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시타 고노스케, 일본인이 경영의 신으로 추앙하는 인물이다. 12년 '길을 묻다'라는 책을 보면서 드러커와는 조금 다른 감명을 받았다. 이론과 실제의 세계는 다르다. 격투기를 책으로 배우기 어렵다. 실전은 과거의 실전을 정리한 이론과는 또 다른 세계다.
나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보다 한 번 만져보는 것(체험)을 해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영업과 연애의 방식이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본질적인 프로세스는 동일하다. 백날 책으로 이해해봐야 사람을 마음을 이해하고 손 한번 잡을 기회를 갖는 것이 상상의 나래 속에서 환상체험을 하는 것보다 현실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보면서 기분 좋게 한 권의 책을 내려놨다.
워낙 유명한 경구가 많다. 책을 읽고 접어둔 페이지가 많다. 전에는 작은 투명 테이프로 기억할 만한 곳을 북마크 했다면, 요즘은 줄을 긋고 책을 접는 것이 편하다. 그렇게 읽으며 그가 우리나라의 독자들에게도 존경받는 이유는 12년 읽었던 내용과 유사하고 지금은 좀 더 구체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산업발전의 트랙에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성장에 목메어 부지런히 달려왔지만 OO수호통상조약부터 생각해도 불과 백 년이 조금 넘는다. 그보다 조금 앞서 메이지유신이 있었다. 세상의 견물을 넓히려는 능동적인 자세의 시점은 많은 차이가 있다. 그만큼 더 많은 경험을 축적한 일본이 우리보다 조금 앞선 부분을 나는 의식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 격차가 많이 줄었지만 90년대 일본, 미국, 유럽을 돌아다니며 한국인의 입장에서 이 사람들 격이 있다고 생각한 나라가 일본이었다. 그 다음이 유럽, 미국은 사실 품격이 없다. 그 격이 나는 업의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드러커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것은 서구의 관점이고, 동양의 관자, 사기의 화식열전, 우리나라 개성상인들의 이야기인 상도라는 소설을 봐도 충분히 이 땅에 유사한 것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잘 정리해서 보편적인 이론과 일반화의 과정이 조금 더뎠거나 잠시 시대적 상황으로 잊고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그가 시작한 장소부터 마쓰시타라고 불리는 기업, 마스시타의 발자취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제를 갖고 접근하고 있다. 그를 통해서 이 땅의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비록 20세기 산업에 적합한 추적자 전략, 하나의 업에 집중하는 정신의 과거 유산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산업의 단계에 따라서 한국이 아닌 개도국의 국가에서도 아직 유효한 것들이 많다.
1. 전문경영인과 사업부제를 통해서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토대를 꾸렸다. (책에서는 세습을 포기했다고 표현했다)
2. 사람을 존중하고 기업이 존재하는 세상의 순환구조를 통찰했다. 이는 기업의 경영이념, 경영철학으로 성장하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3. 인간의 행복과 번영을 이해했다. (이 부분은 2번의 연계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4. 세상의 평가와 평판을 두려워 한 자세.
5.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길은 있다'는 마음가짐. 그 길을 스스로 열어가는 것이지 나에게 열리는 것이 아니다.
아직도 내가 종사하는 전자 업종에서 파나소닉이 갖는 일본 내 위상은 압도적이다. 파나소닉을 취급하지 않고 장사하기 어렵다. 또한 많은 기업들의 임원들이 '파나소닉 출신입니다'를 말한다. 얼마 있다가 거래처에 파나소닉 출신 사장님이 온다고 전문도 받았다. 이런 유산을 갖은 기업이 한국에서 나오려면 한 세대는 더 소요될 것 같다. 이는 기업의 변화만 독촉할 것이 아니라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대한민국의 의식 수준이 향상되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파나소닉 출신 일본 기업 임원과 컨퍼런스 중 말다툼을 했었다. 파나소닉은 불량률이 없다. 그리고 그런 파나소닉에서 근무한 내가 우리 회사 품질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는 예의 바른 말투의 거만함이 조금 거슬렸다. 인문학적으로 사람이 불완전한데 완벽한 것을 만든다는 생각은 불가능하다. '이사님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만드는 일에 불량이 없다는 것은 조금 과하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본 적이 없어서 믿기 어려운대요'라고 살짝 농담 반 진담 반 퉁을 놨다. 일본 팀장의 얼굴에 암운과 다크서클이 나타났다. '하하하'라는 통쾌한 웃음과 함께 추가된 두 시간 동안 집에도 못 가고 컨퍼런스 하다가 쓰러질 뻔했다. 다행히 배터리가 off 돼서 천만다행이지.. 국내 기업에서 이런 자부심을 볼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 회사 다닐 때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담 스미스의 말처럼 이익을 위한 이기적인 마음으로 경제활동을 한다는 생각은 아주 좁고 편협한 생각이다. 세상을 얄팍하게 산수로 돌려보기 위한 계량화의 한계다. 우리는 배고프지 않으면 먹지 않는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밥 먹고 나서 준다고 덥석 돈 주고 사 먹지 않는다. 이익이란 것도 상황, 조건에 따라 다르다. 경제학 이론의 전제처럼 사람이 이성적인 것은 아니다. 이성적인 때가 있을 뿐이다.
세상을 넓게 이해하는 것은 기업이 존재하는 경기장을 잘 이해하는 것이고, 경기장을 잘 이해하고 나면 경기의 규칙을 이해하는 첩경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권좌를 누리려는 방식을 위한 사람과 조직 간의 협력은 불가피하다. 그 협력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오랫동안 존속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과 파트너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과 사랑은 또 불가피한 것이다. 일시적인 성공이 영원하려면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 마스시타의 말처럼 또 내가 얼마 전 블로그에 쓴 말처럼 성공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무궁무진하다. 단지 망하는 전조와 방법만 유사성이 선명하다.
21세기의 정보 통신 산업이 제조 중심의 20세기 산업과 기술적인 변화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업을 운영하는 본질은 20세기에도, 21세기에도, 그 전에도 그 이후에도 본질적인 변화는 크기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마스시타 고노스케는 시대에 한 획을 그은 것이 분명하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이라고 편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 기업과 개인은 또 다르고, 나와 다른 생각이라고 우려했다면, 좋은 견문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혹시라도 그런 편견이 있다면 건전하고 보수적인 생각의 단면에서 호감을 가질 만한 책이다. 우리나라에 radical 한 사람은 아주 드물다.
#마스시타고노스케 #파나소닉 #기업철학 #업철학 #인간중심경영 #khori
http://blog.yes24.com/document/6988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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