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_예술 (冊)

골목안 풍경 전집 - 김기찬 사진집

by Khori(高麗) 2014. 7. 18.
728x90
반응형

[도서]골목안 풍경 전집

김기찬 저
눈빛 | 2011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아이가 지난번에도 사진책을 같이 보면서 재미있어하고, 나도 옛날 기억나는 이야기와 아이가 보는 신기함과 요즘과의 차이를 같이 이야기해서 좋은 것 같다. 그래서 몇권 더 아이랑 보기위해서 마음먹고 보다보니 사진이란것이 현실을 작가의 의도와 시선에 따라 담아오는 그릇이기도 하지만, 어떤 영감을 주기도 하고, 노출등을 이용해서 눈으로 볼 수 없던 모습을 담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런데 잘 모르는 김기찬이란 사진작가를 통해서는 그는 골목안의 애환을 담는다고 하지만 나에겐 잊고 있던 이야기를 보게된다.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고, 현실속에서 많이 잊고 있던 내 삶의 기억의 단면을 더듬어 볼 수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상처가 된 기억은 잘 잊지 못한다. 물론 잊기 위해서 유사한 것을 완전히 기피하기도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밖으로 표출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억은 좋았던 시절, 성공과 성취가 있던 노력, 고생의 시절등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돌아보면 일상속에서 살아가는 웃음, 행복은 별것 아니기도 한데, 그것이 삶을 유지하는 작은 힘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잊었던 시대의 추억을 되짚어 보고 아쉬움도 즐거움도 함께 한것만으로도 참 고마운 일이다. 세월을 넘어 작가로써 그들을 기억하는 존재로써 또 다시 그들을 찾아 사진을 통해서 이야기를 담아주는 그는 아마도 작은 행복을 심어주고, 기억하게 해주는 하나의 전령이 아니었을까한다. 


 
책표지의 사진을 보면 아이들의 즐거운 모습에 한참을 보게된다. 우리 아이가 외국인이라고 우기는 모습이 웃기지만, 내가 봐도 70년대 사진과 요즘 외국동네 사진과 큰 차이가 없다. 아이는 참으로 솔직하다. 이중 한명을 찍어서 너랑 비슷한데 했더니, 못생긴 까까머리가 나랑 닮았단다. 이쁜 치아입은 아이를 보면 그럼 엄마닮았나하면서 한참을 같이 웃게 된다. 어려서 골목은 운동장이고, 놀이터이고, 사회의 규율을 배우는 학습장이며, 도화지이기도 했다. 그런 골목이 없어지고 길이 생기며 사람이 사라지고 이야기가 없어져 아쉽다. 이런 길이 요즘의 도인가?

예전엔 참 많이 낙서를 했는데..돌로 슥슥 긁어서 쓰기도 하고, 학교에서 꼬불쳐온 백묵(분필)하나면..^^

    
솥이 걸린 번데기 장사..다정한 할머니의 모습과 창호지 바른 문..어려서 전통가옥살땐 겨울에 정말 밀착해서 살았다. 이불밖에 발이 나오면 어찌나 추운지..부뚜막쪽은 장판이 녹을 정도로 뜨겁고, 윗목은 냉골이고, 문앞은 엄동설한이고...늦은 저녁 아랫목이 요즘 전기밥솥 역할도 하고..

  
요즘 더 보기힘든 바둑이들..그리고 많은 장독들..우리집에 장독이 족히 20개정도는 있었던것 같다. 왠만한건 내가 다 열어봤는데 어려서 하나는 키가 닿지 않는 큰 녀석이 있다. 할머니가 무엇을 항상 숨겨놓은듯 한데..중학교가서 보니 별거 없었다는..

이 사진을 보면 나도 저러고 놀았나? ㅎㅎ 그래도 텔레비젼에 나오고 싶은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것 같다. 

사라져 버린 아이들만큼 길은 삭막하다. 밤길은 더 으시시하고..자동차위에서 아이들을 구경하는 강아지만큼의 여유가 언제나 생길까? 떠오른 공을 기가막히게 잡아낸 것도 대단해 보인다..

이 사진들을 보면서 쓰리랑부부, 행국이의 추억이 생긴다. 많이 본 사진이 김기찬이란 작가의 모습이었다니 우리가 잊고 있었지만 작가는 우리의 삶에 더 가까이 있었다는 생각이다. 특히 마지막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모습속에서 그는 참 행복하지 않았을까 상상한다.


  
나도 이런 도라무깡(드럼통)으로 만든 참새집(요즘 포장마차)에 아주 어려서 아버지 약주할때 덤으로 돼지갈비를 정말 맛나게 얻어먹은 기억이 있다. 이런 행복감을 주는 사진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그 옆의 그가 만나고 싶다는 사람들..삶이 아니라 그는 골목이란 일상속의 행복을 잡아내고 기록한것이라 생각을 더 갖게 한다.

빨래집게 왕관을 하거나, 달력사진에 자신의 얼굴을 넣어보는 아이들을 길에서 만나기는 어려울 듯 하다.

아마도 없어져 가는 도시속의 삶의 터전을 한복을 입고 돌아보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이 사진을 통해서 조금 알게 되는 것 같다. 돌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주저할지 모른다. 아니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기억과 추억은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내 삶에 무엇을 담을지에 대한 생각과 별도로 나의 기억을 잘 담아둘 공간도 필요한 것 같다...사진의 여백만큼..

728x90
반응형

'소설_예술 (冊)'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의 공장  (0) 2014.07.23
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  (0) 2014.07.20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0) 2014.06.27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0) 2013.12.20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1916~1956  (0) 2013.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