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인연이란 것이 있기도 하고, 나의 마음 상태에 따라서 더 공감이 갈때가 있다. 그런 책이 또 나와의 인연이고 운이라고 생각이 든다.
작년말쯤 후배에게 나는 좀더 단순하게 살겠다는 말과 혹시라도 내가 변했다고 생각하면 이야기를 좀 해달라고 했다. 같은 방향으로 함께 가는 동료라도 가는 방법이 다름이 다툼이 되기 때문이다. 이웃집 블로그를 보고 괜찮겠다 싶어서 사둔 책을 읽을까 말까하면서 넘기다 눈에 번쩍 들어오는 작은 소제목이 있었다.
"소선은 대악과 대선은 비정과 닮았다"라는 구절이다. 마주하는 현실속에서 잠깐 잠깐 잘해주고 넘어가는 것이 궁극적으로 나를 대하는 사람들에게 잘 하는 것인가? 인정머리없이 보이는데로 냉정한 현실을 전달해주는것이 결국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대단히 어려운 질문이다.
내가 좋은 의도를 갖고 있던, 나쁜 의도를 갖고 있던 그것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듣는 자의 수준과 상황에 딸린 일이다. 내 의도를 어떻게 전달하는 가도 대단히 중요하지만, 들을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하고 당장 손익에 민감한 사고는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 구절을 몇번이고 생각하다가 동의하게 된 것인지, 저 글귀로 회피하는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게된다. 몇일 고민하던 일을 그렇게 방향성을 조정하게 된다. 그 뒤로는 좀더 쉽게 일상을 걸어가려고 노력중이다.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단이란 책을 통해서 내가 갖고 있던 생각과 방향성을 정리 정돈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單이란 글자는 '하나, 혼자, 유일, 다하다'라는 의미다. 이웃님의 내려놓음이란 내려놓을 만큼 많은 것을 들어본 것이고, 버린다는 것은 버릴 많큼 많은 것을 채워본 이후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하나와 같은 유일함이란 저차원적인 한개 또는 단순함이 아니라 복잡한 것을 갈무리한 핵심으로써의 단순함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도 그런 과정을 책을 통해서 설명하고, 기업들의 인터뷰 사례를 인용하고 있다.
시장통의 저렴하고 단순한 제품들과 명품이라 불리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단아함은 전혀 다르다. 저렴한 제품이 모인 시장통을 보면 난장과 같이 복잡하고, 명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기술적 경험과 실패를 통과해야만 한다. 누구나 후자가 되길 희망하지만 전자의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인간이 노력해야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동시에 인간이 갖고 있는 보편적 한계도 말해준다.
버리라는 장은 최근에 읽어 본 최진석 교수의 노자를 통해서 더 잘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현실세계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현상를 경험을 통해서 매끄럽게 설명하고 있다. 세운다는 장은 좀더 인문학적이다. 사람이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람의 동작기제를 파악하는 성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킨다는 장은 또 많은 사례를 통해서 저자의 뜻을 주장하기 보다 다시 한번 많은 사례를 통해서 스스로 單해져야할 많은 이유를 설명하고 권장한다.
중간중간 책을 보면서 7-80여군데에 표기를 했다. 이 책이 갖고 있는 또 다른 장점이라면 인터뷰 기록들을 활용함으로 책을 쓴 저자의 의도를 좀더 단순하게 전달하는 부가적 이득이 있다. 근래에 나온 경영/경제 책자의 상당부분을 함께 볼 수 있다. 그 많은 책들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책으로 내는 수단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해박한 지적수준이 조금 부럽기도 하다.
현재 나의 삶에도 도움이 될듯하다. 정말 고급지게 만들어진 제품 이면에 녹아든 부단한 노력, 그 상품의 미학이란꽉 채운것이 아니라 단순함이란 절제를 통해서 보는 이의 마음에 작은 틈을 줄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사람도 겉의 화려함과 유려함이 보여주는 디자인 적인 측면보다, 그 내면에서 품어낼 수 있는 가치와 실력이 그 사람의 역할과 지위를 스스로 결정한다. 비주얼의 시대라 현학적인 모습에 현혹되기 싶다. 비주얼의 시대에 인비저블한 것을 볼 수 없다면 눈뜬 장님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것많으로도 상당히 권장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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