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글을 써 놓으니 주변에서 링크로 보고 '좋아요'를 누른다. 재미있다는 소리도 듣고, 웃기다는 소리도 한다. 반응이 썩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 내가 이런 글을 쓰는 목적은 좀 더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아니라 회사라는 경기장에 들어간 초짜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 알아도 권련 관계상 불편한 상황을 피하지 못할 때가 많다.
지난번까지 제대로 된 질문, 기록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쉽게 얻은 것은 부실하고 또 쉽게 내 손을 벗어나기 쉽다. 못된 행동을 제압하는 통쾌함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실력 향상이 가장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성인군자, 예수님, 부처님이 되려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평균(상식처럼 이런 통계는 없다) 보다 지위에 맞는 품격과 실력을 함양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내가 일을 하면서 못된 행동을 바라보며 알게 된 것은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조삼모사의 원숭이처럼 아침에 기분이 좋았다, 점심 먹고 기분이 나빴다 한다. 기분이 나쁜 건 본인의 탓인데 꼭 타인들에게 이성적 업무 프로세스의 가면을 쓰고 화풀이를 한다. 방긋 웃으며 인사하면 '사무실 분위기 안 보여!'라며 구박을 한다. 조심조심 핵폭탄을 피해 다니면 하이에나처럼 희생양을 찾는 듯 레이더를 돌리고 있다. 이런 일은 낮은 수준의 감정 조절장애에 불과하다. 문제라면 나에게 분노 조절장애가 생긴다는 것이다. 상호 감정 조절장애 경진대회를 하면서도 해결할 수 있지만, 인간적인 배려와 경청으로 서로를 풀어갈 여지가 있다. 그리고 장애가 있는 사람과 굳이 싸우는 것은 정상인의 품격으로 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정말 못된 행동을 하는 상사는 오히려 차분하다. 항상 나를 도와주고, 챙겨주고, 성과를 지원한다고 말한다. 문제라면 '나는 왜 체감이 되지 않는 것일까?' 가끔 체감이 될 때도 있다. 작은 이익을 주고, 그 사람에게서 몇 배의 이익을 얻으려고 하거나, 그 사람의 삶을 장악하려는 것이다. 그들은 지위도 높지만 항상 지위와 별개로 정치인처럼 프레이밍을 한다. 프로세스처럼 논리적으로 이야기 하지만 규칙을 잘 지키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규칙을 잘 지키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지 않을뿐더러, 이중적인 기준을 갖고 있을 때가 많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의 목적과 부합하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일을 할 때엔 일이 완료되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상사의 기분을 맞추다 내 일이 완료되지 못하면 그 일을 상사가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상사도 마찬가지다.
선거에 나온 국회의원이 "이번에는 000 해주겠습니다"하고, 하는 시늉을 하다 국회의원이 되자마자 000을 뽑아 버리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같은 말을 계속해서 세뇌를 하고, 뭔가 있어 보이는 말을 하지만 결국 자신이 직접 하는 일이 없다. 그래서 체감이 되지 않는다. 이들은 타인의 기대를 갉아먹는 것이다. 말은 시간 속에 흩어지고 묻히기 때문에 상황이 바뀌면 또 다른 말을 갖고 와 다시 나를 돕는다고 이야기한다. 다시 한번 상사가 내가 업무 목표에 다가가도록 하기 위한 것인지, 나의 실력 향상을 위해서 이야기하고 있는가를 되짚어볼 때다.
이런 부류는 타인에게 말을 옮기고, 밀실에서 이야기하길 좋아한다. 나는 광장처럼 개방된 공간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훨씬 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말을 사람들이 확인하는 것을 철저하게 견제한다. 특히 'A가 B는 다 좋은데 000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라고 말하고, A에게 가서는 'B가 그러던데 너는 00 업무는 못하면서 욕심만 부린다고 그러더라고, 힘 좀 내'하며 이야기를 만든다. 어차피 A와 B 사이에 반간계를 두고, 서로 항의가 들어오면 서로에게 옮기면 자신은 모른 전달자에 불과한 셈이다. A와 B는 협력이 최상이지만 서로 견제하고 싸우기 바쁘다. 사람들의 신뢰를 이용하는 사람도 나쁘지만, 자주 속는다면 철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못된 상사들은 그 자리에 맞는 실력이 없다는 것이다. 한 분야를 넘어서지 않는 다면 괜찮겠지만, 대부분 욕망으로 자신의 수준을 넘는 것을 바라기 때문이다. 교묘하게 이야기 하지만 잘못된 결과는 모두 남의 탓이나 타인의 행동이 원인이라고 말한다. 위에는 아부하고 밑에는 분열을 시키면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탐한다. 만약 그들의 언과 행이 일치하고 그의 말처럼 목표가 추진된다면 그런 사람이 실력자이고 리더라고 말할 만 하지만,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 부류가 피곤한 이유가 있다. 차라리 적대적이며 못된 짓을 하는 경우라면 프로세스와 기준, 자신의 정신력과 의지를 동원할 수 있다. 주위의 동료와 협력을 통해서도 대응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교묘하게 분열을 조장하고, 협력자들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복잡하기 때문에 쉽게 대응하기 어렵다. 내가 볼 때 본인도 그때그때 변하는 상황에서 땜빵으로 거짓말하기 바빠진다. 다만 상사라는 유리한 지위를 방패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런 못된 상사들이 실력을 펼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잘하던 분야를 넘어서 타인의 분야에서도 실력이 있는 것처럼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력 있는 사람을 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한 것처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아는 것은 일천하고, 말은 과하기 때문에 결과는 형편없다. 또는 자신이 부족한 분야를 부족한 지식과 자신만의 희망사항으로 채우려는 욕심 때문이다. 가혹한 현실은 수준 낮은 자의 부실한 상상을 절대 받아주지 않는다. 결과는 선택 때문에 발생하고, 잘못된 결과는 잘못된 선택에 기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말을 잘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책 표지 몇 장을 읽어서 그럴싸하게 이야기할 때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주의 깊이 경청하면 말과 다른 뜻을 알 수 있다. 깊이가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표가 난다.
그들에게 일관성이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망한다는 것이다. 망하는 대상과 사람을 보면 묘하게 정리하기 힘든 공통점이 있다. 이런 어둠의 기운이 나타나면 오래가지 않는다. 상황이 바뀌면 판단이 바뀌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상황이 바뀌면 말은 바꾸지만 자신의 이익을 놓지 않는다. 타인에 대한 요구사항만 바뀐다. 그래서 질문과 기록이 중요한 것이다. 인간관계의 측면에서 이런 행동으로 인해서 못된 상사들이 신뢰를 구축하지 못하고, 동료나 부하는 이해관계, 권력관계로만 남기는 원인이 된다.
이들과 대면하는 것은 피곤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굳이 대면하기보다 피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또 그들이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본분에 맞게 움직이면 정상이 될 수 있다. 그 기대가 최선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렇게 변하기 시작하면 되돌아오기 힘들다.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기 시작하며 권력, 이익에 집착는 순간부터 사람은 되돌리기 어려운 시간을 한참 소모하게 된다.
질문과 기록을 통해서 못된 상사들의 불합리한 지시에 대응해 본 적이 있다. 아주 쉽게 그들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주기만 해도 온갖 다양한 행동이 나온다. 사람들의 태세 전환은 진실이 열리자 마자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내겐 더 놀랍다.
'아 몰라 몰라'하며 얼렁뚱땅 넘어가거나, 얼굴이 시뻘게지며 '하라면 하지 왜 말이 많아!'라고 강압적으로 나오거나, 싱글싱글 웃고 있으나 '네가 이걸 파악해서 이렇게 나오면 내가 뭐가 되니?'라는 대사가 비겁한 얼굴에서 읽힌다. 제일 훌륭한 연기력은 "아~~ 오(고개를 푹 숙였다 들면서) 기억이 안 나네"라는 어려서 보았던 대머리 아저씨의 청문회 핵심 대사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반응이 나왔다고 일이 해결되는가? 아니다.
결국 회사 일은 이해관계자들의 조정도 중요하지만 분업화된 업무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업무기준이 더 중요하다. 그 업무기준이 해당 프로세스가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관리항목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대응하는 가장 큰 무기는 정치, 모략과 같은 기술적인 대응의 문제가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대로 진행을 하고 있는가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왜 FM을 제일 먼저 제거하는가? 그들이 제거되어야 내 맘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FM이 가장 큰 약점인 셈이다. 못되고 똑똑한 놈일수록 가벼운 규칙의 허점을 파고들고, 규칙이 없는 분야를 지위를 통해서 추진하려고 한다. 무식하고 용감한 놈일수록 규칙의 위반 수위가 높고,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높다. 그들의 타협하는 것도 다 조정이란 이름하에 정해진 기준을 타협하는 것이다. 그리고 타협을 시작하면 못된 상사의 달콤한 유혹과 강압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직장생활 #직장상사 #업무프로세스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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