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출장 (行)

어린이 입맛 음식체험 @Moscow & Frankfrut

by Khori(高麗) 2019. 5. 17.
728x90
반응형

 출장에는 불가피하게 현지 음식을 체험하게 된다. 우리 직원들이 어린이 입맛에 안 먹는 거 투성이라고 놀린다. 현실을 보면 나는 음식 타박을 잘하지 않는다.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을 선택할 뿐이다. 사실 본인들이 주문하고 안 먹는 음식들이 더 많다. 이런 티격태격과 상관없이 하루 종일 미팅과 정리를 하고 난 뒤 먹는 음식을 대할 때 고마움, 감사함이 있다. 시원한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면 사람들은 항시 즐겁기 마련이다.

 독일에서는 만만한 슈니쩰(독일, 네덜란드에서 파는 돈가스)이 좋다. 미팅 중간에는 가볍게 샌드위치를 먹으면 스탠딩 미팅을 이어간다. 학센을 먹으러 가자고도 하지만 족발 맛이 거기서 거기다. 아주 특별한 맛은 아니다. 함께 먹을 수 있는 apple wine도 어린이 입맛엔 시금털털하다. 소시지가 유명하지만 이걸 먹을 기회가 많지는 않다. 이번 저녁에도 난 슈니쩰을 먹고, 잘해야 생선요리인데 우리 직원들은 "익숙한 맛이죠?"라며 빠짐없이 날 놀리는 재미를 이어간다. 이 근방의 폴란드, 독일, 네덜란드 그리고 북쪽으로 갈수록 음식에 감자가 빠지지 않는다.

 다음 행선지인 러시아에 가면 음식이 다르다. 낮에는 파스타와 같은 가벼운 식당에 가기도 하고, 요즘은 모던한 food court 같은 곳이 있다. 초밥, 캘리포니아 롤도 있고, 다양한 현지식에서 골라먹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보르쉬 수프가 다들 해장국 같고 괜찮다는데, 어린이 입맛에 시금털털한 맛은 거리감이 있다. 이번에 대신 양송이 수프의 익숙한 맛과 작은 참치 샌드위치(전 세계 맛이 거의 같음) 같은 가벼운 것이 좋다.

 오래전에는 현지 식당을 많이 갔다. 당연히 술을 먹고 죽는 문화가 팽배했다면, 세대가 바뀌고 음주 문화가 줄어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체인 식당을 자주 같는데 빵 위에 올라간 생선, 돼지비계, 만두와 비슷한 음식(고기, 생선도 들어감)등이 있다. 언제 먹어도 적응되는 음식과 전혀 적응이 안 되는 음식이 존재한다. 이번엔 우즈베키스탄 식당에 갔다. 프로젝트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수주되었다더니, 회사 근처에 이런 식당이 생겼다. 게다가 식당에 작은 무대가 있었는데 가라오케까지 확장을 했다. 살 수가 없다. 러시아도 음주가무와 풍류로 보면 한국 못지않다.

러시아 건물의 외관은 문화재급은 유럽처럼 조형, 다양한 창문 형태로 장식된다. 좋은 건물들은 천장이 아주 높다. 새로 지은 건물들은 유리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이번에 저녁을 먹게 된 우즈베키스탄 식당도 겉보다는 속이 아주 이쁘게 장식되어 있다. 어차피 밖을 많이 치장하지 않는 나라다.

  현지 맥주와 하이네켄이 있다고 해서 Dark bear를 주문했다. 샤슬릭(꼬치구이, 산적 크기와 꼬치의 중간 크기), 샐러드, 수프, 피자 등 우즈베키스탄 현지 음식과 더블러 여기에도 간단한 스시와 롤이 있다. 10~15년 전쯤 유행해서 편하게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메뉴를 펼치다 보니 한 페이지를 꽉 채운 빵이 정말 맛있게 보인다. 러시아의 현대식 건물과 사진, 인테리어, 잡지 광고를 보면 이 나라도 밤이 길어 할 일이 없어서인지 감각이 꽤 괜찮다.

 역시 실물은 조금 차이가 있지만 맛은 담백하고, 쫄깃하다. 독일에서 주먹 크기의 바케트 빵이 참 고소하데 맛을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빵에 생선은 익숙하지 않은 조합이다. 빵 위에 생선, 돼지비계 등 다양한 조합이 있다. 가자미와 민물고기였는데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저 검정색에 조금 새콤한 맛의 빵이 이쪽 전통 빵이다. 아마도 원재료의 수급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한다.

 가니쉬 종류로는 시금치도 있고 아스파라거스도 많다. 이번에는 호박, 레몬, 토마토, 피망, 가지가 구워져 나왔다. 어린이 입맛에는 호박 정도가 좋지만 풀떼기는 입맛에 잘 안 맞는다. 

 샤슬릭이다. 위에는 돼지고기와 간을 아주 잘 구워왔다. 간은 그대로 구웠는지 향이 강하다. 양갈비 샤슬릭이 카자흐스탄 마데오에도 유명한데 숯불로 구우면 맛이 좋다. 양고기가 많고, 구우면 중동이나 러시아나 비슷하다. 단지 누린내가 많이 나느냐 안 나느냐가 식감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이것을 알려면 특정 식당에서 시식을 해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이즈마일로프 옆의 벼룩시장에 가면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닭 등 다양한 샤슬릭을 맛볼 수 있다. 이 곳도 맛이 꽤 괜찮다. 저 위에 칭찬한 빵보다는 더 크고, 높이는 낮아서 인도의 난이 좀 부플어 오른 정도, 두꺼운 피자 같은 느낌이다.

 

 마지막 날이 되어서 출발을 하기 전이면 고향 생각이 난다. 현지에서 먹는 애매모호한 한식 맛이라도 이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행복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번엔 사촌형님이 북한 식당에 가자고 한다. 러시아 한국 식당이 다들 고만고만하고 최근 모스크바에 Hite(world trade tower 건너편)라는 한국 식당은 떡볶이, 치킨 등 한국 맛을 거의 비슷하게 내고 있다. 

 지난번 고려원에서 먹은 냉면과 만두는 꽤 맛이 있었다. 간이 좀 심심하기는 하고, 반찬을 따로 주문하기도 하는데 이번에 간 능라도는 현대식 내부가 인상적이다. 북한 식당은 사진을 못 찍게 하는데, 여기는 음식 사진은 찍어도 된다고 해서 몇 장 찍어봤다.

  산적 구이인데, 잊혀가는 석쇠가 나타났다. 포일 위에 고체 연료 같은 것이 깔려 있다. 불을 붙이고 천천히 잘 구워 먹으면 된다. 

 두부부침은 정말 먹음직스럽게 나온다. 큼직하고 담백하다. 나는 중국에서 먹는 두부가 제일 맛있다. 물론 일반적인 두부를 말한다. 고수를 얹거나, 요상한 소스가 올라가 먹을 것에 낙서를 하면 곤란하다.

 

 너무 맛이 좋아서 먹다 보니 생각나서 사진을 찍었다. 감자전인데 초코파이 크기는 된다. 한국에서 먹던 감자전보다 작지만 얼마나 찰지고 쫄깃한지 정말 맛난다. 식감이나 맛이 탁월하다.

 월드컵 기간에 방송 3사 해설자들도 많이 방문했다고 하던데 평양랭면을 주요리로 시켰다. 어떻게 먹는지 알려달라고 했더니, 겨자를 1-2 스푼 넣고, 다대기를 면이 보이게 풀어헤친다. 그리고 식초를 뿌려서 먹으면 된다. 종업원이 친절하게 시연을 해줬는데, 직원이 사진을 찍으니 얼굴이 나오면 안 된단다. 면이 잡채와 냉면의 중간 정도이고, 면은 중면보다 굵다. 꿩고기냐고 물어보니 닭고기, 소고기라고 했다. 맛은 좀 심심하다. 나는 가끔 시장 한 켠에서 먹을 수 있던 빨간 칼국수가 더 좋다. 어린이 입맛에 저렴한 입맛이 겹치니 뭐라도 신기하고 씹는 맛을 즐기는 직원들의 타박을 감내해야 한다.

 붉은 광장을 보고 굼 백화점에 주문한 디저트다. 커피를 한 잔 마시자고 갔는데, 직원들이 현지 디저트는 먹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원성이 자자하다.  저 빨간색 탐스러운 꽃봉오리는 안에 잼과 같은 것이 들었다. 빨간색 옷을 얼마나 곱게 입혔는지 정말 이쁘다. 이 시루떡 같은 케이크도 안쪽에 여러층으로 잼 같은 것이 들었는데 내가 상상하던 조금 새콤한 그 맛이다. 치즈케이크를 먹겠다고 했다가 "어디 가서도 먹는 걸 꼭 여기서 드셔야겠어요"라며 타박한다. '너야 처음이지, 난 지겹거든'이란 생각이 들지만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친절한 직원의 추천 디저트인데 인기 만점이다. 가격은 우리 체류하는 호텔보다 세 배쯤 된다. 만원이 안되지만 굼 백화점은 역시 비싸다. 

 

#능라도 #러시아 #감자전 #출장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