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퇴근하고 돌아와 3부 미래를 기대를 갖고 읽었다. 첫 시작의 단락을 통해서 레이 달리오가 투자자로 명성을 얻었지만, 그 평판은 세상에 대한 기여, 기여하려는 노력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유튜브의 애니메이션도 그렇지만 미래를 예측하고, 예측이 빗나가도 자신과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다는 말은 대단히 중요하다. 공부와 연구의 목적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투자의 성공이 제1의 목적인지 부차적인 목적인지 알 수 없지만 이런 마음가짐과 태도는 중요하다.
미래를 알 수 없다. 역사를 공부하고, 패턴을 찾고, 경향과 추세를 감안하고, 순환 구조와 다양한 요인에 대해서 설명한 이유는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워런 버핏이 그러했고, 조지 소로스도 그러했으며, 나심 탈레브도 그렇고 공자, 노자도 마찬가지다. 미래는 예측의 확률을 올리는 노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돈을 벌거나 합리적인 사고를 갖거나, 기술적인 역량을 갖는다는 것은 추구하는 바의 확률을 올리는 과정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나는 왜 이렇게 살아내고 있지라는 생각도 든다. 내 삶이 불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너무 근시안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점도 있고 또 다른 한 편엔 그럭저럭 잘 살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공존한다.
이어지는 다양한 그래프의 시간을 보편 채플린의 말처럼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 보면 비극이란 말을 입증하는 것 같다. 인간의 생산성, 수명은 긴 시간에서 성장하지만 기간이 짧아지고 변동폭을 볼 수 있게 증가율로 보면 희비쌍곡선이 인생의 그래프처럼 나온다. 각각의 인생이 쌓여 문명이 된다고 보면 당연한 일이다. 노자가 기미를 잘 이해해야 하고, 견소왈명을 현명하다고 하는 것은 레이 달리오가 패러다임의 전환을 인식해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왜 역사의 순환, 그 순환 과정에서 18가지 요인으로 설명했는지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내 생각으론 현상이 아니라 본질의 변화를 깨닫는 것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찾는 단초란 생각이다. 전화기가 스마트폰이 되었다는 진화가 아니라 스마트폰에 전화기, 컴퓨터, 네트워크를 담았다는 가능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생각된다. 미디어에서 미래 산업으로 각광받는 것과 그것이 만들어 낼 세상을 상상하고, 그 상상의 영역을 혁신과 창의성으로 갖고 올 수 있는가? 그 확률에 대한 계산, 예측이 중요한 셈이다. 이런 본질적 접근법은 학습, 투자, 경영, 예술, 기술 모든 분야에 동일하다고 생각하고 공자의 일이관지란 이런 의미일까 생각해 본다.
레이 달리오는 다가올 미래를 10년 정도로 범위를 정해서 예측한다. 가장 큰 위험은 통화 가치의 위험이다. 08년에도 엄청난 재정지출로 신용을 창출했다. 좀 더 경제학적으로 이야기하면 본원 통화 자체의 물리적 양보다 은행이 통장에 대출해주는 금액은 훨씬 크다. 실제로 물리적 돈을 발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총통화량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시장으로 흘러간다. 수요와 공급을 생각하면 돈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금리의 변화가 이를 상징한다. 08년 금융위기 이후 달러의 신용에 대한 의구심이 많이 재기됐다. 코로나 시국의 상황은 다른가? 가격과 가치의 차이를 찾는 노력이 투자다. 벤자민 그레이엄이 말하는 안전마진도 같은 원리다. 숫자가 늘어나면 가치가 늘어났다고 보는 경향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이 절대 진리라고 할 수 없다. 환율 800원대의 기름값과 오늘 2800원 기름값을 보면 그 말이 진리라고 할 수 없는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미래는 항상 대가(price)를 요구한다. Winter is coming이란 명대사가 참 잘 만든 대사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희망은 인간의 창의성과 노력이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을 수 없지만 기간을 연장하고, 가격과 가치의 차이(the difference)를 줄이는 노력이 한 가지 가능성이다. 마치 결제일에 결제할 금액을 60년 무이자로 돌릴 수 있는 행운은 아니더라도. 미래세대, 자식 세대에 빚을 전가하는 일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빚은 상속포기라도 할 수 있지만, 미래세대의 소득을 자식 세대들이 모르게 가불해 쓰는 일을 방지할 염치는 있어야 한다. 책에서 이런 부분의 언급은 없지만 난 이런 부분은 정치의 문제라 생각한다.
레이 달리오도 10년 전 많은 학자들의 논의처럼 쇠퇴하는 미국, 성장하는 중국의 방향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 당시에도 전쟁보단 무역전쟁, 기술전쟁은 예측되었고, 자본전쟁이라 할 수 있는 부채, 통화는 논의되었다. 공식적인 무역전쟁은 18년이고, 기술전쟁은 중국이 제조 2025를 발표하는 시점 전부터 본격적인 물밑싸움이 시작되었다. 18년 반중국 무역제재와 국가수권법은 그 결과 중 한 종목 선택의 측면이다. 본격적인 금융전쟁은 공식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지만 국지전처럼 끊임없이 나타난다. 단지 코로나 시국에 돈을 열심히 찍어 돌리느라 치열하게 싸울 힘이 없을 뿐이다.
10년이 지나 무역전쟁은 현재 진행형이고(미국의 인플레이션을 가속하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기술전쟁은 미국이 반도체 시장의 고사작전이 유효한 대신 전 세계가 수급 부족, 가격 상승, 글로벌 SCM의 타격으로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내부질서는 중국은 그대로이나 예전과 달리 넘버 투가 조금씩 발언을 하고, 미국은 트선생 나가시고, 바선생이 오셨는데 연세 불구하고 너무 많은 짐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푸선생이 유럽 근방에서 얼토당토 안은 전쟁을 하고, 다들 뜬금없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긴장감을 키우는 것도 다분히 전략적 정쟁이란 생각이다. 정작 대만의 의사보다 양강의 말싸움이 요란한데, 말이 쌓이면 문제를 양산한다. 만 가지 화(禍)의 근원이 입이라는 사실은 진실에 가깝다.
대세의 방향에 관하여 10년 전 학자들의 의견은 명확하다. 당시에도 그 시간이 빨리 오는가? 늦게 오는가? 의 문제였다. 여기서 다시 확률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예상 결과가 빨리 오기를 바란다면 그에 맞는 전략을 고민해야 하고, 예상 결과가 빨리 오길 바라지 않는다면 그에 맞는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전략의 기초는 최악을 고려하며 최상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 확률적으로도 결과적으로도 유리하다. 레이 달리오도 같은 말을 한다. 그렇다면 기대와 반대의 전략을 먼저 준비하고, 기대하는 방향의 전략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인생은 오래전 전북 감독의 전략처럼 닥치고 공격이 아니라 선수비가 선행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미래는 과거보다 더 심한 재앙이 오기도 하고, 과거의 기대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낸다. 당연히 경제가 장기간 상승의 방향, 문명의 발전적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진폭이 커지니 결과도 상상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내 생애에 그 결과를 즐기거나 감당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없어도 유지되는 제갈량과 같은 지혜가 필요한 때란 생각을 한다.
어쨌든 미래는 알 수 없다. 道와 마찬가지도 시대에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현상 속에, 반복되는 근본적 진리를 품고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과거를 돌아보고, 오늘을 반성하고, 미래를 준비하자는 말을 다시금 세겨 볼 수밖에 없다. 알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 아니라, 알 수는 없지만 준비할 방법은 존재한다는 확률에 기대어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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