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은 간사하다. 꼭 읽으려고 들고다니던 책도 밀리 책을 보다보면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한참 읽는 것이 재미있는 지적 호기심이 발랄하던 시기가 아닌듯하다. 스스로 앎의 영역에 대한 용량 한계라고도 생각하고,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이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2부처럼 이어지는 풍기장림은 랑야방 1부에 비해서는 박진감이 있다. 일부는 나아갈듯 기다리는 장면이 너무 잦다보니 살짝 짜증나고 답답했다면 풍기장림은 좀더 활달하고, 무협지의 느낌이 좀더 가미된 구성을 갖고 있다.
1부 정왕의 소생인 소정생이 어느덧 노년의 장림왕부를 이끌고 있다. 임수가 가르친 정생의 장림왕부는 명예, 권력, 절제, 충절이란 단어로 집약되어 있다. 하지만 가족의 구성을 보면 다들 기구하다. 소정생은 다시 양자로 정왕의 양자로 입양되어 황제의 형제가 되고, 소정생의 맏아들 평장은 욕망을 누르지 못하고 역적의 길을 걸은 친구의 자식이다. 정작 본인의 혈육인 평정은 주목받지 않는 왕가의 둘째 아들일 뿐이다.
성은 같지만 족보를 따지자면 제각각이다. 혈육이라고 하지만 혈연이라고 하기에는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가족이란 이름과 장림왕부의 사명이 양나라와 백성을 지키는 정신으로 무장된 가문의 역량은 참으로 대단하다. 그리고 그 이름을 지켜나가 새롭게 등극한 황제를 보필하고 또 자신의 임무를 다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충절의 길과 권선징악의 이야기를 하지만 그 과정속에서 마주하는 고난의 행군은 박진감이 있다.
2~3세대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소설의 이야기보다 인간은 허점이 있지만 끊임없이 탐욕과 욕망의 굴레에서 갈등한다. 굴레의 바퀴에서 소용돌이치는 사는 삶을 선택하는 순간 삶의 달콤한 맛배기를 잠시하고 온갖 쓰고, 맵고, 짠 맛에 휘둘려 삶을 망친다.
외부환경의 좌절과 인간의 욕망이 항상 연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소원계를 통해서 잘못된 선택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탐욕을 자극하고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인간이 부끄러움을 알기 때문이고 타인을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인간은 타인의 얼굴을 바라볼 뿐 자신의 얼굴을 읽지 못하기 때문에 뻔뻔하고 탐욕을 그럴싸한 명문뒤로 숨길 수 있다. 시대가 지나고 좋은 시절을 바라지만 이런 부류가 세상에 잡초처럼 끈질기게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 심심한 삶을 방지하기 위한 하늘님의 배려인지, 그들을 통해서 인간이 걸어야 할 길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존재의 사명을 갖는지 알 수 없다. 그런 부류들이 높은 지위에서 평범한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세상이 좀 짜증날 뿐이다. 이는 인간이 만들어가는 문명에서 가장 큰 하자이자 발전의 동기가 된다. 평정은 난을 제압하고 양나라를 지킨다.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쿨하게 자유인의 길로 들어선다. 이런 멋진 놈을 현실에서 볼 수 있을까?
결국 해피엔딩이지만 임해라는 장림왕 평정의 배필사이를 보면 이해는 되지만 여인들은 참 못됬다는 생각을 한다. 떠날것도 아니고 머물것도 아니고, 알려줄것도 안 알려줄것도 아닌척하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그저 혼자 안달하는 평정이 좀 안됬다는 생각이 들긴했다. 차라리 세사 평장의 세자비가 훨씬 낫지..
명절 휴일도 지나고 이젠 두툼한 읽어야 할 책을 또 봐야할 주말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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