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읽으려고 사두고 한참이 지났는데 무더위의 귀차니즘을 뚫고 손에 잡힌 녀석이다. 그러고 보니, 휴가철에 다녀온 순천에서도 얼마되지 않는것 같다. 지도로 찾아보니 그 근천를 다녀온것 같기도 하다. 좀 더 찾아보니 1967년 안개(The Foggy Town)이란 영화로 신성일, 윤정희, 이낙훈등이 나왔다고 한다.
문고판임에도 꽤 장편인가 하고 책을 펼쳐보니, 야행(夜行), 서울 1964년 겨울, 역사(力士), 무진기행이란 네편의 소설이 들어있다. 변영로의 명정40년을 재미있게 본 뒤부터, 어려서 서점에 잔뜩 꽂혀있던 문고판을 기억하며 종종 사보는게 되는 재미기 있다. 이정도 사이즈의 영한대역 소설도 어렸을때 유행했던것 같다. 물론 완독한 것은 거의 기억에 없다. 동물동장을 사서 아주 빠르게 한글만 보기억이..^^;;
요즘의 소설과 달리 과거 소설을 보면 흥미로운 점은 세대적인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다. 또한 부모님들이 말씀하시는 부분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기도 하다. 결국 문학의 형태로 시대를 반영할 수 밖에 없다는 것에 동의함과 동시에 인간 내면에 대한 비유, 은유, 성찰등에서는 동감하는 부분이 있다.
1. 야행
은행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 시대상황속에서 맞벌이를 유지하기 위한 연극이 연속되는 생활이 일상과 내면의 욕망사이에서 서성이는 모습을 잘 그리고 있는것 같다. 우연한 원나잇...밤이 아니니 원데이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지만..한번의 일탈로 자신속의 욕망과 일탈의 경계를 벗어나길 두려워하고 또 희망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지금이야 뭐 막장드라마보다 훨씬 건전하고 자극적이지 않다고도 생각하지만 대략 50년전의 시대상황이라면 상당히 파격적이지 않았을까한다.
2. 서울 196년 겨울
안형, 김형, 좀더 나이 많은 아저씨..대화가 상당히 이채롭고 거리감이 있다. 그들이 대화하면서 온전히 자기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 것을 옆에서 본다면 미친놈들이 아닐까도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들의 배경이 되는 포장마차, 누군가 낯선 사람과 어깨를 부딪치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세상이 좀더 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대학다닐때만 해도 종종 이런 일이 있었지만,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도 하지 말아야하는 요즘세상과의 차이를 느낀다. 가장 독특한 나이많은 책을 파는 외판원 아저씨를 보면 참 측은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급성병을 겪고 결국에 그를 떠난 반려자..그 시체를 병원에 판 4천원을 다 쓰고자 하는 그...그리고 밀린 책값을 받으러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고, 마지막 남은 돈을 불난건물에 던져버린 그를 보면서 도시라는 욕망의 집합소에서 산 그의 삶이 무단히도 고난하지 않았을까한다. 그의 죽은 예상한 안..그의 죽음을 예상하지 못한 김..그들은 그렇게 힘들게 살다가 모든것을 버리고 떠난 아저씨를 뒤로하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나마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하는 안을 통해서 도시화가 이루어지던 시대의 고민을 보는 것 같다. 도시는 화려함속에 존재가 너무 쉽게 잊혀가는듯하다.
3. 역사
이 소설은 요상하고 재미있다. 신화같은 이야기와 당시 발전에 따른 도시속의 이질적 문화의 공존을 비교하는 것 같다. 동대문 창전동의 빈민가와 가부장적인 할아버지 밑에 하루의 일과과 기계와 같이 정규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비교한다. 빈민가에서 고급 양옥주택으로 옮기 저자의 부적응..정시에 온가족이 마시는 보리차에 탄 흥분제..마리 한편의 심리극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빈민가의 서씨, 창녀, 다를 절며 딸을 키우는 아저씨. 양옥집에서 정시에 엘리제를 위하여를 치는 며느리..제도와 틀을 강요하는 할아버지를 교묘하게 비교한다. 서씨라는 전설의 역사..깊은 밤 통행금지 시간을 뚧고, 동대문을 오르고 그 돌을 옮기는 역사의 이야기는 이야기속에 판타지같고..그런 그가 도시화속에서 몇푼더 벌기위해서 힘을 쓰기보다 남과 같은 돈을 받을 정도로 일하는 모습..시대의 변화에 순응해 가는 것인가라고 말해본다.
4. 무진기행
모든 것을 삼켜버린 안개속의 도시..순천만을 생각하며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이 든다. 그러고보니 도가니란 소설의 배경이 무진시인것 같다. 내용은 다르지만 안개는 모든 것을 숨기고 싶은 인간의 마음..아니면 다양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뻔뻔함이라기 보단 가면을 쓰고 싶지만, 부끄러움에 숨고 싶은 전신가면...은폐물이라는 생각을 한다.
성공을 했는지..정상적인 방법으로 제약회사 전무가 된다는 상상되지 않는 주인공..주인공의 후배 박선생..동기생인 세무서장 조씨. 그리고 이 세사람의 사이에 있는 하인숙이 안개속에서 만나게 된다. 일종의 애매한 삼각관계..박선생은 하인숙을 사랑하고, 하인숙은 조씨를 결혼상대자로 매혹하려해보고, 현실적인 출세와 욕망의 조씨는 하인숙을 어떻게 한번이란 생각으로 만나고..하필 이름이 여인숙과 비슷한 하인숙이라니..조금 어색하기도하다. 주인공은 과거속의 나를 회상하며 조금은 순순함을 찾아보려고 한것은 아닐까한다. 하인숙도 그를 통해서 안개속을 탈출하고 싶어했는지도.. 하루를 같이 보내도 돌아가는 길에 본 시체와 집에서의 전보를 받은 주인공은 일탈과 같이 자신의 순수함을 애써 외면하고 다시 도시로 벗어난다. 그 속에 자신의 순수함을 찟어버리는 모습속에..나는 도시속에 살아가면서 우리의 마음속에 아직 남아 있는 순수함을 안개속에 묻어두고 잊으려하는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
다 읽고 찾아보니 시험에도 나오고 교과서에서도 나오나 보다. 흠..문과임에도 국어와 국어2가 엄청 심각했던 청소년시절이 생각나네요..두개합친 점수가 항상 수학점수랑 비슷했는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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