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리를 생각하던게 벌써 1-2년이 된것 같다. 1-4권까지의 광풍속도를 보다, 1년이 한참 지나서 나온 5권을 보면 앞으로 소수림왕, 광개토대왕, 장수왕과 마지막 보장왕을 기본으로 생각하면 족히 십년은 더 기다려야한다는 생각, 그나마 15대 미천왕부터 시작했으니 이정도지라는 안심도 하게된다. 주몽부터였으면 아직도 동명성왕일듯하다.
5권을 보면서는 사뭇 1-4권과의 속도감이 다르다. 고구려 강성시대를 이끌어가는 테마속에 5권의 완급을 통해서 극적인 복선과 탄탄한 정신적 배경을 더 높게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 무협지와 같이 적을 무찌르고, 성공하는 외형적인 성공이 아니라 고구려 왕조의 내적인 위대함을 소설로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작가란 사람들을 볼때 참 똑똑하다는 생각을 한다. 철학책을 쓰는 작가(철학자겠지만)도 인간의 사유체계를 만들고, 시나 문학을 쓰는 사람들도 멋진 상상력을 만들어 읽는이의 눈물, 웃음,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품을 쓴다. 그런데 역사소설이란 분야는 대부분 역사적 사실과 해석에 대한 선택이란 전제조건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고구려5를 보면서 한가지 든 생각은, 역사적 사실을 소설로 이렇게 다르게 해석을 만들어 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 붓의 힘이구나하는 생각을 갖게된다.
내 생각에 미천왕은 성취가 있지만 불우한 왕일지도 모른다. 고국원왕은 역사책을 통해서 보면 일단 갑갑할뿐이다. 요즘 농담으로 하면 동북아시아 글로벌 호구처럼 모용선비 연나라 백제사이에서 위아래로 고난이 많고, 스스로도 백제와의 전투후 목숨을 잃기 때문이다. 구부라 일컫는 소수림왕은 기틀을 만들고, 교과서에 나오듯 불교를 숭상하고 한다. 이 책에서는 픽션이지만 구부란 인물의 깨달음의 과정속에 조나라 황제 석호의 이야기까지 꼼꼼하게 배치하는 것을 보면 작가가 고구려사라는 역사의 흐름과 동시대의 동북아시아의 정세라는 사실속에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만들기위해서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재미있고 의미있는 다양한 디테일로 무장된 창작의 장식을 역사속의 사실에 잘 붙여낸 것이라 생각한다.
미천왕의 차남 사유(고국원왕)이 역사속의 무능한 왕이라기 보다, 합리적인 픽션을 통해서 고구려 역사의 흐름을 유지하고 그것을 유의미하게 소설로 그려낸 의도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이 역사적 사실과 구분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며, 소설의 부분을 과장되게 확장한다면 역사왜곡의 소지가 있겠지만 역사의 흐름에서 비록 의미없기도 하지만 이런저런 상상을 재미있게 해보고 누군가에게 자신감을 준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전체적인 내용이 소수림왕의 세상외유, 자신의 소신을 위해서 아비의 부덤이 파헤쳐지는 치욕과 어미와 왕후가 끌려가는 봉변을 당하는 역사적 사실을, 고국원왕의 높은 지성과 성찰, 애민정신으로 윤색한 대단함있다. 그래서 절반부분은 신성을 지키는 무의 마음과 같이 답답함을 금할길이 없다. 그 속에 세월의 흐름처럼 전편에 펼쳐졌던 주아영을 넘어서는 사유, 그리고 희망을 꿈꾸게하는 구부란 생각이 든다.
구부를 뛰어난 왕이 될거다라고 예견하는 말이 나오는데 앞으로 나올 소수림왕, 그리고 고점을 찍는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이 어떻게 그려질지 모르겠다. 작가의 바램처럼 삼국지처럼 좋은 작품이 되길 바래보고, 그러기 위해서는 동북아의 많은 이야기들도 함께 담겨졌으면 한다. 어째던 내용이 소설인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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