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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출장 (行)

Don't ask me where, just traveling (1-2일차)

by Khori(高麗) 2020.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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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년초 시무식이고 나발이고 묻지마 여행을 가기로 했다. 새해 가족들의 희망찬 한 해와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출장으로 혼자서 비행기 타는 일이 많은 직업이라, 가족들에게 소홀한 시간이 많다. 묻지마 여행은 가족들의 즐거움과 힐링을 위한 봉사활동이다. 여행사보다 편하다는 소리를 지금까지 듣고 있으니 그럭저럭 성공적이지만 음청 힘들다. 왜냐하면 가족여행에 불평, 불만은 대역죄이기 때문이다.  

1일차 

출발

새벽부터 전날 사둔 꽈배기와 두유를 뎁히기 시작했다. 준비해둔 김밥도 차렸다. 아침을 잘 차려먹고, 천천히 지하철을 타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버스를 타지 유난이라는 마나님의 타박이다. 집에갈 땐 버스타자고 했다. 

 

공항도착 (Incheon)

여행 일정을 준비하고, 호텔 예약과 비행기 예약을 혼자 했다. 아이들 여권이 6개월이 남아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공항에 도착하니 정확하게 6개월이 남아야 해서 승선거부가 발생했다. 11시 10분 비행시간까지 주어진 시간은 1시간 40분. 친절하게 "긴급여권" 발급제도를 설명해 주신다. 10시 30분까지만 발급 받으시면 태워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2층 민원실로 달려가 신청했다. 여권 사진을 찍는데 만원짜리가 없다. 친절한 직원이 5천원짜리를 탈탈 털어서 5만원 권을 작은 돈으로 바꿔주셨다. (복 받으실 꺼에요!! 다음에 오신 아주머니 지하 은행으로 가셨다) 군미필 아해들을 처리하는데 딱 10시 30분에 여권을 받았다. 빠른 업무처리를 해 주신 법무부 공항 출장 직원분들께도 감사드리고, 대한항공 언니, 아주머니께도 복 받을꺼라고 생각한다. 뭐가 좋은 일이 생기려고 하나보다. ㅎㅎ

 

공항도착 (Da Nang)

베트남은 출장으로 호치민에 가보고 다낭은 처음이다. 내리자마다 아해가 화장실을 간다고해서 기다렸다. 사람들이 참 많이 내리더만...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입국장을 채운다. 직원 아저씨가 저쪽으로도 입국심사를 하나 더 열었다고 알려준다. 그런데 왠걸 여기에 어마어마한 거북이 아저씨가 앉아 있다. 옆에 있던 나이 지긋한 아저씨와 아줌마가 '저 쪽이 더 빠르구만', '진득하니 기다리질 못해'라는 말을 반복한다. 30분쯤 지나니 대사는 같은데 배역이 바뀌셨다. APEC 카드가 있으나 나 혼자 나가면 무슨 의미가 있나? 욕만 관 뚜껑 못질할때까지 들을텐데. 

 우리 아해가 "저 아저씨 둘리에 나오는 고길동 처럼 생겼는데 물만 먹어"라고 한다. 그 고길동이 한 시간이나 기다려 지친 사람들에게 와서 외친다. "One line, One line"  사람이 어째 그런겨? "Excuse me sir!, There is empty booth there, if you work there, we can move faster sir!"라고 한 마디 했다. 뒤에서 재잘거리던 일본 아가씨들이 킥킥대고 웃고, 물만 먹던 고길동이 가서 열심히 일한다. 그것도 아니었으면 3-40분은 더 있었을꺼다. 마나님이 "어쩜 친절하게 돌려까서 먹이냐"고 또 타박이다. 에혀.. 그렇게라도 해서 다함께 일찍 나왔구만.

 

호텔

큰 돈 썼다. 이번 여행 경비의 60%가 호텔비다. 지금 후회 막급이다. 다음부터는 어린이들도 이제 많이 자라서 호텔은 조촐하게, 먹고 노는 것에 더 많은 예산을 들이기로 다짐했다. 달봉이가 저 호텔이면 좋겠다하던 그 호텔이라 기분이 좋단다. 그럼 뭐 하나 수영장에 발 담그긴 글른듯하다.

Sheraton Grand Da Nang Resort

 

묻지마 여행의 백미, 놀고 먹기

어차피 계획대로 일찍 호텔에 짐 풀고 나가기는 글렀다. 택시타고 온 가족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평일이라 걱정은 날려버렸는데, 내일까지 관광객이 모두 예약이란다. '이 정도면 점입가경으로 혼나겠는데!' 그렇다면 저녁이라도 잘 먹자면 스테이크를 먹으로 갔다. 구글에 위치가 자?꾸 두 개로 쓴다. 그래서 900m를 걷다가 뒤통수에 꽂히는 잔소리! 그런데 도착했더니 스테이크 집은 온대간데 없고, 맥주집이 문을 의자를 치우고 있다. 문까지 닫고 있어서, 급하게 물어보니 잘 모르겠단다. 결국 최선책을 찾았다. 길을 모르거나, 택시를 잡아야 하거나, 화장실이 급할 때는 호텔이다. 호텔에가서 물어보니, 걸어온 900m를 다시 돌아가면 된단다. 자초지정을 말하고 또 한 소리 얻어먹었다.

 이럴 때는 "택시타고 갈까?"라는 대사만큼 명대사가 없다. 택시비가 얼마 나오냐고 하문하신다. "2만2천원이요", "그래서 그게 얼만데?", "천백원이네(달봉이 별봉이 합창)"... 이런 명대사를 남기고 욕을 바가지로 먹을지는 상상도 못했다. "지금 천백원 아까워서 걸어온겨?" 억울하다. 이런 명대사를 저렇게 해석하다니. 난 할말이 없지만 다시 한 번 대사를 날리는 수 밖에! "택시 왔다!"

사람은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오색 전통등이 가득한 곳에서 돌판에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 '고기는 사랑입니다' 더 먹어보겠다는 가족들을 보며 흡족하게 "아무렴요!" 친절한 가이드 멘트를 날려야 한다. 다 살자고 하는 일인데 당연한 일 아닙니까?

 

쉴 땐 마사지 아닙니까?

밥 먹는 중간에 지인 추천 마사지 가게에 예약을 했다. 들은 건 있어서 달봉이도 그게 좋은 거 같단다. 더 어린 별봉이는 호기심 반, 기대 반이다.  온 가족이 단체로 누워서 별봉이랑 나는 코골며 꿈나라에서 접신을 잠시 하고 일어났다. 마나님과 달봉이가 코골며 잔다고 흉을 본다. 그러더니 "여긴 내일 또 온다"라고 말씀하시었다. 그렇게 하루가 마감했다.

 

2일차

계획을 바꿔 행선지를 바꾸다

여행은 매일 마주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경험축적이다. 원 계획은 손오공이 부처님 손바닥에 벽치기하고 멘붕이 왔다는 오행산을 갔다가 다낭 시대를 보려고 했다. 금요일이라 시내가 북적일 것 같다 급히 바나 힐을 가기로 했다. 어차피 구름낀 날씨가 "신선계"를 만들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왠걸 비님이 하염없이 내리신다. ㅎㅎㅎㅎㅎ 그래도 친절한 grab운전사 chung을 만나서 편하게 다녀왔다. 바나힐 표도 부탁해서 시간 낭비없이 올라갔다. 내려올 때도 친절하게 다낭 시내까지 데려다줬다. 물론 두 번째는 grab이 아니라 직접 거래를 하고, 비용은 grab기준으로 줬다. Uber, Grab으로 예약하면 수수료를 거의 30%가까이 뗀다. 그들에겐 큰 돈이다. 다낭 시내에 오다가 절을 한 번 가보려고 들렀는데 마나님 평이 "여긴 너무 휑하다"라는 말씀에 바로 다낭 대성당으로 향했다. 호치민 핑크성당처럼 분홍빛이다. 그냥 조금 신기할 뿐이고 크리스마스가 조금 전이라 아직도 관련 전시들이 조금 남아 있다. 

운무가 가득해 신선계가 아니라 귀신 나올 법한 분위기다. 절의 종소리가 나는 곳까지 올라서 아이들에게 작은 돈을 주고 소원이나 빌어보라고 했다. 특별하게 종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절의 땅을 밟으면 천 원이라고 시주를 하고, 교회 앉아서 좋은 설교를 들으면 천 원이라고 헌금을 하라는 어머니 말씀을 잘 지키는 것 뿐이다. 그런데 딱 그 시간에 햋볕이 잠시 나며 운무에 가려있던 바나힐이 갑자니 나타났다.  깨끗이 닦아낸 자연과 인공물이 여간 멋진 것이 아니라. Golden bridge에 가도 그러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에게도 금년엔 좋은 일이 생겼으면 하고 바랬다. 

그러나 Golden bridge의 왼손, 오른손을 지날 땐, 해볓은 커녕 운무가 샤워기처럼 변해서 힘들었다. 과유불급이지. ㅎㅎ

 

오늘은 뭐하다가 뭘 먹을가?

급하게 성당을 구경했다. 사진을 한 장 찍기가 어렵다. 어찌나 많은 인생 배우들이 넘나드는지 그냥 기록해둔 것에 의미를 갖기로 했다. 금발 아가씨 어찌나 오래 있는지 여기서 찍은 사진에 계속 나온다. ㅎㅎ 화장실 가는데 돈을 받는다고 심히 불편해 하시던 마나님한테 "50원밖에 안되잖아요?"라면 별봉이 팩폭을 한다. '야~ 그러면 내가 힘들다 이 녀석아~'

근처 한시장에 가봤다. 호치민의 빈탄시장에 비하면 규모가 아주 작다. 한국의 한강처럼 다낭에도 한강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Khan은 위대한, 큰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그 말이 나중에 Han되었다는 한 가지 설을 들은 기억이 있다. 삼국지 칠종칠금의 나라가 지금의 베트남과 라오스다. 말을 안 듣는다고 볼 수도 있고, 자부심과 독립심이 강한 나라다. 유일하게 프랑스 제국을 자력으로 몰아내고, 중국과 2전 2승, 유일하게 미국과 싸워서 지지안은 나라다. 이런 이름과 달리 시장은 별로였다. 차라지 돌아오는 길에 보니, 한시장 그 길로 상가들이 많다. 유명하다는 곳에 몰려있는 관광객을 보면, 차라리 조금 천천히 걸으며 도시를 느껴보는 재미가 더 있다고 생각한다.

반미샌드위치를 먹을까 했는데 바나힐에서 먹은 맛없고 비싼 mercure 뷔페가 새록새록 생각나다. 아직 배가 꺼지지 않아, Cong Caphe에 갔다. 나는 '코코아 스므디 커피'를 주문했다. 달달아 카푸치노와 카페라떼를 먹어보겠다는 아이들에게 콩카페 언니의 테러.. "Western Coffee는 팔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메뉴에 써 놓은거지? 작은 깨알같은 글씨로 일부 매장에서만 판매한다고 한다. 다 같이 먹은 코코아 스므디 커피에 대한 평은 "완전 좋아"다. 코코아가 올라간 아이스 라떼커피 같은데 맛이 아주 매력적이다. 3일차 호이안에 가면 한 잔더 먹어봐야겠다. 뉴트로 풍의 인테리어와 유니폼이 인상적이다.

 

차가운 커피를 마시니 머리가 띵하다. 마나님은 가심이 얼얼하단다. 반미는 다음에 먹기로 했다. 지난번에 호치민에서 먹어보니 그냥 길에서 직접 굽는 것이 맛이 있었다. 고수 빼고, 계란을 넣어준 반미 맛은 아직도 인상적이다. Steet food형태의 반미를 가기 전에 먹어야 겠다. 근처에 있던 '해피반미'란 가게를 뒤로하고 어제 하명하신 마사지 가게에 다시 갔다. 달봉이 별봉이도 좋단데. 이 녀석들이 벌써부터.. 안돼겠어. 어제 왔다는 것을 증명하고(예약을 해서, 한국말을 아주 잘 하시네) 10% 추가 할인을 받았다.

베트남은 한국말이 유행갔다. 작년 고객이 한국말만 붙으면 뭐든 잘 팔린다는 말처럼, 한국 간판도 많다. 한국말을 잘 하시는 분들도 많다. 마사지도 받았겠다 밥을 먹어야 한다. Buger bros라는 가게를 가려다가 혹시나 하고 립서비스를 날렸지. "오늘은 한식 먹을까?" 쉬지도 않고 달봉이가 부대찌게가 먹고 싶으시단다. 대부분 BBQ, 해산물 음식의 한국식당이 많다. 구글에서 한식당을 검색하며 평점과 메뉴를 동시에 찾으려니 손이 많이 간다. 가게 이름이 재미있는데 찾던 메뉴가 있다. "OPPA" 식당. 화려하거나 큰 가게는 아니다. 테이블 3개 밖에 없다.  테이블 한개에는 직원들이 POS기계와 컴퓨터를 갖고 일하는 책상이다. 제육볶음, 두부김치, 부대찌게를 주문했는데 별봉이 밥을 두 그릇이나 드신다. 역시 조선사람임을 여실히 증명한다. 

가게에 붙어 있는 포스트 잇 메세지를 읽다 한참 웃었다. 몇 일을 왔는지 모르겠지만, 전지혁이는 심한가보다. 여러개 붙어 있다. 박항서인줄 알았는데 박항석이다. 가게 오늘 길에 별세개 전자의 모델로, 베트남 전통복장을 한 박항서 감독 사진이 인상적이었는데. 박감독을 먼저 말하면 호감을 갖는 베트남, 참 멀고도 가까운 나라다. 

 

바나힐을 보면, 침략의 유산이다. 베트남에겐 상처가 다시 관광 상품이 되었다. 한국은 베트남과 미국의 전쟁에 참가함으로 다양한 인연과 악연이 생겼다. 숨겨진 역사를 통해서 전쟁 이면의 참상은 지금은 많이 소개되었다. 일부 마을에서 한국인들의 방문을 거부할 정도라는 것은 진실이다. 그런데 그런 베트남이 한류를 타고,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와 발전을 빠르게 이전해 가고 있다. 인생도 세옹지마지만, 역사도 세옹지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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