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국민학교 3학년쯤 이 책을 읽어 본것 같다. 그날이 아주 햇살 가득한 오후였던것으로 기억하고, 햇살의 위치가 아직 고학년 건물의 방향은 아니었던것으로 기억된다. 아니 4학년쯤일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권선징악적으로 피 한방울 나지 않게 살점을 떼내야한다는 어려움에 봉착한 샤일록과 명재판관만 기억이 된다.
30여년이 지나서 동화책을 생각하며 아이에게 주려고 샀는데 희곡이다. 게다가 마나님이 읽어 보겠다고 사달래서 셰익스피어 4대비극 5대희극을 샀는데 희곡이라며 돌려받은지 얼마 안됬을때다. 한참을 책장에 놓다가 읽어보니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된다.
첫째는 이야기 책을 보다가 희곡으로 읽게되는 재미는 마치 대사속에 감정을 담아볼 수 있다는 재미가 있다. 희곡이 끝나자마자 역자가 셰익스피어 번역의 어려움에 대해서 4가지를 말하기는 하지만 말을 듣는다기 보다는 보는 형태이기에 재미가 생긴다. 말이란 생각을 담아내는 도구이고, 도구를 통해서 더 많은 상상을 하는 희곡의 특성을 조금 이해하게된다. 배우들이 희곡을 보며 감정을 담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겠구나 하게 되는데, 집에 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국민학교때에는 희곡이 교과서에 있었다. 그걸 한참 잊고 있었던것 같다. 다만 번역된 대사의 호흡이 길어 조금은 맛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것이 역자가 말한 한가지 어려움과 비슷할 듯 하다.
왜 셰익스피어가 명작가인지 생각해 본 점이다. 영어의 철자의 오기, 중의를 활용하여 맥락속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언어적 재능이다. 하지만 이것을 번역을 통해서 체험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오래된 영어 원문을 보는 것도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역자의 말 이전에 내가 느끼는 바는 다채로운 배경지식과 통찰이라고 생각된다. 포오셔의 대사나 다른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서 그리스로마신화의 적절한 인용, 시대와 종교적 관점, 상업적 행위, 법률적 규율에도 해박하다는 생각과 더불어, 그것을 직설적이지 않은 은유와 비유를 적절하게 사용한다. 신화를 이용한 새로운 신화를 써 가는 듯 하다.
희곡을 통해서 셰익스피어를 보는 것이 새롭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해외영업을 하기 전부터 무역이라고 한다면 한가지 유대인과 관련하여 들은 말이 생각난다. 사막에서 딱 한발이 든 권총을 들고 있고, 눈앞에 코브라와 유대인을 만나면 무조건 유대인을 쏘라는 말이 있다. 뱀은 나하나를 죽음으로 몰고가지만 유대인은 나의 가족을 죽음으로 몰고간다는 말이라고 한다. 이 말과 같이 샤일록은 그려져있다.
샤일록은 그 악행으로 제재를 받지만 외국인으로써 그가 대공에게 말하는 몇가지 말들은 결코 틀린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앤토니오에 대한 분노에 찬 보복의 시도는 인간 윤리적으로 말할필요가 없지만, 그가 사회에 대해서 보는 시각은 꽤 괜찮은 화두를 던진것도 있기 때문이다. 개가 사람을 물면 작은 기사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전세계 토픽이다. 이처럼 작은 사건처럼 큰 흐름속에 넘어가지만 노예제도에 대한 샤일록의 말은 그 시대에는 말도 안되는 소리겠지만 지금 본다면 충분히 공정한 제도를 요구하는 한가지 화두이기도 하다.
하지만 셰익스피어가 잘 그려낸 것은 여자들의 집념, 현명함 또 그 속에서 어떻게든 잘보이거나 살아볼려고 발버둥치는 남자들의 모습은 아닐까도 생각한다. 이게 제일 와 닿는다. 그러길래 반지는 집에 두고 다니던가 손이 잘려나가도 항상 손가락에 있어야 한다는 교훈이 가장 와닿는다. 이건 착하게 사냐 안 착하게 사냐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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