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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살아보세 (書)

고향 나들이

by Khori(高麗) 2014.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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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집안 잔치로 고향에 다녀왔다. 몇일전 바보짓이후 후유증으로 콧물, 감기가 심각한데도 안갈수도 없고, 그나마 어제서야 약을 먹으니 이제 겨우 살만하다. 마나님이 평상시 약을 잘 안 먹으니 '약발은 잘 듣네'라는 칭찬도 해주시네..


당숙어르신 팔순잔치에 집안 호출령이다. 어느덧 고모, 당고모들의 연세가 만만치가 않으시다. 막내고모가 환갑이시니 이젠 서로 만나기만 해도 좋으신가보다. 예전엔 서로 자기자랑들 하기 바쁘시더니, 이젠 만나시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신다. 그런 모습이 행복해 보이기도 하고, 그놈의 감기때문에 계속 코는 까질려고 하고..


막내고모가 옛날 이야기를 하시면 자꾸 먹을것을 내 접시에 올려주신다. 작은 어머니도 질세라 계속 올려주시는데, 다이어트 중이라고 해도 막무가내시다. 집안 대를 잊는게 아직도 귀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시니 어쩔수가 없다. 예전엔 막내고모가 남자만 사람이냐고 하던 때가 있었는데..ㅎㅎ 어느덧 내가 공부봐주던 고종사촌 꼬맹이가 장가를 간다고 삼일절날 꼭 오라고 하신다. 6촌형님들도 이젠 흰머리가 많이 내려앉고, 7촌조카들은 벌써 대학생이다. 


같이 끌려간 자형은 막내가 일곱살인데 언제 키우나? 자형이랑 둘이서 이녀석 먹이고, 달봉이 별봉이는 시험때문에 못내려갔는데 삼일절에는 다 같이 데려가야겠다. 자주 못보니 할머니한테 애들이 '우리는 친척이 없다'라고 불평이란다. 객지로 고향떠나 살다보니, 나는 어려서 명절이면 100명정도씩은 북적거렸는데, 형제는 내려오며 줄고, 분가하고 멀리있다보니 자주들 못 보게되는 것 같다. 


식사도 하고 노래방기계가 돌아가니 다들 흥겹게 노래도 하신다. 갑자기 당고모가 오시더니 '너도 노래 해야지'라고 엄포를 놓으시길래, 감기라고  죽겠다고 엄살좀 부렸더니,그건 모르겠고 일단 노래는 당첨에 무슨 노래를 할꺼냐고 물으신다. '어떤 노래를 할까요?'라고 되물으니 쉬지도 않고 답변이 나오신다. '그래..노래를 무조건 해야하니, 무조건 좋다' 고모들이 엄청 많고, 어려서부터 자주 보다보니 이젠 할머니들이신데 나는 항상 초등학생쯤되면 많이 봐주신거다. 누나는 '아휴~ 재가 한다잖아요~'라며 피해하고 감기에 노래를 열심히 불렀더니 머리가 멍멍하다.


신선같이 곱게 한복 차려입으신 큰당숙모는 서울간다고 계속 뭘 싸주신다. 떡도 종류별로  싸주시고, 다시 돌아서서 과일도 올라가며 먹으라고 계속 주섬주섬 담아주신다. 큰당숙모의 모습을 보고, 집안 맏며느리 형수님들을 보면 요즘말로 포스가 다르다. 말, 행동에서 미세한 차이가 있다. 큰당숙모랑 우리 엄니랑 두손을 꼭잡고 언제 또 보자고 하시는데, 사실 남자들보다 여자들 군기가 더 쎄고 무섭다. 주위에 기세좋은 고모들이랑 형수들이 거의 차렷자세다.  큰당숙모가 그 연세에 아직도 식사에 맞춰서 밥을 새로 하신다는데 다들 입이 딱딱 벌어진다.(부러워하기만 함. 그정도의 자유는~)


우리 마나님도 끌려가면 하기야 하겠지만 기절초풍일꺼다. 그래도 애들 잘 키우고, 굶고 살았냐며 매끼 먹는 아이들성화에 "대체 방학은 언제 끝나냐!?"고 한소리씩 하지만 요즘 세상치고는 참 괜찮은 마누라라는 생각이 여러번든다. 어려서 고모, 당고모가 11분이나 되다보니 어려서 받던 대우가 훨씬 낫긴한데, 요즘 세상을 생각하면 그건 욕심과욕이다.  그러고보면 고모들은 완전 남녀차별이 이중적이다. ㅋ~ 그래서인지 당숙어른들 뵙거나, 이젠 다들 하늘에 계신 작은 아버님들 생각하면 그렇게 강한 기억이 적은듯 하다. 또 레파토리야 반복이지만 고모, 당고모, 작은 어머니들 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어오기도 하고, 가끔 어릴쩍 흉보면 살수가 없고..괜히 3.1절을 기다리게 된다.


방학 막판이라 방학숙제를 해야하는데 크닐이다..


[YES24] 고향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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