 해도 나도 웃긴다. 방향이 제각각에 속도도 제각각이면 아비규환이고, 하나의 방향과 지속가능한 적정한 속도를 유지하면 균형이 잡힌다. 연습을 통해서 속도를 천천히 능력범위까지 올리면 꽤 괜찮은 결과와 발전이 예상된다)
다들 이 이야기를 하면 웃는다. KPI를 기업의 목표, 부서의 목표, 개인의 목표와 alignment하는 것은 획일성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방향성을 만들고, 그 방향으로 가는 방법(how to do)에 대한 다양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그래서 달리기 일러스트를 찾아서 그 그림위에 그림으로 그려봤다. 없는 재주 때문에 용을 쓰는 것이다.
'마지못해 하긴한다', '이건 내가 하고 싶은데 저 녀석이 해야한다', '아무것도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내일보다 저 녀석의 폼나는 일을 내가 하고 싶다', '하긴하는데 어떻게 측정할지 모르겠으니 알아서 해라', '측정할 방법이 없는 것을 하겠다', '내 성과지표지만 나의 발전, 조직의 성과와는 네가 생각해라', '나는 일단 하기 쉬운것만 한다', '자기부서 목표와 나의 목표는 많이 다르다는 걸 네가 알아 줬으면 한다', '나는 일단 나만 달리고 본다'와 같이 지표를 보면서 내게 든 부정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동시에 이 사람은 왜 이런 생각을 했지? 그 사람이 이 생각을 통해서 어떤 결과적으로 얻고자 했던 것일까? 궁금해서 물어보게 된다. 그 결과물이 본인과 조직, 기업에게 도움이 될까 여러 생각을 해봤다.
사람의 생각을 읽어 본다는 것 힘들지만 재미도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글이 다르고, 어떤 사람은 생각과 글은 같지만 현실과 차이를 외면한다. 생각, 생각을 표출한 글, 그 글의 결과를 현실로 갖고 올 방법은 함께 찾으면 쉽다. 다른 건 남에게 잘 시키면서 이런 것을 이야기 할 용기들은 부족하다.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모르는데 배울려고 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긍정적이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의 KPI의견도 있다. 동시에 내가 KPI를 통해서 발전하는 것이 작게는 부서조직, 크게는 기업, 더 크게는 종사하는 산업내에서 나의 경쟁력과 몸값을 키우는 일이라는 생각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KPI를 읽으며 웃다가, 한숨 쉬다가 그래도 어떻게 이들이 한 방향으로 화합하는 속도를 낼까를 생각하는 이유다.
팀장들 KPI작성 후 반품율이 거의 80%다. 그렇다고 내가 개인의 KPI를 내 생각대로 변경한 것도 아니다. 본인들이 써 갖고 온 것을 구체적이고, 측정가능하게 지표화하고, 그 방향이 조직장이 만들고자 하는 방향, 기업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바느질하는 일이다. 의견을 내고 들어보고 하고자 하는 것을 이렇게 해보자고 서로 의견도 나눈다. 트더진 곳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나도 그것에 한 몫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함께 했는데 나만 잘했다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그 트더진 것이 내가 참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는 생각을 담고 하게 된다. 다음주면 끝나겠지.
조선 제일검이라고 하더니..요즘은 조선 제일 지랄이란 소리를 듣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타인이 발전하고, 좋아지고, 몸값도 오르고, 실력도 오르는 일에 작은 지랄이 도움이 된다면이야.. 그까이꺼 욕좀 먹는거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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