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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독일 전시회 출장 3

by Khori(高麗) 2018.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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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늦게 반가운 고객이 멀리서 왔다. 매일 이야기를 하지만 이렇게 전시회 기간에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은 중요하다. 기차를 잘 못타서 한시간을 돌아왔단다. 그래서 서로의 안부와 얼굴을 보며 식사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


 숙제라며 건네주는 이슈 리스트에 빨간색 형광펜이 칠해져있다. B2B 사업은 우리만 잘 정리한다고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더 큰 솔루션이나 새로운 솔류션을 통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항상 크고 작은 요구사항과 변경 요청을 마주할 수 밖에 없다. 인간의 다양한 욕망이 번거롭지만, 그것이 새로운 사업이 시작되는 원인이다. 여러가지 공동의 목표와 우선 순위, 기초적인 일정을 협의했다.


 오후에는 현지 고객과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은퇴한 사장님, 업체의 정신적 지주이신 회장님의 호출이다. 여러가지 상황과 방향을 점검한다. 이런 과정은 중요하다. 상대 기업과 업무 조율과 이익을 계산하는 일은 쉽다. 파트너 기업의 문화와 고객이 우리를 생각하는 속마음을 아는 것이 힘들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나도 내가 속해있는 기업의 혼과 철학을 설명할 기회가 된다. 종종 해외사업을 진행하는 영업의 입장이 아니라 철학자(설마 그럴리가요, 철이 없는 것이겠지요) 준비생이냐는 소리를 듣지만 하나의 정신이 곧 실체의 존재가치와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있지만 서로의 정체성과 서로의 필요와 동반자의 역할을 깊이 있게 이야기하는 자리는 대단히 뜻깊은 자리다.


 호텔에서 약속시간을 기다리다 잠들었다. 급하게 예약된 식당에서 또 즐거운 식사자리와 함께 하는 의미를 세긴다.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것이다. 하나의 신뢰가 구축되고, 하나의 신뢰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맥주를 8리터정도 너끈하게 마시는 파트너 직원에게 우리 직원이 깔짝깔짝 도발을 하더니 간단한 시합이되었다. 들었다 놓으면 사라지는 500ml 맥주잔에 직원이 멘붕이 왔다. 졸지에 후원자가 등판해서 스냅스와 맥주를 몇 잔 마셨다. 잠시 나와서 다시 서로의 솔직한 이야기를하고, 파트너사 사장님이 아빠처럼 여작원들을 챙기고 또 우리에게 맥주와 먹을 것을 갖다 주신다.


 즐거운 자리에는 끝이 없다. 다시 호텔로 옮겨 서로 해 나가야 할 것을 의기투합한다. 결과가 항상 좋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함께 공동의 목표를 세워서 함께 하는 과정은 중요하다.


 늦은 취침과 늦잠은 어쩔 수 없다. 부리나케 라면을 하나 먹고 씻고 전시장으로 출발했다. 마지막 날은 항상 손님보다 전시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서로 경쟁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동업자다. 함께 시장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중국 업체가 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미국의 정책에 따른 그들의 생각도 물어봤다. 급격한 성장과정에서 마주한 벽이 커보인다. 하지만 그 과정을 극복하며 그들이 성장하듯, 우리는 우리의 환경에서 극복하고 성장해야 한다. 한국 영화를 좋아하고, 홍콩 르와르 영화를 좋아한다는 젊은 중국인이 또 재미있다. 나도 그들 부스에 들러 맥주도 한잔 하고 다른 부스에 들러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슬슬 이집저집 간판을 내리고 우리로 집에 갈 준비를 한다. 운송회사가 아직 오지 않았지만 미리 제품을 떼고 가능한 많이 포장도 한다. 옆집에서는 마이크로 큰 소리를 내며 서로를 격려하고, 독일이라 그런지 다들 대낮부터 맥주도 한잔씩 한다. 오늘은 밤이 길고 깊을 것이다.


 이런 저런 좋은 시작과 버려할 것은 이곳에 남기고 집으로 간다. 네덜란드로 돌아가는 길이 오늘 길 만큼 험란하지 않길 바란다. 힘들지만 재미있고 우리가 해야할 것을 세기는 기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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