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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연 (劇)

돌담길 돌아서 덕수궁과 미술관 - 수묵별미

by Khori(高麗) 2025.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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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수궁에 발걸음을  본 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서울 시내에 고궁이 많고, 덕수궁처럼 현대식 건물이 함께 있는 궁은 드물다. 시간을 더듬어봐도 언제 왔었는지 10년은   듯하다. 기사에서  수묵별미를 보러 덕수궁에 발걸음을 옮겼다. 

 

 조선시대 궁궐이 인의예지신과 같은 유교의 논리에 따라 이름을 붙였다는 기록을  적이 있다. 그런데  때만 '아하' 그러고 나면 잊어버리는 시간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입구인 대한문 현판이다. 입구 앞은 여전에 노인네들 스피커를 켜놓고 아무 말 대잔치를 하고 있다.  멀리에서는 전자드럼 소리와 함께  놈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다.

 

 지나가다 보니 광명문이 있다. 이름이 맘에 들어 지나쳤다 다시 돌아와 정문 한가운데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새해가 시작되고, 설날도 다가오고 세상 곳곳에 빛이 있을 곳에 광명이,  이면에 어둠과 그림자가 있어야  곳도 빛에 따라 바르게 위치하길 바란다.

 

 고궁 안의 나무들이  멋들어진다.  쌍이 만들어 내는 모습과 고목처럼 늙어가는 모습과 달리 파란 잎을 풍성하게 피우는 나무를 보며 올해 나는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우리도 매일매일 흘러가는 듯하지만 나무처럼 하루하루 껍질을 벗고,  잎을 내고, 꽃을 피우고 해가는 과정을 지나가는 것이리라.

 

 마침 내가 도착한 시간에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가  작품들을 설명해 주고 계셨다. 시간을  맞춰가면 작품, 작가의 설명이 곁들여져 풍성한 재미가  듯하다. 입구에서 QR 코드를 스캔해도 오디오를 들을  있는데 영어로 나온다.

 

 중국 베이비가  그림 교과서에서 봤다고  그림이다.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다. 묵과 붓으로 그려낸 그림에 점점 색이 입혀져 가고 서구적 그림의 기법도 사용되는 시대의 변화도   있다. 다양성이라 말하고 필묵은 시대를 반영한다는 설명이 맘에  든다. 한중의 그림을  자리에서 본다는 재미가 있다.

 

 동양 3국의 문화를 보면 폰트의 획일성이 강한 알파벳보다 훨씬 멋있다. 당장 간판, 영화 포스터만 봐도 멋진 서예체의 글씨는 이쁘고 화려한 캘리그라프 수준보다 강렬하다.

 

 그림이냐 붓으로 그리겠지만 색조가 들어간 수채화를 보면 사람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머릿속에 사진처럼 찍었을까? 순간을 포착하고 일상에서 시를 찾고, 장면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화가들의 재능은 대단하다. 이것을 또다시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만큼 입체적인 감각을 들어내는 능력은  같은 일반인 나에겐   없는 일이다.

 

 문화혁명 기간 산업생산을 독려하는 그림이라고 쓰여 있었던  같다. 의미를 떠나 베이비들은 언제가 옳다. 어제도 퇴근길에 아장아장 걷는 아이가  이쁘다. "고 녀석  좋을 때네"라고 했더니 아이 부모님들이 되려 인사를 했었다.

 

 오늘  그림 중에 가장 맘에  그림이다. Winter는 지나가는 중이고  봄이  것이다. 낙관처럼 붉은    두 개가 있으면 이쁘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힘차게 솟아오른 가치와 줄기가 힘차서 좋다.

 

 큐레이터의 낭랑한 목소리를 귀동냥할 때  그림인지 작가의 그림인지도 교과서에 기재된 듯하다. 순한 얼굴과 달리 휘날리는 갈기와 꼬리가 멋지다. 그림 제목은 전쟁용 말이란 의미인데 참 묘하다.

 

 만 원짜리 세종대왕 얼굴이 자화상 아니냐는 논란의 운보가 그림  그림이다. 중국과 한국의  그림이 비슷하고  다르다. 그런데 갑자기 이중섭의 소가 내겐 훨씬 다가온다.

 

 수묵화, 수채화만 있는 것도 아니다. 여러 가지 재질과 형태의 작품도   있다. 기대보다  만한 작품이 없다는 어르신들의 말도 있지만 묵과 농담으로 표현되는 그림의 담백함처럼 조금 심심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맛이 아닐까?

 

 안테나가 곳곳에 올라온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과거 산수화들이 노인과 아이, 물, 산, 구름등 평온한 모습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림에서는  늙은 농부는 왼쪽으로 걸어가고  멀리 다른 늙은 농부는 소를 끌고 오른쪽으로 걸어가는 그림이 있다. 사람이 나무만 하다고 따지기 전에 그런 원근감이 없는 그림이  보면 즐겁다. 문명은 조금씩 발전하고 산속의 길이 판자촌을 그림 그림의 골목길과 교차하니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진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금강산인가?'라는 생각이 보자마자 떠오르는 그림이다. 저렇게 폭포가에서 경치를 구경할 여유가  생기면 좋겠다.

 

 주말 지하철 왕복, 덕수궁 입장료  원, 수묵별미 입장표 4천  내고 하루를  보내듯 하다. 마나님이 6시에 밥을 준다고 해서 서둘러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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