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 노무현 대통령의 글쓰기 지침
2003년 3월 중순, 대통령이 4월에 있을 국회
노무현 대통령은 늘 ‘직접 쓸 사람’을 보자고 했다.
윤태영 연설비서관과 함께 관저로 올라갔다.
김대중 대통령을 모실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대통령과 독대하다시피 하면서 저녁식사를 같이 하다니.
이전 대통령은 비서실장 혹은 공보수석과 얘기하고, 그
그에 반해 노무현 대통령은 단도직입적이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를 원했다.
“앞으로 자네와 연설문 작업을 해야 한다 이거지?
식사까지 하면서 2시간 가까이 ‘연설문을 어떻게 써야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열심히 받아쓰기를 했다.
이후에도 연설문 관련 회의 도중에 간간이 글쓰기에
다음은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1. 자네 글이 아닌 내 글을 써주게. 나만의
2. 자신 없고 힘이 빠지는 말투는 싫네.
‘~ 같다’는 표현은 삼가 해주게.
3. ‘부족한 제가’와 같이 형식적이고 과도한 겸양도
4. 굳이 다 말하려고 할 필요 없네. 경우에
5. 비유는 너무 많아도 좋지 않네.
6. 쉽고 친근하게 쓰게.
7.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고 쓰게.
8. 연설문에는 ‘~등’이란 표현은 쓰지 말게.
9. 때로는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도 방법이네. ‘
10. 짧고 간결하게 쓰게. 군더더기야말로 글쓰기의
11. 수식어는 최대한 줄이게. 진정성을 해칠 수
12. 기왕이면 스케일 크게 그리게.
13. 일반론은 싫네. 누구나 하는 얘기 말고 내
14. 추켜세울 일이 있으면 아낌없이 추켜세우게. 돈
15. 문장은 자를 수 있으면 최대한 잘라서 단문으로
탁탁 치고 가야 힘이 있네.
16. 접속사를 꼭 넣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게.
없어도 사람들은 전체 흐름으로 이해하네.
17. 통계 수치는 글을 신뢰를 높일 수 있네.
18. 상징적이고 압축적으로 머리에 콕 박히는 말을
19. 글은 자연스러운 게 좋네. 인위적으로 고치려고
20. 중언부언하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하네.
21. 반복은 좋지만 중복은 안 되네.
22. 책임질 수 없는 말은 넣지 말게.
23. 중요한 것을 앞에 배치하게. 뒤는 잘 안 보네.
24. 사례는 많이 들어도 상관없네.
25. 한 문장 안에서는 한 가지 사실만을 언급해주게.
26. 나열을 하는 것도 방법이네. ‘북핵 문제,
27. 같은 메시지는 한 곳으로 몰아주게. 이곳저곳에
28. 백화점식 나열보다는 강조할 것은 강조하고 줄일
29. 평소에 우리가 쓰는 말이 쓰는 것이 좋네.
30. 글은 논리가 기본이네. 좋은 쓰려다가 논리가
31. 이전에 한 말들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네.
32.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은 쓰지 말게.
33. 단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생각나지
대통령은 생각나는 대로 얘기했지만, 이 얘기 속에
지금 봐도 놀라울 따름이다.
언젠가는 음식에 비유해서 글쓰기에 대해 얘기한 적이
1. 요리사는 자신감이 있어야 해. 너무 욕심
글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야.
2.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재료가 좋아야
3. 먹지도 않는 음식이 상만 채우지 않도록
4. 글의 시작은 에피타이저, 글의 끝은 디저트에
5. 핵심 요리는 앞에 나와야 해. 두괄식으로 써야
6. 메인요리는 일품요리가 되어야 해. 해장국이면
7. 양념이 많이 들어가면 느끼하잖아. 과다한
8. 음식 서빙에도 순서가 있잖아. 글도 오락가락,
9. 음식 먹으러 갈 때 식당 분위기 파악이
10 요리마다 다른 요리법이 있듯이 글마다 다른
11. 요리사가 장식이나 기교로 승부하려고 하면
12. 간이 맞는지 보는 게 글로 치면 퇴고의
13. 어머니가 해주는 집밥이 최고지 않나? 글도
이날 대통령의 얘기를 들으면서 눈앞이 캄캄했다.
이런 분을 어떻게 모시나.
실제로 대통령은 대단히 높은 수준의 글을 요구했다.
대통령은 또한 스스로 그런 글을 써서 모범답안을
나는 마음을 비우고 다짐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가 아니라 대통령에게 배우는
대통령은 깐깐한 선생님처럼 임기 5년 동안 단 한
강원국 (라이팅 컨설턴트, 객원 필진)
728x90
반응형
'잘살아보세 (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리학 무시 당구 (Venom Trickshots) (0) | 2014.01.21 |
---|---|
고향 나들이 (0) | 2014.01.21 |
세상에 이런 바보가 ㅋㅋ (0) | 2014.01.18 |
문자생활 (0) | 2014.01.16 |
즐거운 오후 생활 (0) | 2014.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