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을 거의 안 본다. 저녁에 책을 보거나, 뉴스는 포털의 뉴스, SNS, 팟캐스트로 조금씩 듣는다. 꼭 시간을 지켜서 듣지 않아도 되는 팟캐스트를 선호한다. 필요할 때 찾아서 볼 수 있는 뉴스, 인문고전, 시사, 음악, 경제 등 다양한 주제를 필요에 따라서 시시적절하게 접근할 수 있다. 요즘은 과도한 connected가 다양한 접근수단(전화가에 7개의 메신저가 동작중 ㅡㅡ;;), 전화, 이메일을 생각하면 필요에 따른 disconnected time은 매우 중요하다. 가끔 어깨 넘어 마나님의 종교활동 시간에 연결 구성에 대한 흐름 없이 멍떼리고 보는 드라마가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블로그나 영화를 보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복면가왕 "성대천하 유아독존 동방불패"를 보고 난 뒤로는 자주 그 시간을 찾아서 텔레비전 앞에 앉는다. 개인적으로 여성 보컬의 목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장르불문에 전문성은 없지만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은 연예인이나 일반인이나 상당히 매력적이다.
동방불패의 무대를 볼 때마다, 장르의 화려함, 깨끗하고 시원한 고음, 기교, 호흡은 빠지는 곳이 없다. 하지만 첫 무대를 우연히 볼 때 동방불패, 임청하와는 다른 깜찍한 마스크와 귀엽게 입은 중국풍의 옷이다. 30년 전의 홍콩 르와르, 무협사극 시대를 거친 캐릭터가 참 앙징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거부, U&I, 꿈에까지 한가닥씩 하는 디바들의 노래를 거침없이 소화하는 그 소리에 매료되었다. 그러고 보면 콘서트라는 것을 가 본적이 참 오래되었다. 그런 반면 대학교까지는 그런대로 여러 가수들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어봤던 추억이 있는데, 동방불패의 노래는 꼭 라이브로 한번 들을 수 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보통 오랜 기간을 듣게 되면 지루함도 있고, 익숙함도 생긴다. 거미처럼 목소리의 고유함이 있다면 동방불패는 기교의 고유함이 있지만 노래마다 시대와 가수의 재해석을 참 잘한다. 무엇보다 사운드가 나를 파고들어 여운을 남긴다는 것이다. 서문탁의 "사랑, 결코 시들지 않는"을 점심시간에 몇 번 듣고 나서 오후를 시작하면 한껏 기분이 좋다. 따분한 출근길에 "U&I"를 들으며 발걸음을 재촉하기도 한다.
손승연이라는 무성한 풍문과 손승연이 과거에 부른 노래를 들어보면 현재의 동방불패가 월등히 낫다. 기교적인 부분보다 소리의 맑음, 호흡이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사실 가수가 손승연인지 아닌지에 큰 관심이 있지는 않다. 동방불패라는 가수의 노래가 참 듣기 좋다는 것이다. 마치 청소년기의 좋아하는 가수를 나이 먹어서 만난 기분이다. 가사를 음미하며 들어야 하는데 어째 나에겐 소리자체의 즐거움이 좋다. 중요한건 승패를 떠나 누군가를 알게 되는 것보다 그 노래를 자주 들을 수 없다는 미래가 조금 아쉽다. 앨범으로 나왔으면 하는 기대를 한다. 이번주 김현철의 "달의 몰락"은 너무 많은 기교가 붙기는 했지만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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