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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출장 (行)

Don't ask me where but travel - 3일차

by Khori(高麗) 2020.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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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묻지마 여행을 가면 어떻게 하니?"라는 지사장님 메세지가 왔다. 주말인데 연락이 많이 온다. 출장가야 하는 사람, 지사의 사람들, 지인들까지  그런거야? 배가 아픈게야. 업무적인 메세지엔 "긍께, 000라고 합디다"라는 3인칭 관찰자 시점의 메세지를 남겼다. 왜냐하면 머슴 수발들기 음청 바쁘다고.

 

손오공 벽서사건의 진실 - 오행산

호텔 조식이 맛있다는 달봉이와 어제 너무 많이 먹어서 입맛이 거시기 하다는 별봉이, 주인 마님과 나도 식욕이 용솟음 칠 나이는 아니다. 다행이 햇볕이 나고 파란 하늘이 나타나 기분을 설레게 한다. 호텔 옆 공터에 아침부터 소가 10마리 넘게 돌아다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디로 갔을까?

 

아침을 마치고 오행산, marble mountains, Son mountain을 다녀오기로 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오행산이 부처님 손바닥에 벽서사건을 만든 손오공과 관련이 있다. 바나힐에 부처님 손바닥이 있고, 다낭 읍내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오행산이 있다. 파란 하늘과 볕이 좋은 날씨를 즐기며 도착했다. 베트남하면 유명한 삿갓 모자를 마나님이 사려고 했다. 나이든 할머니가 잘 안되는 영어와 어설픈 한국말로 흥정을 하신다. 뒷자리에 앉아서 노닥거리는 청년들이 웃는다. 무려 2만동(천원)을 깎았다. 아쉬운 표정과 달리 얼려둔 코코넛도 있으니 꼭 먹으러 오란다. 

 

  얼른 매표소를 찾아서 입장권과 엘리베이터 승선권을 샀다. '걸어갈까?'라는 망언은 다시 지탄을 부른다. 고소 공포증이 있는 마나님은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무섭단다. 이젠 달봉이가 옆에서 어깨 역할을 한다. 

 

활짝 핀 연꽃은 오랜 만에 본다. 분홍색은 본적이 많은데 옅노란색은 처음 보는 것 같다. 2D 지도는 고구려 산성처럼 쓱 돌아보면 될 것 같은데 3D의 현실은 다르다. 누가 서서 돌탑을 쌓나 했더니 동굴위에 작은 구멍을 비집고 들어가느라 사람들이 고생이 많다. 주인님 바로 현실적인 GG치고, "댕겨 오니라"라는 자유시간 승락이 나왔다.

오행산 꼭대기에서 바라보니 시야가 확 트인다. 대부분이 평지인데, 오행산 세덩이만 솟아있다. 호텔에서 보이던 언덕이 여기다. 다낭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보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변화가 멋지다. 정상에 올라서서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나니 땀이 주룩주룩 흐른다. 

 

다시 동굴앞에서 주인님을 찾아서 급하게 하산을 결정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서 다시 할머니 가게를 찾았다. 아주 반가운 눈치다. 사실 지나가는 관광객이 얼마나 약속을 잘 지키겠는가? 온 가족이 앉아서 시원하게 음료를 마시고 다시 택시를 탔다. 베트남에서는 500동은 없는 돈이다. 25원정도고 최소 지폐가 1000동이다. 그런데 500동이 나왔다고 택시비를 만동이나 더 받으려 한다. 기사가 잔돈이 없다고 하면 1만동(500원)을 더 내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알아서 1만동을 갖으려고 해서 닥달해서 1만동을 받았다. 운전기사는 25원 손해를 본 셈이다. 내가 영업쟁이라 그런지 알면서 베푸는 것과 눈탱이를 치는 것은 다르다. 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충 1시간 30분이 걸렸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손오공이 근두운의 주행속도를 보면 얄팍하게 찔끔가서 낙서하고 돌아왔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1만2천리는 확실하게 날라갔다가 와야, 달심(오락 주인공)의 늘어난 손이 닫지 않는 곳까지 다녀올 것 아닌가? 

 

햇빛 쨍쨍, 수영을 하자

햇볕도 들고, 파란 하늘도 화창하다. 기온이 25-30도라는 엘리베이터 표시에 따라서 수영을 하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도 벌써 수영장에 나와있다. 그런데 소나기가 온다. 소나기가 오던 말던 물장구치고, 수영하고 잘 놀았다. 내일도 하자는데 날씨가 좋아야 할텐데. 수영을 마치자 혹시나 해서 갖고 온 컵라면을 먹었다. 희한하게 라면은 밖에 나오면 맛이 몇 배는 좋아진다. 사람 입만큼 간사하고 사치스러운게 없다. 

 

수영을 마치고 호이안에 가기로 했다. 여행 계획과 실행 계획에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것도 여행의 묘미다. 사람의 마음도 날씨만큼 변덕스럽다. 그 변덕을 잘 맞추며 지내는 것이 또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다. 호텔 로비에 인상적인 사진이 있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작가가 유명한가 보다. 사진집도 파는데 일상의 모습이 앵글에 잘 담겨있다. 

 

호이안 - 하늘 빛과 사람이 만들어 낸 색의 조화

Grab을 불렀는데 운좋게 큰 차를 저렵하게 타고 호인안에 도착했다. 도시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란다. 15세기부터 무역항으로 동양의 베니스라 불렸다는데 나는 베니스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자연적인 수로와 다리, 배치된 건물을 보면 입지적으로 아주 좋다. 건물이 오래된 느낌이 들지만 그냥 오랜 되어 낡은 것과 역사와 기록을 품은 것은 다르다. 그 안에 인간의 문명과 시간을 건너뛰는 맥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려서 12만동짜리 표를 네장 샀다. 블로그에 보면, 검사를 항상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어글리 코리안이란 비난보다, 가끔 볼쌍사나운 어글리 외국인들을 비판하는 나를 생각해 봤다. 그리고 베트남은 과거 냉전시대에는 적으로 지금은 어느 나라보다 호감을 갖은 이웃이 되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세우고, 문화를 전파한다. 그보다도 인류가 품은 역사의 한 자락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부흥할 필요가 있다. 표 하나 사면서 무슨 생색을 내자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적 사고 입장에서 일을 하거나 서비스를 제공받으면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아래 사진입구에서 가면 내원교를 지나서 호이안 옛 거리로 들어간다. 이 방향에서는 표 검사를 안하고, 반대로 올 때는 표검사를 한다.    

 

사진을 급하게 전화기로 layout처리를 하다보니 시간과 상관없이 뒤죽박죽이다. 내원교를 지나면 야시장으로 향하는 작은 다리가 있다. 파란 하늘속에 구름이 시시각가 변하며 멋진 모습을 만들어 낸다. 중국 아줌마들 얼굴 기록만 남기느라 요란하던데 하늘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 반색한다. 흑백으로 사진을 몇 장 더 찍어보는데 뒤에 오셔서 좋다며 다시 몰려가서 사진을 찍으신다. 거리에 브라질,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다양한 나라에서 출전한 모델과 사진사가 넘쳐난다. 그 중에 한국 사람이 앞도적이다. 

어제 먹은 Cong Caphe에 다시 갔다. 별봉이와 나는 꿀맛의 코코넛 스무디 커피를 시키고, 잠이 안와서 고생한 달봉이는 코코아가 들어간 코코넛 스무디를 마셨다. 가슴이 얼얼하다는 마나님은 우릴 구경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사진을 몇 장찍고 아직 시장기도 들지 않는다. "발마사지 30분에 오천원"이라며 베트남 언니가 말을 건다. 다들 한국 발음이 능숙하다. 별봉이는 호빵파는 아저씨의 멘트를 재미있다고 따라한다. 한시간에 9천원으로 가격을 조금 깍았다. 마나님과 달봉이 별봉이는 발 마사지 체험을 가고, 나는 거리를 거닐기로 했다. 사전 답사의 의무를 겸하는 것이지. 

 

시장까지 쭉 걸어가보니 호치민의 빈타시장 만큼 큰 시장은 없다. 시장의 특성처럼 다들 비슷비슷하다. 베트남 건물은 폭이 6m인가 제약이 있다. 넓게 집을 짓는 허가가 쉽지 않다고 한다. 옛거리는 현대화된 거리와의 차이가 그런 점이다. 또 다른 특이점은 뱃사공도 여인, 마사지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도 여인, 대부분의 가게도 여인이 일을 한다. 어째서 이 땅의 남정네들은 어디서 쳐노는지 그 비율이 매우 낫다. 내 기억에 대한민국 금메달 딴 걸로보면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많지 않을까 하는데, 베트남도 생활력을 보면 그렇다. 그래서 한류가 더 유행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두 나라 남정네들 복받은겨? 전생에 나라를 지켰던가.

 

유명한 회관을 하나 들러봤다. 그 건물 뒤로 관우 관련 건물이 있느데 길을 찾지 못했다. 건물 사이의 좁은 골목을 따라서 들어가봤다. 사람 둘이 지나가면 어깨를 부딪힐 정도의 길이다. 그냥 주택가다. 각각의 건물에 년도가 기록되어 있다. 300년이 된 고택엔 아직도 사람들이 산다. 사람들이 사는데 또 외부인들이 표를 내고 구경을 한다. 삶과 관광이 따로 떨어져있지 않다. 우리나라 같으면 벌써 사유재산, 사생활 보호로 난리가 났을 텐데. 여기도 언젠가 또 그렇게 변해가지 않을까?

 

한참 동네를 한 바퀴 걸으면 사진을 찍었다. 실제로 보면 세월의 흔적, 이끼가 낀 건물이 많다. 노란색의 건물과 홍등처럼 많은 등이 거리에 걸려있다. 파란하늘, 노란색 건물, 붉은 색의 사원, 핑크색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사진을 찍으면 참 이쁘다. 흑백으로 찍으면 해상도가 더 좋다. 흑백사진으로 찍어 본 도시도 맘에 든다. 다시 들어선 좁은 골목길에서 핸드폰을 열심히 하는 어린 여자아이, 꼬치를 굽고 있는 여인까지 모두 호이안이란 도시의 모습이다. 화려한 등, 고택, 강, 배, 하늘까지 다양한 색에 현혹되기도 하지만 색을 뺀 도시의 모습도 아주 담백하다. 차라리 떼로 몰려다니는 씨클로가 성가시다.

 

다시 마나님을 만나서 반미를 먹으러 갔다. 별봉이는 맛있다고 하나 더 주문해서 먹었다. 작년 호치민 호텔 앞 길거리에서 먹은 반미가 제일 맛있었다. 고기를 일본식 꼬치처럼 얼마나 정성것 굽던지 호이안의 반미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부드러운 바케트의 반미가 다들 입맛에 맛나보다. 

 

밥을 먹고 호이안 시장을 돌아 다시 내원교로 향하는데 해가 빨리진다. 그 30분 사이에 도시가 변했다. 온갖 오색 등에 불이 들어오고, 강은 불야성을 이루듯 등의 잔치가 시작된다. 배 한번 타자고 했는데, 마나님은 속이 안 좋다고 시장을 더 둘러보신단다. 베트남에서 살것이 많지는 않다. 나, 달봉이, 별동이가 오색등이 가득한 배를 탔다. 하늘에 마침 반달이 떠서 빛난다. 정말 하늘도 강도 땅도 오색 빛의 잔치속에 빨려들어간것 같다. 

 

남자 뱃사공은 모터보트를 몬다. 낮에 여인들은 모터 없는 배를 몰던데, 이 나라도 참 분석대상이다. 소원초를 주면서 사진도 찍어주고, 소원초를 강에 놓을 때는 알아서 동영상으로 찍어준다. 참 친절한 서비스 개발이다. 이런 서비스가 곧 돈을 더 받기 위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인간이 바라는 행동과 마음을 간파한 통찰력이라고 생각한다. 배를 한 번 타볼까 망설이던 달봉이가 아주 기분이 좋아졌나보다. 마나님은 배는 안타고 호객행위에 혹해서 소원초가 하나 강에 떠내려보냈단다. 다들 바램과 모두의 행복, 건강을 기원한다. 그래서 가족이다.  

 

길에 파는 그림이 참 좋다. 그림은 들고 오기도 어렵고 걸곳도 없다. 마침 오기전에 레고를 하나 샀다. 마나님이 타박을 하길래 할인해서 샀다고 했더니 명언을 하신다. "여자들이 가방살 때 죄다 할인한다고 한다. 어디서 수작을!!" 그림까지 사서 방에 쌓을 자신은 없다. 

 

처음 호이안 출발선으로 돌아와서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가 grab을 뒤적이는 나를 보면 "same same"이란다. 그래 몇 천원차이인데 하고 택시를 탔다. 무려 125원 할인도 해주셨다. 중간에 마나님이 "여기 어제 온 길이란 다른데, 어디야"를 자꾸 묻는다. 나도 호이안은 처음인데 여인들은 항상 남자가 알 수 없는 걸 묻는다. 이게 참 환장할 노릇이다. 그런데 물어보면 여인들은 묻는 말에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꾸 딴 소리를 한다. A를 물으면 B로 처리하는 신박한 기술이다. 그런데 이걸 내가 하면 바로 족치는 조짐이 급습한다니까!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보내고 호텔로 돌아왔다. 마나님이 봉지라면도 하나 갖고 왔다. 기가막힌 비율로 뿌셔뿌셔를 만들어줬더니 별봉이가 황금손 비율이라면 쌍따봉을 날린다. 이렇게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있다. 내일은 다낭 3대 관광지를 돌았으니 느긋하게 푹 자고 먹고 놀고를 지속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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