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아침 일찍 홀로 나선 극장에서, 포스터가 눈에 쏙옥 들어왔다. 맑고 깊은 하늘아래 젊은 청춘 한쌍이 등을지고 한 곳을 응시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개봉전 영화이고, 내용을 알지 못하지만 왠지 마음이 끌리는 영화다. 막상 개봉한 후엔, 일상에 지쳐 미루다 출장전에 잠시 짬을 내서 본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말과 글이란 참 부족하다. 2D라는 그림에 펼쳐진 이야기가 훨씬 다양한 인간의 감정과 애뜻함을 이야기하지만 그것도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온몸과 마음으로 다가온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했거나, 현대적인 신화를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원초적인 그리움, 바램, 사랑, 한계, 희망을 나도 똑같이 느끼게 한다.
타키와 미츠하의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그리움의 이유를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인간이 품고있는 막연한 동경과 그리움을 난 알 수가 없다. 인생에서 누군가가 내 눈과 마음에 들어올때 뚜렷한 이유가 있던가? 나도 누군가에게 이유없이 사랑받고 미움받는 대상이다. 그렇게 알수 없는 운명을 인연이라고도 하고 때론 업이라고도 한다. 이런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우린 누군가를 만나고 또 헤어지는 것이 야속하기도하고 감사하기도 한 우리의 삶이다.
시간의 장벽을 넘을 수 없는 인간에게 그것이 가능한다는 속삭임만으로도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가 된다. 시간, 장소, 물건과 같은 세상이 연결되고 이를 통해서 인간이 교감한다는 이야기는, 수 없이 알 수 없는 것들로 이루어진 세상, 시간, 공간에 대한 인간의 나약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세상에서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 이름을 부여하고, 이름에 뜻을 상기시키며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기도 한다.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고,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기다리고 찾는 것이 인간이다. 이런 인간의 바램이 미래의 희망을 상징하는 사춘기 소년 소녀들에 의해서 그려지는 것이 대단히 아름답다. 애뜻함보다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내가 다시 이런 시기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애뜻함과 마음 가득한 정성은 하늘도 감복하게 한다. 지성감천을 통한 짧은 만남속에 비록 다 손에 쥐어주지 못하고,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이 아쉽지만 결국 다시 만나게 된다. 그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 마음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사실 나 밖에 없다. 우리는 누군가 나의 마음에 깊이 들어올때 기쁨과 부끄러움, 상처도 함께 받는다.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키와 미츠하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일상과 마음을 넘나들며 하나와 둘을 오간다. 혜성이란 충격과 하나인듯 둘로 나뉘어 버린 마을 모습도 왠지 그 둘의 현재와 미래를 하나로 표현한듯 해 보인다.
이런 사람을 문득 만난다면 그 애틋한 마음속의 연민에 눈물흘리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우리는 평생 그런 소중한 사람을 찾고, 기억하고, 그런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가끔 한스럽기도 하지만 고맙워해야할 일이 많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만화영화를 보고나서 사춘기 마음과 같이 괜히 설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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