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꼴통을 대하는 자세 - 삶에 등신불이 붙지 않으려면

by Khori(高麗) 2019. 3. 23.
728x90
반응형


 제조업 해외영업은 참 다양한 일을 조금씩 할 수밖에 없다. 만들어진 제품을 고객에게 프로모션을 하고, 판매의 과정을 통해서 매출, 수익을 관리한다. 기업의 핵심 활동은 '만들어 판다'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중에 '판다'라는 목표를 위해서 온갖 일을 하게 된다.


 고객의 요구(needs의 시장은 의식주에 가깝다. 대부분의 시장은 wants에 관한 것이다)를 파악해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합한 제품과 솔루션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연구 개발, 마케팅의 시장조사, 상품기획의 과정에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만들어지면 pre-sales계획, 효과적으로 홍보할 전략도 고민한다. 그렇게 제품과 서비스가 생산, 실행되면 SCM의 다양한 수급 과정의 정보도 파악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래야 내가 언제 고객에게 제공하고 매출을 시작할 수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매출이 시작되면 당연히 인간의 한계로 인한 문제점은 피해할 수 없다. 사전 품질관리와 사후 품질관리 부서가 있지만, 판매자는 문제의 원인 제공자로서 자유롭지 못한다. 당장 연락이 오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의 결과는 나쁜 선택에 기인한다. 그 선택의 폭을 줄이기 위해서 '업무 매뉴얼', '작업 지시서', '품질 검사 항목'등 다양한 문서가 존재한다. 하지만 영업부서에 '영업 품질'은 중요하지만 정형화하기 어렵다. 기계적인 온라인 판매를 지향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의 유연하고 다양한 행동, 의사결정, 태도, 의사소통이 온라인 판매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내는 확률은 높지 않다. 상당 부분 조직과 기업의 환경이 동일하다면 나머지는 개인의 역량에 영향을 받는 부분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영업업무 과정의 난이도 배분과 관리를 위해서 조직이 존재한다. 사람이 발명한 최고의 도구가 조직이다. 그런데 자신의 직책과 지위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지, 그 해야 할 일을 위해서 직책과 지위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승진하면 일은 훨씬 늘어나는데 다들 급여가 오르고, 내가 얻게 된 권리에만 흥분한다. 이렇게 청춘들에게 고인 물, 썩은 물로 불리는 길을 걸어갈지, 침도 옥구슬처럼 흐를 정도의 샘물이 될지는 다 자기 하기 나름이다.


 문제는 그 인간의 조직은 인간이 만든 다른 모든 것과 동일하게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끊임없이 대응해야 한다. 소위 "꼴통"이라고 찾으면 'idiot, fool, 바보, 머리가 나쁜 사람'이라고 나온다.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꼴통은 머리가 나쁘다기보다는 진행하는 일에 비협조적이고,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리는 감정적 느낌이 많다. 이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아드레날린이 과하게 흐르는 상태일 때가 많다. 꼴통이라 불리는 사람도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면 사전적 정의처럼 머리가 나쁜 것이 아니다. 차라리 좋지 않은 방향으로는 머리가 탁월하게 튀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과 권리를 행사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누군가와 약속, 지시를 받으면 "네~ 잘 알겠습니다"를 말하는데 익숙하다. 주입식 교육이라는 게 남이 말을 하면 꼭 해야 한다는 형태로 머리를 쓰게 훈련하는 것이다. 어려서 '머리가 나쁘면 머리에 세기면 된다'는 농담이 지금 돌아보면 지식 제공자(선생)의 갑질임을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가끔 정말 세기면 잘 지키나 이런 생각도 든다. 너무 창의적으로 꼴통이면 이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어떤 면에서 나도 좀 창의적으로 꼴통 짓을 하는 것 같다. 다만 목표가 나의 이익과 편의를 지향하지는 않는다. 상사를 갈구는 일을 하면 꼴통 입장에서는 웬 꼴통이 나와서 나를 갈군다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했어?, 안 했어?"라는 질문에 자주 "아.. 맞아 맞아 깜빡했네요", "그거 내일까지 하면 안 될까?", "일정 맞춰서 못하겠는데요", "안 했다. 어쩔 건데! 어쩌라고" 하는 사람들이 머리가 나빠서 안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안 해도 풀어갈 방식이 있다거나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포도 없이 대포에 달려드는 무대포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숙제 안 하고 학교 가서 손바닥 몇 대 맞는 정도면 괜찮다. 돈 받고 하는 일을 안 하면 사람들이 돈 달라고 찾아오거나, 변호사나 법원에서 면담 연락이 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어려서처럼 "엄마 모셔와라"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아빠는 왜 안 부르지.. 쓸모가 없나?!)


  정말 업무가 일시적으로 과하거나, 사전에 일정 조정을 요청하거나, 정말 까먹은 경우(시급하지만 가벼운 일에 한해서)는 예외가 될 수 있다. 상사라는 놈이 약속하고 안 할 땐 일주일 워크숍 주제로 연설이 가능할 정도로 말이 많다.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면 그만인데. 반대로 상사의 입장에서 부하직원과 동료들의 이런 행태는 '믿는 자가 등신 되거나 병신이 되는 지름길'이었다는 후회, 분노, 한탄의 과정을 거치며 늙게 된다.


 이런 이유는 나는 꼴통을 도덕적으로 가장 나쁜 태도라고 생각한다. Yes 하고 하는 사람, No 하고 안 놈은 예측이 가능하다. 중도, 회색분자들이 전쟁 나면 가장 먼저 죄 없이 죽는 이유는 잠재적인 적이 가장 큰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확인된 적(피아구분)은 경계를 한다. 어쨌든 꼴통은 도덕적으로도 나쁘지만 궁극적으로 함께 하는 일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조직력을 붕괴하는 원인이 된다. 예외 처리가 많아질수록 다른 구성원이 차별을 받는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조직에서 뇌 세탁(이런 게 되면 좋겠다)을 하거나 제거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사장이라면 해고, 해임의 권리가 있으니 어떻게 해보겠지만, 관리를 해야 하는 상사의 입장에서 '꼴통'은 상당기간 승자로 군림하는 경향이 많다. 떼릴 수도 없다. 게다가 줄줄이 식구들도 많고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나이가 되거나 상사보다 나이도 많으면 본의 아니게 웬수가 되기 싶다. 발목 잡는 인생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나의 길을 시도 때도 없이 가로막는 인생의 걸림돌이라는 생각이 만나면 황야의 결투와 뭔 차이가 있겠나.


 그중 제일 사악한 종자가 '착한척하는 꼴통'이다. 꼴통은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업무 보고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어려운 일을 마주하면 동정심을 유발한다. 인사라도 잘하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없다. 그런데 하루 종일 전화나 컴퓨터를 붙잡고 뭔가를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심지어 집에 안 가고 늦게 남아서 뭔가를 한다. 더불어 욕심은 하늘을 뚫고 올라갈 정도다. 실력은 저도 모르는 걸 타인인 난들 알겠나?


 그런데 업무 확인을 하면, 마치 세상의 일을 다 맡은 듯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잘 듣다 보면 개소리인 것이다. 문서 확인을 하면 여기에 조금, 저기에 조금, 이걸 봐야 한다면서 A4 반통 정도의 종이 다발을 두서없이 갖고 온다. 보고서 장수는 많은데 무슨 말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상황 설명은 너도 알고 나도 아는데 앞으로 뭘 할지는 '안갈켜주지~'다. 약속은 주어진 시간과 일정에 맞춰서 하는 적이 없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당연히 밖에서는 배관 터진 하수도다. 그렇게 박식한 척, 아는 척을 하다 고객 미팅, 의사결정 회의에서는 벙어리 삼룡이가 GG칠 정도다. 조직의 상하좌우 폭넓게 민원이 접수된다. 민원을 받다 보면 일정한 패턴도 있지만, 사람의 다양한 행동 양식에 참으로 대단하다고 감탄할 때가 있다. 내가 국회의원들 꼴통 짓과 막말을 보면서 '그럼그럼,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살아 있는 민원은 사람을 이해하는 좋은 학습도구다. 


 고객님의 전화와 메일에 드물게 육두문자가 나타나고, 외부 민원도 접수되기도 한다. 가뜩이나 사람과 다양한 부서를 만나는 해외영업, 국내영업의 조직장이라면 여기가 매출목표를 위해서 정진하는 삶의 현장인지 흥신소인지 분간이 안간다. "이 양반 연락이 안돼요!(사무실에 앉아있다)", "담당자를 바꿔 주세요(전화를 항상 들고 있다)" 이런 연락이 오면 팔이 안으로 굽는다. 가끔 이놈도 저놈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번은 고객에게 전화를 해서 "문서를 이렇게 작성하시면 근거가 남고 두고두고 문제가 됩니다. 본인의 품격 손상도 되고요. 대신 전화로 욕을 하시는 것은 두 분간의 일이니 제가 개입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문서에 보이던 육두문자 사건을 정리해 준 적이 있다. '앤간히(reasonable이란 뜻) 좀 하자', '가지가지한다', '작작 좀 해라'를 마음속으로 되뇌이며 사리 키우기 운동을 하게 된다. 묵주던 염주던 종교인들이 이런 걸 왜 갖고 다니나 확실하게 잘 이해했다. 이거 도움이 된다.


 꼴통을 집에 보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은 문제를 가장 빨리 해결하는 방법이다.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개똥도 약에 쓴다는 말처럼 막무가내 고객에게는 꼴통은 금상첨화다. 하지만 내가 관리하는 조직에 꼴통이 있다면 어쩔 수 없이 관리를 해야 한다.


 1. 약속한 시간을 철저하게 내가 먼저 지킨다. 

 2. 설명형 답이 나오지 않게 질문한다. 반드시 대답을 먼저 요구하고 설명은 나중에 하게 한다.

 3. 정기적인 업무는 일정, 계획의 문서를 받는다. 당연히 물 샐 틈 없이 체크한다.

 4. 민원이 접수되면 해결하되 반드시 경위를 시간 순서에 따라 꼴통에게 확인한다.

 5. 큰 일을 맡기지 않는다. 

 6. 개인의 범위를 넘어 조직 전체에 영향을 주면 정확하게 내용, 개선 요청, 경고를 준다.

 7. 정신건강을 위해서 철저하게 정신 분리법(公, 私)을 훈련해야 한다. <- 제일 중요

 8. 정신 분리법에 따라 인간적으로는 잘 대해줘야 한다. <-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잖는가!


 일의 옳고 그름이 기분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로 전환되면 웬수가 나를 사랑한다고 매일 쫓아다니는 스토킹처럼 삶이 아주 다양하게 익사이팅해진다. 내 몸엔 등신불 붙는 거고.. 붙은 거 같은데..


#꼴통 #직장생활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