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기억하고 싶은 시간이 있고,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시간이 존재한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에게 1997년은 그런 시간이 아닐까? 전후 시대를 기억하는 80대만큼 1997년을 기억하는 30대 후반부터의 많은 사람들은 이 시기를 떠오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라 생각한다. 그 시대를 넘으면 겪은 많은 상처와 이야기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발작적으로 남아 있는 상처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조금의 행운이 곁들여진 삶이라 볼 수 있지만 인생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자신의 기억을 스스로 지우는 사람이 존재한다. 심지어 모국어를 잃어버리는 사례도 존재한다고 들었다. 스스로 감내한 범위를 넘어서는 거대한 충격과 고통을 모두가 꿋꿋하게 버티는 것은 아니다. 너무 큰 소리와 너무 작은 소리는 들을 수 없다. 인간이 갖은 고유한 기능한 아주 특별하게 기억에도 동작 하나보다.
이 영화를 보며 갑작스러운 경제적 고난은 많은 것을 무너뜨린다. 현재를 유지하기 위해 가족을 버리는 사람과 가족을 구하기 위해 어떤 일이라도 감수하는 사람 모두 더 큰 상처를 받게 된다. 잠시 잊고 지낼 수 있지만 이런 상처는 점점 더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그렇게 끝나면 좋으련만 이런 상처는 또 누군가에게 또 다른 슬픔으로 다가가기도 한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으며 지내지만, 언제 좋은 시절에 스치듯 만날 수 있는 곳이 이 작은 땅이란 생각이 든다.
스토리의 구성은 절묘하다. 조금씩 이야기가 풀어헤쳐지며 그 끝이 조금씩 다가온다. 공포물처럼 시작해서 스릴러의 느낌을 주다 다시 슬픔과 연민을 느끼게 되는 영화다. 더 행복한 시대를 꿈꾸는 시대가 조금 빨리 왔으면 한다.
#기억의밤 #김무열 #강하늘 #장항준 #영화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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