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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출장 (行)

마르코폴로가 말한 그 항저우에서 - 출장

by Khori(高麗) 2023.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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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오후에 항저우에 도착했다. 중국은 북경, 심천은 몇 번 가봤지만 항저우는 처음이다. 알리바바의 마윈의 이야기도 생각나고, 마르코폴로가 칭찬을 했다는 항저우는 정말 살기 좋을까? 중국을 올 때마다 느끼는 점이라면 중국어를 모르면 (못함 ㅋㅋ)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한자 한 두자 아는 것으로는 대체 뭘 할기 어렵다. 오늘도 내가 사용하는 맵이 알려주는 경로로 움직이다 보니 한 참 돌아가게 된다. 말이 안 통하는 KFC서의 대책은 전화기로 사진을 찍어서 "이거요" 그럼 아가씨가 "저거"라고 하며 말은 안 통하지만 서로 웃게 된다. 원래 저녁 계획은 택시를 타고 좀 구 시가지를 나가볼 궁리 중이었는데 DIDI앱에 결제수단 등록이 안된다. 알리페이도 안되고.. 중국계좌가 없으니 뭘 할 수가 없다. 호텔 인터넷은 다음도 막혀있는데 Yes24가 된다. 이렇게 블로깅을 하고, 책이나 볼 생각이다. 다행히 내일은 의사소통이 가능한 보호자를 붙여준 데서 항저우 구 시가지를 돌아볼 생각이다.

 

 항저우 강남 쪽의 구역을 보면 판교 테크노 밸리와 비교해 볼만하다. 건물은 우리나라보다 2배 정도 높고, 면적은 수 십배는 넓은 것 같다. 미국에 두둘겨맞은 화웨이부터 온갖 과학기술 업체들이 몰려있다. 아침에 업체에 도착해서 전시관부터 갔는데, 사진을 못 찍게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처럼 프로페셔널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그들이 따라오는 속도가 겁나기도 한다.

 

 업체 연구소와 미팅을 하는데, 분명 어젠다와 상관없이 본인들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 우선 방문 목적에 맞게 내가 해야 할 주요 이슈부터 정리했다.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조금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본격적으로 질문을 하는 개발자의 의견을 보면 한편으로 궁금한 것도 많다는 의미다. 다른 한편으로는 본인들도 어렵다는 말을 빙빙 돌려서 하는 중이다. 중국업체와 미팅을 하다 보면 결국 "몇 개 사줄 건데"라는 질문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렇게 협의할 이슈가 있고, 이렇게 협의할 수가 없는 핵심 이슈가 있다. 깔짝깔짝 신경이 거슬리길래 웃으면서 "그럼 지금 하는 사업도 없는 거지 뭐. 그렇게 되면 몇 개인지 나도 모르겠다"라고 했더니 기술적 어려움을 장시간 이야기한다. "그래 잘 이해해.. 그래도 개발은 네가 하는 일이니 너만 믿는다"라고 해줬더니 개발부장이 쓰러지려고 한다. 말장난을 엔간히 해야지.. 

 

 사실 중국과 일을 해보면 기가 막힌 일이 여러 번 있다. 하지만 지금 일하는 업체는 그래도 상당히 긍정적이다. 미국시장 미국사람들로부터 항저우 출신은 그래도 양반이다. 광저우, 심천, 동관은 양아치에 가깝다는 말을 오래전에 들었는데 정말 그런가? 지역색은 전 세계 어디나 있는 것 같아 보일 때가 있다. 

 

 미팅을 마치고, 점심을 미팅룸에 준비해 줬다. 한국지사 팀장이 "어린이 입맛"이라고 설명해 주니 특별히 계란요리를 준비해 주고 그것만 먹냐고 또 놀리기도 한다. 20년 전에 중국 전자업체는 부품부터 제고 생산을 한곳에서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오늘도 그렇게 큰 건물에 수 천명이 밥 먹고 일하고 하는 모습을 보면 이것도 일종의 대륙 스타일인가? 

 

 점심을 마치고 인터뷰를 한다고 한다. 여러 잡지 인터뷰를 했지만 얼굴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런데 인터뷰 장소에 밀어 넣고 이 녀석들 다 사라졌는데, DSRL카메라와 조명부터 심상치 않다. 분명 한 녀석이 2번 질문 이렇게 부탁한다고 해서 그러면 죄다 거짓말인데라고 농담을 했는데.. 하여튼 인터뷰는 사업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상호 신뢰, 상호 역량에 대한 기대를 품고 서로 좋은 미래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로 잘 정리한 것 같다. 인터뷰이에게 이 나쁜 놈들 이거 시키고 다 사라졌다고 하니 깔깔대며 웃는다. 그래도 인터뷰는 잘 됐다고 하니 다행이다. 이걸 온라인에 올린다던데.. 아이고...

 

 인터뷰 마치자마자 제조시설을 보러 갔다. 얼마 전에 완료한 Smart Factory를 보고 싶은데 해당 시설은 외부 공개를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 제조시스템을 보고 추정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입구부터 반도체 공장처럼 가운 입고, 헤어캡 쓰고, 신발에도 헤어캡 같은 것을 착용하는데 신발에 캡을 씌어주는 기계가 있다. 구두 닦아주는 기계는 흔하지만 이런 기계 신기하다. 바람이 나오는 에어커튼을 지나서 제조시설에 들어가 보면 전자제품 공장을 통째로 클린룸으로 만들었다. 정말 밀폐된 공장과 공조시스템을 보니 클린 시스템만으로도 보편적 국내제조시설들보다 점수를 더 줘야 할 판이다. 회로기판을 비전 시스템으로 검증하고 AI를 이용한다. 각 제품별 회로기판을 적층 하는 트레이까지 지그처럼 다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공정마다 반도체 검사장비에 사용하는 비전시스템처럼 곳곳에 AI를 이용한 자동화와 운영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수작업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왜 중국이 수작업 공정을 줄이는 것이 저가형 제품이 아니라 공정 자동화를 고려한 생각이란 느낌을 확인한 것 같다. 따라온 직원이 내용을 모르니 통역에 애를 먹는다. 오히려 내가 이건 이 걸 거야라고 설명을 하면서 둘러보게 된다. 제조를 위한 사전 준비과정을 보고, 부품의 입고품질 검사도 자동화된걸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일반적인 국내제조가 정확성과 생산성을 따라가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한다. 기술 격 차과 기존 시잠 점유로 버티는 임계점이 얼마면 다다를까? 5년? 이젠 제조가 인건비중심체계에서 AI를 기반으로 자동화가 된다면 어쩌면 지역적 차이가 없어질지도 모르지 않나? 아디다스처럼.. 준비하고 노력하는 과정과 수준이 다르다. 그렇다고 이 업체가 1조를 넘는 기업도 아니다.. 분명 우리가 앞선 산업이 있지만, 평균적 제조 수준을 보면 심각하다는 생각을 한다.

 

 더욱 인상적인 부분은 검사시스템이다. 제품의 특성에 따라 제조업체의 특징에 따라 검사항목 체크리스트는 다르다. 그런데 자체 재작하고, 검사공정을 시퀀스에 따라 시행하는 자체제작 기계는 정말 탐이 난다. 유사 공정을 한국은 많은 부분 사람이 한다. 대기업도 이 부분을 이 정도로 자동화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데이터로 자동화를 구현하는 학습능력은 인정해야 할 듯하다. 조립공정은 한국보다 조금 열악하다. 조립공정을 모두 녹화하고 문제 확인도구로 사용하는 등 이 부분에도 더 많은 노하우가 적용되어 있다. 다만 작업공간, 한 사람이 사용하는 공간, 휴식공간이 거의 없어 쉬는 시간에 그냥 쪼그려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 20~30년 전의 한국도 도긴개긴이라고 생각한다.  그때보다 더 발전된 기술과 근로환경의 격차는 또 다른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경험한 것처럼.

 

 제조시설을 방문하고 호텔로 왔다. 돌아오는 길에 심심해서 세 본 크레인이 100개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쉬지 않고 심시티를 한다. 이런 변화는 발전을 상징하거나 아니면 과도한 건설 경기 이후 일본처럼 불황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사실 요즘 미국은 소리만 지르지 돈은 없지 않나? 돈 있는 애들은 중국이 가장 넉넉해 보인다. 특히 상해, 심천, 홍콩등을 보면 소득 수준이 한국보다 낮지 않다. 농담으로 유비 촉나라지역 때문에 중국이 만불정도 GNP지 해안도시들만 한다면 4-5만 불 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4월 미국은 햄거버가 6달러에서 12달러까지 파격적 인상의 느낌이라면 중국도 올랐지만 햄버거가 30위안이면 4800원 정도다. 호텔에서 파는 삼단 자동우산이 3천 원이면... 체감이 될까? 12Km 택시비고 30위안 정도인데 미국에서 25달러가 38달러까지 오른 걸 보면 생활은 중국이 더 안정적으로 보인다. 세상이 생각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더 복잡하고 고도화된 의사결정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업종의 관점이 아니라 일상의 관점으로 보면 글쎄... 미국이 이기기 어렵다로 보기는 어렵지만, 중국이 지기 쉽다는 관점이 훨씬 어려워 보인다. 어쩌면 내가 세상의 변화가 시작되는 점일까? 아니면 망상일까? 앞으로의 몇 년을 생각하며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할 것 같다.

 

 하여튼 앱, 중국은행 계좌 없으면 택시 타고 돌아다니기도 힘든 건 외국인의 비애네요.. 아이고..

 

#항저우 #출장 #khori #천상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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