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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출장 (行)

앵두 같은 입술을 같은 미인 - 대만국립고궁 박물관

by Khori(高麗) 2019.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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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일 미팅은 주말을 날린다. 장거리 해외출장이 부러워 보이는 사람이 많지만 현지에 도착해서 생체리듬이 바뀌면 힘들다. 주말에 길을 떠나는 것이 가족에서도 점점 익숙해지는 현실이 좋다고 할 수 없다. 짧은 거리라도 집에서 공항을 가는 시간을 허비하면 아무런 보람없이 하루가 간다. 읽으려는 책도 눈이 침침하고, 피곤하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번 대만 출장은 조금 이른 비행기를 택했다. 어디서 노닥거리는 것보다 가능하면 박물관이라도 한 번 구경해 보려고 했다. 어차피 시나브로 흘러갈 일요일이다.

 

 월요일 고객하고 이야기를 하다 처음왔을 때 무엇을 했냐는 질문에 옹색한 답을 했다. 7년 전 그땐 '공항 - 호텔 - 전시장 - 호텔 - 전시장-호텔-공항'이라고 했더니 한참을 웃는다. 타오위엔(桃園)이란 도시에서 만났으니 결의(結義)만 잘 하면 된다고 했더니 부사장이 미소를 띈다. 서로 삼국지와 마침 부사장님도 '쓰마이'(대군사사마의)를 재미있게 보았다며 담소를 나눴다. 이렇게 동양삼국, 동북아시아는 문화적 배경이 비슷하다. 고대의 역사속에서 보이지 않는 선이 서로 얽혀있다. 그래서 아시아는 항상 재미있다.

 

 다시 일요일로 돌아가 박물관을 잠시 둘러보자.

 쑨원의 정신을 볼 수 있는 천하위공(天下爲公)이란 현판이 보인다. 날이 청명하고, 따뜻한 햇볕, 시원한 바람이 사람을 기분좋게 한다. 길거리엔 겨울과 여름 복장이 난무하고, 달리는 버스에는 한국어가 LED로 표현된다. 같은 글씨에서 같은 뜻을 이해하지만, 다르게 소리내고  조금씩 다르게 행동한다. 공항에서 한국사람에게 무료로 나눠주던 교통카드의 친절함과 대만에는 한류가 한국에는 대만의 문화가 조금씩 자리잡는다. 우방에서 조금 서먹한 국교가 장개석이 대만으로 옮겨올 때의 처지만큼 서글프다는 생각이 든다. 마침 협력사 이사의 아버지가 장개석과 함께 대만으로  군인이란다. 한국이라면 임시정부 인사라고 해야하나?

 해태인가? 박물관을 지키는 신물이 좌우로 자리를 잡고 있다. 반듯한 길이 시야를 더욱 밝게 해준다. 좌우의 푸르른 나무와 야자수로 인해 건물이 산속에서 빛나게 배치되었다.

 

 큰 정(鼎) 있다. 발리 내게인데 어마어마하게 크다. 건립일이 멋진 한문글씨체로 씌여있다.

 

  극일과 반일의 시대조류 때문인지 일요일에 한국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 어르신 관광객들도 많다. 조금 껄렁한 자세의 한국 큐레이터(관광 가이드라고 생각하나 설명을 하기에), 하나라도 열심히 설명하려는 나이는 한국 큐레이터, 설명하며 전시품을 열심히 보는 나이든 일본인 큐레이터등 대만에 동양 3국의 사람들이 분주하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친절하다. 지금 고궁박물관이된 경복궁 옆 박물관, 용산으로 옮긴 국립박물관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전시시설이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제1 전시관으로 들어가는 입구, 사진에 잠시보인 NO smoking mark가 갑자기 NO JAPAN symbol처럼 보인다.

 

취옥백채

 3층부터 관람을 시작했다. 다양한 주제의 관들로 아기자기 하게 구성되었다. 동료가 지난번에도 취옥백채와 육형석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취옥백채가 나와있다. 정교하게 깥은 배추와 메뚜기인지 여치가 조각되어 있다. 호사가들의 입담때문에 유명해진것 같다. 정교하고 옥을 가공하는 중국(대만과 중국을 하나로 보면)의 기술은 대단하다. 그러나 육형성은 보지 못했다. 고기모양의 돌이라고 되어 있는데 출장중이시다. 언제 복귀하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대신  엽에 화려하게 장식된 그릇과 옥으로 만든 촛대가 있다. 화려함이 넘친다. 

 

 이 미인은 눈에 확 들어온다. 한국인 큐레이터가 "시대마다 미인에 대한 정의가 다릅니다. 저 앵두같은 입술을 보세요"라며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열변을 토한다. 그러나 나에겐 현대의 시각과 미적 개념이 누적되어 있을 뿐이다. 

 고대의 예술품을 보면 불경한 말이지만 못생겼다. 틀어올린 바니걸스 스타일의 머리도 가채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머리가 뚜껑이면 하고 상상하니 웃음이 났다. 무엇보다 앵두같은 입술보단 불독만큼 도톰하고 쳐진 볼과 턱살이 한 번 손으로 콕 찔러보고 싶다는 상상을 했다. 얼굴에 비해 중앙으로 몰린 감각기관과 그림처럼 우아한 눈썹은 사람을 눈낄을 끄는 것은 사실이다. 사진으로 다시 보니 목도 두툼하신것이 힘도 좀 좋을 듯 하다. 그렇다고 상상을 말로 옮겨서 굳이 잔소리를 들을 필요는 없다.

 

 캘리그래프 펜처럼 가지런하게 놓기 도구를 보면 과거의 펜시 문구같다. 왼쪽으로 섬세한 문양을 보며 처음에는 이쁘다는 생각이 들지만 바로 안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만약 내가 수 백년 전에 태어나서 저걸 만들어야 한다면 환장하겠지. 목숨이 걸리면 막 만들기라도 해야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옥을 이용한 전시품이 엄청나게 많다. 정교한 세공기술을 보다 동료들에게 "지금 태어난게 다행인  알아라" 했다.  천년전쯤에 태어나면 일일이 저걸 깍아야 하는 일을 한다면 이건 절망이다.  옥의 원석과 작품을 보면 더욱 그렇다.  번의 실수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 왕이 시켰는데 하나밖에 없는   옥을 망쳤을 뿐만 아니라 다시 구할수 없다면 인생 종치는거 아닌가? 동료들이 감상을 하나가  때문에 한참을 웃었다. "어떻게 그런 상상을 해요!"라는 구박을 하다 자기들도 재미있는지 깔깔거린다. 구박은 왜 하는거야?

 

 중국의 도자기는 유명하다. 달리 이름이 China인가? 한국의 청자와 백자가 유명하다지만 경매 최고가는 중국산이다. 이번에 보면 여기는 강렬한 빨강, 청록색, 이슬람문화권과 비슷한 노란색의 자기들도 많이 전시되어있다. 한국은 중국과 맞닿아 있지만 중국은 중앙아시아, 러시아, 이슬람 문화권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접점이 있다. 

 고대 시대의 정(鼎)이 시대에 따라서 엄청나게 전시되어 있다. 상나라의 큰 정이 잘 전시되었다. 이쪽이 우리 조상과 또 연결되었다고 봐야지라는 생각이 들어 더 관심있게 보게된다. 많은 서화, 기록들이 있고, 문씨 집안 내용이 있었는데 배경지식이 부족하니 이해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돈도 안내고 관광객을 졸졸 쫒아다니기도 그렇다. 3층을 다보고 나면 다리에 살살 조짐이 온다. 정지해서 서서 바라보는 것이 보기보다 힘들다. 거의 박물관을 보는동안 15000보를 걸었다. 이것도 마지막엔 다리에 온 피곤으로 성큼성큼 걸으며봐서 그정도다.

 

 전시장의 공간 구문을 하는 곳에 이렇게 다양한 문양의 막이 있다. 보기보다 괜찮다.

 

 과거의 유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공간에 스테레오 카메라를 이용해서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프로젝터을 이용해서 작은 시냇가를 만들었다. 사진에 발이 나왔는데 개울가에 힘들어 앉다보니. 손으로 흐르는 시내를 만지거나 위에서 움직이면 사람의 손에 따라서 물결이 움직인다. 과학기술을 이용한 소소한 체험이다.

 

 요즘 잠중록을 보고 있는데 빨간 물고기가 재미있다. 그림, 낙관, 도장 장식도 다양하게   있다. 그림도 있지만 제작하는 과정을 그림으로 상세하게 그려두었다. 지금보면 작업공정도를 시각화한 것이다. 그림이 있는 공간을 보면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수묵화에서 겸재의 그림과 같은 채색의 스타일도 보인다. 그런 산수화에는 한국과 중국 모두 소동, 노인, 나귀, 정자, 선비의 모습이 함께 남아 있다. 그런 평온한 세상을 동경하는 같은 마음을 본다. 그러고보면 신윤복은 그림은 차별화된 영역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시간을 기다려 간송 미술관을 다녀온 보람이 있다. 그리고  엉뚱하게 사람들의 로망은 "놀고먹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보다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청대의 작품이다. 세공의 기술보다, 파란색 돌이 눈에 뛴다. 파란색 돌을 본적이 있었던가?  돌에  무엇인가를 빼곡하게 기록했다. 글씨를 보면 한문 서예를 배워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아는 글자가 없으니 배워도 쓸만한 글귀가 있겠는가라는 자조 섞인 웃음이 나온다.  사람은 분수것 살아야 한다.

 전시관 앞의 설명보다 몬드리안의 그림처럼 인상적이다. 여기부터는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는 일층이라..

 

 도록은 비싸고 무겁고, 눈에 들어온 것은 가격이 어마어마 하다. 요즘 은백색의 메탈 재질에 손이 많이 가는데 만만한 책갈피는 샀다.

 

 환할  들어선 박물관에서 6:30분 관람 종료를 알린다. 시간 맞춰서 나오니 그래도 겨울인지라 날이 빨리 저문다.  덕에 박물관 야경을 보게되었다.

 

 처음 진입로 옆으로 이쁜 길이 있다. 낮에는 몰랐는데 밤엔 조명이 들어와 좋다. 천천히 지친 다리를 두두리며 식사를 하러 길을 나섰다. 밥을 먹으면 또 내일 해야할 일을 다시 정리해야 하는 밤이었다. 그렇게 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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