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_예술 (冊)

광장 - 최인훈

by Khori(高麗) 2018. 8. 30.
728x90
반응형


 알 수 없는 나만의 밀실에서 벌어지는 무력감을 벗어나기 위해서 시작한 책 읽기다. 그런 오솔길을 따라서 지금은 7백 권에 가까운 책을 읽고, 근 3백 여편에 가까운 영화를 본 듯 하다. 그 길이 어떤 광장으로 이어질지 모르겠다. 또 나도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그 과정에 있는 나는 잘 알지 못한다. 타인이란 거울을 통해서 이해할 수 밖에 없다. 


 이웃집에 들렀나가 써 있는 한 구절이 호기심을 끌었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내가 품고 있던 꿈이 무었이었는지, 어떤 꿈이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앞으로의 꿈이 무엇인지 막연하다. 앞으로 해야할 일, 가족을 살피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과 꿈은 다르다. 꿈은 바램 그 자체다. 그런데 그런 바램이 적다는 것이 가끔 무력감을 준다. 그런 같은 생각의 문구는 나에게 호기심을 준다.


 나는 최인훈 작가를 알지 못한다. 그 구절을 따라서 선택한 책이 그의 작품이다. 여러번의 재판발행과 덧붙인 서문보다 초판의 서문을 읽었다. 밀실과 광장에 대한 글이 좋다. 뒷문장에 눈이 가지만 앞문장에 마음이 간다. 


 "어떤 경로로 광장에 이르렀건 그 경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그 길을 얼마나 열심히 보고 얼마나 열심히 사랑했느냐에 있다.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과장이다"


 책의 배경없이 읽기 시작하면서 이 책이 해방전후부터 한국전쟁 이후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명준이라는 인물이 나의 밀실에서 반짝이는 것을 향해서 이어진 길의 끝에서 만나는 다양한 광장을 헤메인다. 마치 인간의 삶처럼, 우리 나라에 남은 다양한 이야기를 품어낸 셈이다. 


 그 시기가 사회주의, 공산주의, 민주주의, 전통적 유교와 식민지 잔재의 의식까지 다양한 사상적 배경과 이런 사상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행위, 정치가 혼돈된 시간이다. 그 복잡하고 혼탁한 시대의 역사적 배경을 그리는 이유가 그 시대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한 것인지 알기 어렵다. 


 슬픈 역사이지만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선택과 나아간 길을 또 다르다. 그것이 합쳐서 역사가 되지만 작가 그려낸 이명준은 자유로움을 지향하지만 선택한 광장의 질식, 밀실의 자유로운 생각, 도피처로서의 사랑과 좀더 자신에 솔직한 사랑과 제약을 체험하며 결국 선택을 한다. 중립국도 다른 광장의 변증법적 합이 아닌 자신의 순수한 의지가 아닐까 한다. 자살을 예견하는 그의 삶도 순수하게 자신이 결정하고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적인 선택이다. 이를 통해서 그의 자유의지를 확인하는 셈이다. 


 변화의 시간에 밀실에서 자유롭고, 광장에서 자유롭지 못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환경에 의해서 개인들이 타락하고 숨막히는 광장을 체험하며 개인의 자유를 박탁당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랑도 타인의 마음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내 마음의 타인을 내 정성을 다해서 품는 것이다. 시대를 품은 아픈 이야기지만 지금의 나에게 삶을 살아가는 것과 또 다른지 않다.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60년 쯤 된 책인데, 읽어 내려가기가 쉽지 않다. 글을 통해서 다시 변화의 시간이 적지않음을 안다. 시대가 바뀌고 우리가 바라는 광장과 밀실도 바뀌었다. 하지만 이명준이 바란다고 생각하는 자유는 지금도 소중하다. 그런데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 있는 나를 바라보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끝없는 실수를 거듭하고 끝없이 뉘위치고 사는 내가 못마땅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이런 구절이 내 마음과 머리에 감긴다.


 무언가 마지막 것을 얻기만 하면 다시 생각이란 이름의 화냥년을 잠자리에 들이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으며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