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늦게 영국 시골을 돌아 런던에 도착했다. 수험생 녀석은 성적이 기대만큼 안 나온 듯하다. 점수도 안 나왔는데 내년에 다시 보겠다고 누웠다. "수고했어"라는 말을 전했다. 이렇게 기분이 내려앉을 땐 불편하다. 그 불편함의 속을 걸을수록 더욱 기분 나쁜 미로를 걷게 된다. 그럴 때 걷는 것이 제일 좋다. 사람들의 활기, 역동성, 에너지를 느끼며 시장을 걷는 것이 내 한 가지 취미다. 새벽 남대문 시장의 순두부찌개가 참 맛있었는데,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다. 광장시장에서 먹는 잔치국수, 녹두전이 맛있기도 하다.
마침 Regent Street Switch On행사를 한다.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온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시내로 나갔다. 어차피 밥도 먹어야 한다. 저녁을 먹고 돌아오며 다음날 미팅을 생각했다. 생각만 했다. 어차피 마주하면 알아서 될 것이다. 큰 문제없이 잘 끝냈다. 이런 복잡한 시기에 출장과 벌어지는 주변 상황이 그냥 팔자려니 한다. 어차피 다가오는 미래는 내 행동과 영향이 지대한 공헌을 한 결과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 캠든 마켓을 가보기로 했다. 이 곳이 영국 3대 마켓인지 모르고 출발했다. 지난번에 전시회 때 직원들 때문에 가본 버로우 마켓 (Borough Market)이 기억났다. 많은 농수산품과 와인을 먹을 수 있었다. 여기에 캠든 마켓(Camden Market)과 포토벨로 마켓(Portobello Market)이 영국의 3대 시장이란 걸 나중에 알았다. 패딩턴에서 동물원을 돌아서 쭉 걸으면 캠든 마켓에 갈 수 있다. 처음 20분 정도는 전형적인 영국의 주택가를 걷다 나머지 40분은 작은 하천을 따라 산책로를 걸으면 된다.
저녁엔 음산하겠지만 Lady-A라는 배가 천천히 지나간다. 건너편에는 크고 고급스러운 저택들이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젊은 사람들이 흥정을 하고, 다양한 민족과 문화, 음식이 있다. 그래도 어린이 입맛에는 핫도그가 제일이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만드는 레시피를 보면 만들어 먹어도 되겠지만, 빵이 관건이다. 아니면 간단하게 바게트로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산책로들 따라오면 바로 음식을 먹는 거리가 나온다. 건너편에 좀 더 좋은 시설의 식당이 있지만, street food도 나쁘지 않다. 비가 조금씩 내려서 그렇지,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많다. 기념품은 영국 시대가 대동단결이다. 아주 특색 있는 무엇인가를 찾기는 어렵다. 그런 쪽은 그림과 아트 관련 제품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을 구경하고, 그 사람 속에 흐르는 음악을 즐기면 걷는다. 그렇게 조금씩 나도 활력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두바이에 가면 이런 터키 등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화려함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국내 터키 대사관에서도 직접 만드는 체험교실을 운영한다. 가게 안을 들여다보면 신밧드의 모험, 알라딘, 지니도 생각나지만, 시장인지라 두바이 수크가 생각난다. 이런 등은 한 개보다 이렇게 모여 있을 때 멋지다. 여기에도 일본 캐릭터 가게들이 생긴다.
마켓을 둘러보고, 천천히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지하철 역을 향하는 길에 정박한 배들이 보인다. 저 안에 들어가서 구경하며 작은 하천을 오가나 보다. 내 생각에는 걷는 게 훨씬 좋다.
마음이 바뀌어 2층 버스를 탔다. 빨간색이 아니라 하얀색이다. 돌아보니 27년 만에 처음 이층 버스를 탄다. 처음 타본 이후로 지하철만 탄 것 같다. 이층에 자리를 잡고 오늘도 묶어야 할 일회용 집으로 향한다. 승차감은 조금 별로지만 시내를 구경한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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