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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출장 (行)

대만의 도시 속을 걷다

by Khori(高麗) 2019.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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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에 도착한 일요일은 박물관에 잠시 다녀오면 어마어마하게 걸었다. 밥을 먹으러 호텔 쪽으로 이동하려는데 시장에서 가서 street food을 먹기로 했다. 년 초에 다녀온 동료들을 보니, 벌써 입안 가득 먹고 싶은 것들이 넘어가는 것 같다. 나도 활기찬 시장 골목을 둘러보는 걸 좋아한다. 그 후로 올 때까지 고객들과 미팅하고 식사하고, 타이베이와 타오위안을 오가면 여기저기 도시를 걸었다. 사람 속을 걷는 것은 재미있다. 기억나는 것을 적어본다.

 

 

 

 꼬치를 사서 나눠먹고, 유명하다는 음료도 한 잔 마셨다. 시장 곳곳의 모습을 보면 재래시장의 모습이 현대화되는 과정이다. 문득 이 나라도 먹는 시장의 과도한 경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0년 전통의 꼬치집이란 간판을 보면 이 곳에도 터줏대감들이 계신가 보다. 중국과는 또 조금 다르다. 그러나 요즘 중국산 없이 장사하기 힘든 것은 여기도 마찬가지다. 남들 다 사는 마그네틱을 몇 개 샀다. 직원들은 망고젤리를 가족들이 좋아한다고 10개씩 샀다. 

 

 

 

 길 곳곳에는 파칭코, 뽑기가 엄청나게 많다. 시내를 걷다 보면 관우를 모신 사당, 복권가게가 넘친다. 길거리 건물로는 사당, 복권가게, 편의점이 박빙의 경쟁을 한다. 복을 기원하는 문화라고 볼 수 있지만, 현재의 고단한 삶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욕망이다. 아니면 지금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잠재적 심리겠지만 대륙과 달리 차분하고 예의 바르며 인간미가 더 있다. 대륙은 조금 공격적이라는 느낌이 있다.

 

 

 

 

 

 제일 비싼 대판 야끼를 먹었다. 한참 줄을 서서, 제일 비싼 scallop을 동료가 주문했다. 300NT를 하던데 본인의 상당은 엄청 큰 가 비리였으나 동그랑땡보다 작은 관자가 덜렁 세 개 나왔다. 어린이 입맛인 나는 계란을 하나 주문했다. 가격이 싸다고 생각했는데, 옆 집은 파송송 계란말이고 난 프라이를 하나 준다. 심히 괘씸하다고 생각했다. 요리사도 휑한가 다시 주문표를 확인하더니 정상인가 보다. 남들 다 주는 숙주도 안 줘서 계산을 하려다 보니.. ㅎㅎ 간판 메뉴에 친절하게 다 쓰여 있네. 어디나 user fault는 넘쳐난다.

 

 

 

 타이베이 역에서 기차를 타면 타오 위안에 간다. 세 칸, 두 칸의 좌석이 가지런하다. 일본의 신간센과 모양이 아주 흡사하다. 가장 좋았던 것은 플랫폼과 기차의 높이가 같다. 짐을 들고 오르내리기 좋다. 

 

 

 

 미팅을 끝내고 간 횟집에는 개구리를 판다. 동료들은 지난번에 먹었다고 안 먹는다고 하고, 어린이 입맛인 나는 먹을 리가 없을 듯한 추측이 난무한다. 어려서 연탄불에 구워 먹은 뒷다리 맛이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여기 있는 것은 너무 크고 실하다. 회, 오징어 튀김, 국수 등 횟집 메뉴가 다양한다. 볶음밥이 제일 맛있었다. 마지막에 나온 돼지 호빵은 정말 인상적이다. 하나씩 나올 때 들고 나왔는데 고객 이사가 어디 있냐고 물어본다. "pig is dying"라고 해서 다들 한참을 웃었다.

 

 

 

 

 

 둘째 날 점심을 먹으러 간 NINI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나무로 쳐진 담과, 철제 프레임과 이쁜 벽돌로 만들어진 모던 스타일의 건물이 좋다. 입구에 작은 대기공간과 와인병이 가득한 작은 바가 있다. 한자어를 영어로 해서 이름을 만들다 보니 조금 억지스러움이 있다. 메뉴판 표지에 그려진 현대적 그림과 테이블에 놓인 종이에 그려진 수묵화, 돌 받침에 나온 피자까지 주인이 예술적인 부분에 감각이 좋은가보다. 식당 앞에 infinity pool같이 공간을 만들었다. 창문의 음영에 비친 녹음과 따뜻한 브라운 느낌의 실내, 벽을 장식한 그림까지 아주 맘에 드는 식당이다. 가격도 피자가 15,000원 정도면 집, 회사 근처에 이런 가게가 있으면 좋겠다.

 

 

 

 모든 일과를 마치고 복귀 전날 다시 대만 읍내에 끌려나갔다. 훠궈를 먹어야 한다면 야단이다. 런던의 regent street switch on처럼 시원한 겨울의 조명을 통해서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안다.

 

 

 

 

 걷다가 만난 85도 커피도 마셔야 한단다. 소금이 들어갔다는데 커피에 웬 소금? 바닷물이 아닌 건 다행이다. 거품 위에 소금을 살짝 뿌려주는데 맛이 독특하고 괜찮다.

 

 

 

 

 이 곳도 오토바이를 많이 타나보다. 갑자기 나타난 경주 모드의 오토바이를 보고 놀랐다. 마치 베트남에서 고객님이 "야타!" 하며 준 헬맷이 생각난다. 한 5-60여 대가 한 번에 지나간다.

 

 

 

 

 

 밤거리가 시원하지만 따뜻한 남쪽 나라라는 것을 나무를 통해서 알게 된다. 길 곳곳에 사당이 있다. 

 

 

 

 

 

 

 그러다 절은 만났다. 용산사다. 지붕 위가 아주 화려하다. Dragon hill은 삼각지 옆에만 있는 것이 아니네. 대만의 동네를 보면 타오 위안처럼 복숭아 농장, 대나무 농장(고객이 farm이라고 해서)처럼 표현된 곳이 많다. 대흥(大興)처럼 우리도 많이 사용하는 말이 여기서도 흔하다. 절 안의 멋진 인공폭포가 멋있다. 향을 붙이는 곳을 계속 청소하고, 사람들은 불을 붙이는 정성이 쏟아진다. 그 안에 있는 다양한 사람의 간절하고 따뜻한 마음이 보인다.

 

 

 

 

 훠거 집 근처에 다오니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의 서구 양식의 건물이 있다. 동료들은 색과 모양이 옛 서울역과 비슷하단다. 나는 레고가 먼저 생각난다. 유명하다는데 그렇게 볼 것은 없다. 공방과 예술공연 포스터들이 있다. 여기서 본 신기한 타악기가 있다. 마림바, 실로폰은 아니다. 모양은 쇠로 된 요강처럼 생겨서 마림바같은 소리를 낸다. 그것도 요강처럼 생긴 한 녀석이 동시에 여러 소리를 낸다. 

 

 

 

 마지막으로 훠궈 집에 도착했다. 현찰밖에 안 받는다고 해서 내가 한번 부탁해볼까 했더니 무서운 언니가 입장할 때부터 "no card only cash ok?"가 나온다. 음식과 가격, 서비스를 보면 무서운 언니가 까칠한 이유가 있다. 괜찮다.

 

 

 

 호텔에 사용하라고 개방한 맥북 자판을 보며 "이건 노답인데"라고 중얼거렸다. 새로운 세상을 접하면 머리가 복잡하게 요동친다. 그 과정에서 새로움을 더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통점을 다시 한번 짚어본다. 출장이란 목적 달성도 잘 이루어지고, 중간중간 이동 중에 접하는 타이베이의 도시 속 오래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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