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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_인문_사회_정치 (冊)

나는 모스크바 특파원이다 - 경계를 넘는 사람들

by Khori(高麗) 2021.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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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계를 넘는다는 것은 익숙한 것을 뒤로하고 새로운 것에 다가가는 일이다. 그 새로운 곳에서 익숙한 것에 대한 충분한 시간과 이해를 확보하지 못하면 새로운 것에 익숙해질 수 없다. 우리가 항상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도 그런 익숙함에 대한 그리움이라 생각한다. 익숙함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엔 또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경제, 학술, 의료, 문화, 예술, 정치, 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낯선 곳을 향에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지도상의 물리적인 경계선을 넘으면 공감과 교류의 교집합을 늘려가는 일이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군사 강대국이란 이해와 뭔가 깨름직한 (사실 잘 몰라서) 느낌적 느낌을 주는 나라로 대한민국에서 인식될지 모르겠다. 영화와 매체 속에 군사, 마피아와 같은 주 할당 국가여서 그럴지 모르지만, 세계문학전집, 명작 영화(물론 아주 오래전), 클래식 음악을 보면 러시아는 톱클래스다.

 

 러시아는 배낭여행 중에 급유를 위해서 셰르메테보공항에 도착한 것이 처음이다. 93년이면 소련이 해체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다. 빨갱이, 적성국가, 공산당과 같은 시대적 무게가 존재하는 곳에 도착했다는 불안감과 관제탐에 작은 불빛 외에 시야를 확보할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이 공포감을 줬다. 그땐 나도 그렇게 러시아에 자주 갈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2000년 초만 해도 옐친 시절 빵가게 앞에 줄을 늘어선 러시아보다는 좋은 상태지만 전형적인 사회주의 체제가 상당한 불편함을 주던 시절이었다. 외국인은 무조건 택시 타면 바가지를 쓰고, 말은 통하지 않고, 신분증 없이 밖에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 하고, 스킨헤드가 있다고도 했다. 러시아에 간다는 것은 좋지도 않은 호텔에 비싼 돈을 내고 약한 강도로 감금이 되는 느낌이다. 고객의 픽업, 호텔, 식당, 다시 호텔을 오가는 활동이 대부분이다.

 

 2010년대부터는 과거에 보였던 방풍림보다 도시와 공항까지 계속되는 건설, 서구화를 체감했다. 과거 거만하게 앉아서 부하를 통역관 사용해서 대화하던 문화도 최근에는 거의 못 본 것 같다. 국영기업 또는 국영기업 자회사의 경우가 많은데 민명화 또는 서구 자본주의에 맞게 그들도 조금씩 변해왔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차이는 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다른 느낌이다.

 

 내겐 모스크바는 물가가 비싸고 효용이 낮은 곳이다. 2014년 내가 종사하는 분야의 1등 기업과 거래를 만들기 위해서 고생하고 계약을 만들고 좋은 첫 수주를 만들었다. 그리고 루블화 폭락이 만든 재앙은 유체이탈적인 경험이 되었다. 100달러 2800-3200루블이 6800루블이 되었다. 붉은 광장 앞의 최고급 백화점에서 아이폰, 아이패드, DSLR과 같은 품목이 반값이었다. 재고가 없어서 살 수가 없지만. 반면 수입물가가 2배가 넘으며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버렸다.  첫 수주부터 고객사에 난리가 난 것이다. 다른 해외 경쟁사도 마찬가지다. 시장은 침체하고, 러시아를 구경하기에는 좋은 환경이 된 셈이다. 이런 때의 경험이 멘털 강화에 좋다고 할 수도 있지만, 통제할 수 없는 블랙스완 같은 위기는 참 곤란하다

 

 그 덕에 지하철을 타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 박물관, 라이브 카페도 가보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기회가 있었다. 밤이 긴 문화는 철학, 예술, 문화가 발달한다고 생각한다. 료스키? 모스크바에 99년도에 처음 가서 러시아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을 15년 정도가 지나서 이해한 것은 상당히 아쉬웠다. 갈수록 음주성향도 줄어들고, 남는 시간을 이런 부분을 위해서 쓸 수 있어서 좋았다. 버킷 리스트라면 아직 볼쇼이 발레를 모지 못한 것이라고 할까. 이 책을 통해서 내가 갖고 있던 기억과 추억을 웃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은 현장의 기록에 가깝다. 특파원으로 주재한 기간의 현장에서 체득된 러시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책에서도 언급되었듯, 기자는 그곳에서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소식을 기록하고 전달한다. 신문의 섹션처럼 특정 분야로 국한하면 좋지만 현장은 그렇지 않다. 신문의 모든 섹션도 해야 한다는 덤이 붙은 느낌이다. 

 

 이 책에서는 극동 아시아 또는 동북아시아와 러시아란 큰 그림을 갖고 외교, 정치, 문화, 경제에 관한 현장의 모습을 저널리스트의 시야과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내겐 경제, 그 경제 중 특정 산업 분야에 국한되어 러시아를 이해했었다. 내가 만약 더 많은 역사, 경제, 정치, 외교,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면 내가 하고 있던 일이 더 잘 되었을까?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내가 이것을 오랜 전부터 잘 이해했다면 내가 만나는 고객을 넘어서 사람과 사람으로의 교류의 폭도 넓어지고, 하는 일에 분명 차이가 존재했을 것이다. 

 

 미래를 생각하면 시베리안 랜드브리지는 부산항의 수십 배 교역과 문명 교류의 장이 될 수 있다. 이 부분은 남북한 문제에도 큰 영향을 자연스럽게 줄 수 있는 문제다. 또한 러시아는 내가 현업에서도 대단히 뛰어난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쉽게 말해 우리는 엔지니어가 설명하고, 러시아는 박사님이 나와서 수식으로 정리한다. 그들은 한 개만 잘 만들고, 대량생산 역량은 우리를 쫓아오지 못한다. 기술과 산업의 측면에서도 서로 갖고 있지 못한 것들을 갖고 있는 분야가 많다. 외교 정치적 과제와 할 수 있는 것, 보이는 대로 냉철하게 볼 수 있는 힘은 다르다. 미래를 위해서는 보이는 대로 냉철하게 바라보면 올바르게 이해해야 할 수 있는 것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 사실에 입각한 기자들의 글을 통해서 시대의 행간을 읽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과거 스킨헤드, 마피아에 대한 상상이 존재하지만 내 경험과 관점에서는 국내의 막무가내식 단체 행동은 우리나라가 뒤지지 않는다. 내가 러시아에서 사람들이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읽을 때마다 혼자 상상하는 것이다. 만약 지하철에서 누가 쓰러지면 그 사람을 일으키는 속도는 러시아가 더 빠를 것 같다는 생각이다. 편견일 수 있지만 내 경험에서 사회주의 국가들은 돈을 벌기 위한 서비스 정신은 떨어지지만 더 인간적이다. 일반 사람들이 계산적이거나 속이려는 의도는 낮다. 시골 쥐와 도시 쥐처럼. 책 속에서 문화 측면에서 좋은 예술, 문화 영역도 포함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모두들 러시아 하면 붉은 광장, 테트리스 빌딩으로 유명한 성 발실리 성당이 떠오른다. 아직도 러시아는 동트기 전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느낌이 많다.

나는 모스크바 특파원이다
하준수 저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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