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일어났더니 허리가 찌뿌둥하다. 늦게 밥 먹고 앉아서 책을 읽으니 몸이 근질근질하다. 동네 산보를 가려고 했더니 마침 분무기로 뿌리듯 비가 보슬보슬 흩뿌린다. 조금 구경을 하고 있는데 비가 작은 눈송이를 만들어가고 기분이 좋다. 하늘은 칙칙한 잿빛인데. 발걸음을 떼니 다시 눈도 시들해진다. 펑펑 내리던가? 감질나게 날씨가 이랬다 저랬다 하네. 조금 더 걷다 보니 막상 어디 갈 곳도 마땅치가 않다. 일찍 나왔으면 영화라도 한 편 보면 되는데,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동네 서점 근처에 다다랐다. 김유신은 술집에 간 말의 목을 쳤는데,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서점까지 온 다리를 칠 생각은 한 푼도 없다.
서점 이곳저곳을 돌아보면 신간을 보니 특정 부분에 집중하지만 꽤 익숙한 표지들이 많다. 많이 익숙한 녀석들은 얼굴을 성형했어도 집에 있을지도 모른다. 경영, 경제라고 퉁쳐놓은 구간을 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돈의 법칙, 부의 법칙, 부자가 될 것 같은 아무런 방법, 이렇게만 해라'등등 이런 책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영이란 업이 번창하도록 운영하는 것이고, 부란 물질적 축적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인문학 코너로 발을 옮겼다. 여기도 익숙한 책들도 많고, 처음 보는 책들도 많다. 몇 천년째 반복되는 책들도 있고. 소설코너를 보다 집에 읽다 말다 하는 중인 '파친코'와 '담덕' 시리즈를 생각하며 지나쳤다.
할 일 없이 왔으니 아무 일 없이 발걸음을 집으로 향했다. '3-4 천보 걸어줬으면 무리했지'라는 위안을 삼으며 아까 하던 생각으로 다시 이어졌다. 그 많은 부에 관한 책이 효과는 있는 것일까? 그렇게 많은 책이 나오고, 판매부수만큼 복붙으로 펼쳐졌는데 왜 세상은 아직도 헝그리한 사람이 넘쳐날까? 헝그리한 것도 물질적으로 그러할 수 있고, 정신적인 욕망과 현실의 불일치로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로 구분할 수 있겠다.
'아하? 그래서 자기 계발성 무용론이 나오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퉁쳐놓은 경영 경제 관련 서적이 깊이를 더하는 책과 세상사람들이 답만 구하는 약삭빠름에 발맞춰 본질보다 기술적인 '이렇다더라'라는 책은 아닐까? 그런데 왜 이런 책은 계속 나오고 팔리고 반복되지만 부자가 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을까? 걸어오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도 부자는 아니다. 중산층이라고 겨우 불릴 수준에 가깝고, 그 자리를 지키려고 노력할 뿐이다. 요즘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여러 가지 이렇게 저렇게 생각이 뒤죽박죽 의도치 않게 움직인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현상이 변하는 것과 본질이 변하는 것을 구분하고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현재만 눈에 남았다고 생각하지만 파노라마처럼 지나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냈다는 부의 법칙, 부자가 되는 법은 대개 몇 년 전의 환경에서 이룩한 일이다. 갖고 있던 생각이라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일반화된 이론이 되지는 않는다. 일부가 아주 쓸모없어 보이는 일반적인 말로 남는다. 듣고 나면 짜증 나는 '공부해라'(뭘?), '열심히 해라'(뭘??), 열정을 갖어라?(뭘???) 이런 생각이 머리 위에 말풍선처럼 떠다닌다. 틀린 말도 아닌데 현실과 차이로 짜증만 난다.
각자 말하는 이런 법칙들이란 것이 사실 '내가 이렇게 해봤더니 잘 되더라' 정도로 생각하면 마음이 아주 편하다. 르까프라는 운동화가 아니라 이 말은 Citius, Altius, Fortius라는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라는 말이다. 결국 어떤 사람이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었다면 그 방법으로 성공하기 위해서 우선 모방을 하고 르까프하면 될 것 같다. 아마 '초격차'와 같은 의미가 이런 의미일 것 같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하려면 변화를 주어야 하고, 그 변화가 세상의 변화에 부합하면 된다. 말은 쉽지만 이러다 내가 먼저 죽어나겠지. 그들이 책을 쓰고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범인은 아니니까? 어째 나랑 잘 안 맞고, 반드시 잘되는 것도 아니고.
그럼, 그들이 한 방법을 이용하되 '더 느리고, 더 낮게, 더 약하게'해서도 가능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것도 필요하다. 동일한 생산량과 생산성을 유지하며 더 느리게 할 수 있다는 말은 더 빠르게 하는 말과 다르지 않다. 비용과 원가를 더 낮게 하며 같은 효과를 내는 것도 현실에서 하고 있다. 자원을 덜 투입하고 같은 효과를 낸다면 이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떤 분야는 리버스로 르까프해도 된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게 떠 오른 다른 생각은 르까프를 해버리던, 리버스로 르까프를 해버리던 그들이 한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다. 인간의 힘으로 불가능하지만 당구공을 당구대에 12바퀴 정도 돌리면 거의 다 맞게 되어 있다. 이런 걸 혁신이라고 하면 욕을 먹겠지. 그러나 기술이 발전해서 컴퓨터의 속도가 발전한 과정, 통신 속도의 발전과정을 생각하면 이것도 혁신이라고 불린만한 곳이 존재한다.
기술과 세상 문명의 변화가 발생하면 환경이 바뀌고 환경의 변화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꾼다. 생각의 혁신은 훨씬 난해하기도 하고, 훨씬 유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람만큼 변덕맞은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빈틈은 언제나 있다. 그럼 생각이 변화하길 기다릴 것인가? 생각이 변화하도록 무엇을 해 볼 것인가? 생각이 변화할 환경을 만들어 볼 것인가? 그럴싸하다고 확률이 항상 높은 것은 아니다. 어쨌든 작은 실험과 현실에서 검증해 보는 수밖에.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하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실제로 해보고 있는 중이다. 당연히 안전빵을 기본으로 하면서. 왜냐하면 성공하는 위험한 방법도 필요하지만 전략 1순위는 뭘 해도 망하지 않는 방법이 우선이다. 축구에서나 닥치고 공격이지, 나라가 망할 수도 있는데 선수비, 후공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게 브라질 기본 전략이다. 닥치고 공격을 선택하는 상황은 이래도 망해고 저래 망해는 선택권이 없는 경우에나. 돈키호테처럼 할 때가 있다고 모든 걸 돈키호테처럼 풍차로 매번 달려들 수는 없는 일이다.
이쯤 되면 정리정돈이 안 된다. 노화 현상을 떠나 내가 계산할 수 없는 일은 계산하지 않기로 한다. 급격히 피로감이 생기기 때문이지. 하지만 책들이 말하는 나만의 방법, 이렇게 하니 되더라는 좋은 사례다. 그럼 난? 결국 나만의 방법을 찾아서 책을 낼만큼 하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정신 나간 무모한 생각일까? 기력도 예전만 못한데.
대부분 일하며 할 방법만 찾는다. 안 할 방법을 찾는 사람이 확률은 낮지만 혁신적인 방법을 찾는다. 머리를 훨씬 더 많이 쓸 것이고, 당연히 그것만 하면 망할 수도 있다. 인생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조금 확실한 것은 '내가 이렇게 해보니 잘 되더라'에 관한 책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끊어질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어떤 규모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런 사례는 ideation에 도움이 된다. 문고리를 찾는 것은 나의 몫이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작게 시작할 수 있고, 크게 시작할 수 있다는 차이가 중요한 것 같지만 결국 인간이 만드는 크기가 필요한 상황에 적합한 확률이 중요하다. 호떡 크게 붙여서 같은 가격이면 고객만족이고 결과적으로 나는 불만족이거나 단위단 노동력과 비용을 훨씬 많이 투입해야 같은 결과를 얻을 뿐이니까.
나만의 방법에 변덕스러운 사람을 많이 고려해야겠다. 고객만족? 이게 중요한가? 고객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이러다 보면 엉뚱한 걸 만족시키고, 말도 안 되는 것을 만족해 보겠다고 난리를 치고 뉴스에 나온다. 이건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 문제다. 만족이란 어떤 사람의 문제, 욕망, 필요를 해결해 주고 얻는 결과다. 협력사를 만족시키는 것보다, 그들의 사업이 잘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우선할 것은 나부터 똑바로 자기를 지키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렇게 하면서 내 방법을 찾아야 하니 머릿속이 복잡한 것이 당연하구나. 세상 쉬운 게 없어. 오늘은 머리를 그만 굴려보기로. 배고프다.
#천상잡부 #잡생각 #세상의법칙 #나만의법칙 #헤메는중 #어떻게든되겠지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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