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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출장 (行)

길을 걸으며 사람의 활력을 느낀다 2 - 길을 걸으며 사람의 활력을 느낀다 2

by Khori(高麗) 2019.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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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 체크 아웃을 하고 저녁 비행기까지 시간이 남아서 걷기로 했다. 옛날 영화 '노팅힐'의 배경이라는데  영화 본 적이 없다. 살인적인 물가의 런던에서 딱히  일도 없다. 펑펑 남은  시간을 어제처럼 걷고, 비행기 타면 정신없이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영국에서 보면 유머러스하고, 인간의  마음을 그대로  놓은 문구를 이곳저곳에서   있다. 그런 문구를   사진에 담아둔다. 오늘은 "Life is Beautiful"이란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개구지게 british breakfast의 계란에 장난을 해봤다. "달걀을 어떻게 해줄까?"라고 물어봐서 "sunny style"이라고 했더니 환하게 웃던 아저씨가 생각난다. 이번 출장은 매일 다른 호텔이라 피곤하다.

 

 

 이곳은 느낌이 조금 다르다. 버로우가 가락시장 같은 느낌이라면 여기는 Portobello Market은 캠든과 버로우가 동네에 아기자기하게 스며든 것 같다. 경쾌하고 탄력 있는 드럼의 연주가 귀를 솔깃하게 한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할아버지,  할아버지한테 장사가 안되는지 욕을 해대는 아저씨까지 다양한다.

 

 요즘은 어디서나 한국사람을 볼 수가 있다. "얼마라고 한 거지?"라는 한국말에 나도 모르게 "1개에 15파운드, 3개에 30파운드래요"라고 대신 답을 해준다. 젊은 처자 둘이서 "우리 엄마도 첫사랑, 아빠도 첫사랑, 이거 대단하지 않아"라는 한국말도 들린다. 나이가 들면서 혼잣말도 는다. 나도 모르게 "애들한테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하면 안 되는데!"라는 말이 아주 조그맣게 중얼거린다.  이야기를 듣던 직원이 자지러지게 웃는다.

 

 

 

 

 

 시장 초입에 과일 가게들이 있다. 체리는 한국이나 영국이나 비싸다. 체감적으로 영국의 50% 정도가 한국 물가다. 7.99파운드의 체리보다 1.5파운드의 블루베리를 샀다. 맛보기로 준 딸기보다 훨씬 맛이 좋다. 거리로 나온 빵집도  먹음직스럽다. 중간중간 음식을 파는 가게의 무쇠솥이 세월을 느끼게 한다. 연주하는 아저씨가 보이는 길로 가면 쇼핑을   있고, 뒤편으로 가면  먹자골목이 있다. 일정한 공간에 인도, 인도네시아, 이름모르를 아프리카(?), 스테이크, 핫도그와 같은 다양한 음식을 판다. 한국 부부가 떡볶이, 김치전, 김치를 팔고 있다. 눈빛이 마주치자 자연스럽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주고받는다.

 

 영국 마그네틱은  별로다. 흔한 주소는 특히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서울특별시 00구 00동 000-00번지"같은 빈티지 주소 마그네틱을 판다면 망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괜찮은 마케팅이다. 런던 시내가 정찰제다. 제품도 공급자가 같다. 하지만 흥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아이들 주려고 후드티를 샀다. 아이들 스타일로  사지 말라는 잔소리가 많지만 이번엔 다들 좋아한다. 

 

 포토벨로 마켓에는 빈티지 제품들이 있다. 위에 명패들은 문에다 붙이는 것인가? 12세기 금속활자를 북한에서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저럼 명패에 잉크를 찍어서 인쇄하면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금속활자를 파는 아가씨를 봤다. 레퍼토리는 한국이나 영국이나  똑같다. "우리 아버지가 한 땀 한 땀 정교하게 만든 금속활자입니다" 크기에 따라 가격차이가 크고, 음각, 양각이  다르게 되어 있다. 작은  하나 샀다. 그러고 보니 잉크가 없다. 나침반은 원래 중국에서 제일 먼저 만들었는데.

 

 

 연적 모양의 작은 돌이다.  위에 경구들이 쓰여 있다. 서류를 눌러놓는 용도 같다. 가르치는 것보다 영감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쓰여있다. 

 

 

 옛날 권투 글러브인데, 그냥  가죽장갑 같다. 저걸로 시합한다면 생각만 해도 정신이 번쩍 든다. 

 

 

 미니어처는 여기도 있다. 햄리스 가게에 많다. 러시아의 벼룩시장에는 손수 직접 그리는 아저씨들도 있다. 디오라마까지는 아닌데 모양이 다양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악기 미니어처다. 하나 사고 싶지만 가격이 14~18파운드나 한다. 

 

 

 FIXED PRICES에서 주인장의 의지가 보인다. 이건 빈티지라 할인해   없다는 말이다.  말은 사실 믿거나 말거나다. 보물섬 만화에 나오는 망원경, 나침반, 오른쪽은 컴퍼스와 각도기가 함께 이루어진 듯하다. 엄청 무겁다. 

 

 이 녀석들도 빈티지 자리 한 칸을 차지하고 있다. 스님 마빡에 붙은 15파운드와 미소가  어울린다. 

 

 

 오늘도 핫도그를 먹었다. 이것저것 아이들 옷도 사고, 금속활자도 샀다. 핫도그는 캠든 마켓이 훨씬 좋다. 여기도 나쁘지는 않다.

 

 

 

 호텔에서 짐을 찾아 공항에 도작했다. 연말 크리스마스 분위가 무르익는다. 공항 앞에도 멋진 트리가 서있다. 아이폰의 고스트 현상 때문에 밤하늘에 은하수처럼 트리가 반사된다. 우연이 좋은 일들을 몰고 오기도 하고, 낭패를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지만 오늘  "Life is beautiful"이라는 말을 되새긴다. 이렇게 많이 시장 곳곳을 걷다 보면 무엇을 고민하고 걱정했는지 잠시 잊고 나를 돌아보게 된다.

 

#Portobello #포토벨로마켓 #런던 #출장 #자유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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