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고 그림 같은 배경, 어둡고 명암이 큰 실내 배경이 보는 내내 눈을 편하게 해 준다. 장면 장면의 차이가 있지만 맑고 청명한 느낌을 받는다. 전문 지식이 없지만 촬영을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아주 짧게 이야기하면 생로병사(生老病死)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대단히 슬프고 비극적이고 염세적이란 생각도 든다. 이 불편한 코멘트는 진실인가? 아니라고 말할 근거가 없다. 이런 사자성어도 수 천년 간 세상에 존재한 사람들이 생각하면 만든 것이다. 이 굴레는 인간이 벗어나기 힘들다. 잘해야 시간 끌기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가? 건강하게 살아야 하고, 이왕이면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것이 중요하다. 왜 세상에 가장 필요한 것이 사랑이라고 하는지 돌아보면 이 또한 오랫동안 세상을 살아간 인간들이 세대를 넘어 축적한 집단지성이다.
무명문이란 문파의 이름이 재미있다. 무협지에나 나올 법한 그림자가 없는 문파와 달리 이름이 없는 것과 하나의 문파는 이질적인 조합임에 틀림없다. 그들은 뛰어날 실력을 추구한다. 그 반대편에 있는 당문은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당나라는 아닐텐데 황당하다는 의미일까? 이들은 독의 전문집단에 가깝다. 그리고 잠시 비치는 모습에서 그들의 분야를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둘이 서로에게 원한을 심고, 그 원한이 복수로, 복수는 또 다른 복수로 이어진다. 스토리는 그렇게 전개되지만 생로병사의 입장에서 보면 참 바쁘고 한심하게 사는 일이다.
무예는 빠르고 강하고, 정확해야 한다. 무명문은 빠름을 강조한다. 일종의 쾌검이랄까? 장미연이란 잠재적 후계자가 갑자기 "자객이 되고 싶어?"라는 말을 통해 이 집단의 정체성을 조금 이해할 있을 것 같다.
내겐 스토리보다 사람과 관점이 재미있다. 진실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바라보는 위치, 빛, 조명, 범위에 따라 진실의 조각은 결정된다.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고 할 수 없지만, 그만큼의 진실이 모든 진실도 아니다. 이런 해석의 문제가 인간이 투닥거리며 사는 아주 큰 이유 중 하나다.
무영문과 당문이 쫒는 장미연이란 존재, 장미연과 무영문의 후계를 두고 경쟁하던 백소천, 장미연의 친구이자 제자로 세상을 자유롭고 의롭게 살아가려는 곽장생, 무영문과 당문의 관계로 인해 버려진 인생을 사는 사매가 바라보는 같은 사건 또 다른 이야기들이 재미있다. 사매(유영희)가 낯익어 보여 찾아보니 중국판 "뮬란"의 주인공이다. 갈수록 기억력이 나도 알 수없네. 시간을 갖고 차분하게 사람들이 전하는 진실과 멋진 배경을 감상하며 볼만한 영화다.
무영광(無名狂)이란 제목만큼.. 이름 없기에 이름을 얻을 수 있고, 이름이 없다는 것은 정체성이 없는 말이지만 동시에 어떤 가능성을 무한대로 품었다는 말이 될 수 있다. 미친다는 것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어떤 일에 깊이 몰입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하루에 제정신인 시간이 엄청나게 많은 것도 아니다. 1년에 열흘 열정적으로 꽃을 피우는 것처럼 시간을 더 해도 그리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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