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한편에 목탁과 염주가 있다. 그렇다고 내가 불교신지라는 말은 아니다. 하는 일이 잘 되라고 지인이 갖다 두셨다. 내가 가끔 목탁을 한 두 번 두드릴 때가 있다. "밥 먹으러 가자~"라고 할 때다.
오래전 최진석 교수가 불교방송에서 노자 강의를 들어 본 적이 있다. 왜 불교방송해서 하는가 궁금했었다. 10년은 된 것 같은데 반야심경강의란 책을 읽다 보니 묘하게 노자와 불교의 접근법에 교집합이 많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특정한 종교를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려서 스님이 불교는 존칭어로 구성되고, 성경은 지시어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 스님 누나가 목사라고 했는데 하여튼 불교의 귀의가 아니라 호시심과 마음의 평화를 위해 읽게 된 셈이다.
참 희한한 것은 불교경전의 설명을 보면 마치 양자역학과 같이 시공간을 초월한 느낌을 받게 된다. 큰 깨달음을 얻어 저 언덕 너머로 가자는 것이 현실의 일이기도 하고, 마음의 일이기도 하다. 현실은 언덕을 넘으면 또 언덕이고, 마음은 그 한계가 없다. 또 알아가는 만큼 한계가 넓어진다. 그런데 앎과 깨달음의 차이가 참 알 수 없다. 책을 쉽게 보겠다는 생각과 달리 한 권을 읽는 동안 긴 시간이 들었다. 생각이 많아진다.
마음과 뇌가 한 몸에 있으나 절대 서로 닿지 않지만 철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성적인 뇌(사실 그렇다고 주장하는 것. 세상 뉴스에 나오는 제정신이 의심되는 사람들을 보면 이런 주장이 파렴치한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와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이 하나로 일치되는 일이란 쉽지 않다. 특히 올바른 형태로 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면 서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그건 네 생각이고'라는 소리를 듣기 쉽다.
책을 읽으며 내가 조금 생각해 본 부분은 욕심이다. 나를 중심으로 무엇인가 나아지는 것을 위한 생각과 행동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나와 관련된 세상에 도움이 되는가의 문제다. 후자에 따라서 '혼자 다 해쳐먹는 나쁜 놈'인가 세상과 조화롭게 살아가면 존경받는 사람인가에 대한 평이 구분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깨달음이란 깨달음의 상태가 지속된다기보단 이런 자각과 각성의 과정을 통해서 내 삶에 대한 새로운 생각과 행동이 자리 잡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부처의 수준은 다르겠지만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우리고 소멸할 것이지만, 삶을 누적하면 쌓아온 결과인 현재는 우리가 변화의 찰나를 직면하고 조금이나마 뭔가 할 수 있는 때이다.
요즘 골머리 아픈 일이 책을 보며 생각하다 풀린 것 같다. 이제 그 연장선에서 진실하게 실행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근거 없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다른 일도 이렇게 조금씩 순간순가 흐트러지지 않고 살아가면 오늘보다 조금 나아지겠지
#반야심경 #법륜 #독서 #불교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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