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다는 것이 숙제 같은 느낌이 들면 동력이 슬금슬금 줄게되는데, 세계문학전집을 볼때마다 저는 인고의 시간이 앞서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하나는 무지이고, 하나는 내 마음속에 생기는 마음 그대로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솔직히 재미는 별로 없지 않나요?라는 질문과 근현대의 세계전집들을 보면 어떤 철학적, 논리적 구조란 것들을 종종 느끼다보면 차라리 인문고전을 보지 왜 소설의 이름을 입은 인문고전을 들고 기대하락에 실망하는가?라는 고민도 있습니다.
L'Etranger가 The Stranger라는 말이라고 보면 이상한 녀석이란 의미라고 보아야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뫼르소라는 주인공을 보면 특별하게 공감이 간다거나, 그래서 뭐?라는 생각이 좀더 많이 들기도 합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고, 주위의 한분이 이 책을 보면서 주인공이 "똘+I"고 충격이 컸다는 직설을 날리던 기억이 있는데..여기서 제가 토를 달면 동류가 된다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사상, 철학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한 오감을 통해서 체득된 경험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는데, Spain에서 소매치기를 당해서 경찰서에 간적이 있습니다. 경찰이 최근 소매치기들을 단속하기 위해서 협조를 구한다면 일명 예상 용의자들의 사진을 식별하는 일이었는데 30분정도 하다보니 사람의 오감이란것이 정말 확실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많이 들었던것 같습니다. 루마니아, 슬로바이키아의 동유럽 녀석들일 꺼야라는 말을 듣고, 내가 기억하는 것들을 생각하면 사실 금방 찾을 줄 알았는데, 처음엔 30명가량의 사람을 보면서 좁혀가고 다시 반복적으로 기억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면서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마음속에서 어느 누구도 확신하기 어렵다는 기억의 불확실성, 그리고 내가 누군가 무고한 사람을 선택함으로써 발생할지 모르는 도덕적 책임이란 부분이었던것 같습니다.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란 경찰이 예상하는 것보다 많은 선택과 함께 비슷하긴 하지만 확정하긴 어렵다였습니다.
이 책을 보면 장례식과정의 솔직한 감정 또는 매마른 감정과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 상태를 완전하게 전달할 수 없다는 인간의 한계를 느끼게 하고, 다른 한 면으로는 우리가 어떤 사람의 행동과 말을 판단할때부터 우리 스스로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체계,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체계, 선호하는 가치체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누구나 옳다고 하는일, 누구나 나쁘다고 동의할 수 있는 일들도 있겠지만, 삶의 소소한 것들을 일상에서 많이 판단하고 재단하는 것에 익숙하는 생각을 합니다.
당연히 저도 이런 것들에서 자유롭지는 않지만 이런 강요자체가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됩니다. 친구 목사님이랑 이야기하다보면 좋은 것은 너는 죄인이다로 시작하기 보다는 한번 읽어봐하는 마음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가 타인에게는 이방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이방인인 부분이 남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과 닳아 없어지지 않는 땅위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이 이방인이면서 또 모여사는 것은 진실로 사람들을 사랑하고 들어주는 마음을 바탕으로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 그런 마음이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20세기초의 복잡한 시대의 작품이란 편견을 벗어나고, 예술적인 평가에 대한 수준이 없지만 그저 제 마음에 든 생각이란 것은 세상이 복잡해져가면서 사람이 서로 같이 하는 마음보단 객체로 떨어져나가면 이방인의 길을 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살인과 같은 죄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실현하신 단군할아버지도 큰 죄로 하듯 나쁜일은 죄값을 치뤄야겠지만 상관없는 것까지 매몰찰 필요가 있을까합니다. 마치 책속에서 검사가 모든 사실을 보고, 듣고한 목격자이자 주인공의 머리와 마음을 스캔해본듯한 당당함이란 신념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