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가 정신없이 지나가고 일요일 오후인데 무척 피곤하다. 두툼한 레이 달리오의 책을 1부까지 읽었다. 일부 건너뛰어도 상관없는 설명에 해당하는 내용을 건너뛰고 핵심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책을 읽으며 아무리 생각해도 읽기 전에 노자를 읽은 것이 아주 도움이 된다. 동시에 '변화하는 세계질서'라는 책은 꽤 재미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역사, 경제, 정치와 같은 다양한 분야를 하나에 담아서 분야를 특정하기 어렵지만 결국 자신의 전문 분야이자 강점인 자본으로 분석한다. 우리가 분야라고 특정하는 다양한 사항이 세상의 한 조각 진실이고, 세상의 진실을 보기 위해서는 조각난 진실을 모아야 한다. 통섭적 이해와 사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서 보여준다. 시간 나면 레이 달리오가 만화로 설명하는 경제를 보고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난관이라면 인간이 이런 다방면을 다 이해하기 힘들다. 우리가 살아온 경쟁의 시대를 넘어 협력의 시대를 열어 더 큰 세상을 만들려고 해야 하듯 지식과 진실에 대한 도전 분야는 더욱 그렇다. 심각한 문제라면 인간이 그리 장기간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구조를 유지할 능력이 떨어지다는 점 아닐까? 잘해야 250년? 그나마 우리나라가 500년을 자주 넘긴 편이기도..
레이 달리오는 세상은 특정 순환구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 순환구조가 반복되면 점진적인 발전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노자는 자연처럼 순환한다고만 말했다. 둘이 같은 말이며 동시에 다르다. 논의 대상이 또 다르나 본질적인 이해는 분야에 따라 변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순환구조에 자본과 권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생각한다. 특히 장기부채, 자본시장, 국제질서와 혼란의 사이클이란 어려운 말로 한다. 노자라면 흥망성쇠의 변화가 끊임없이 다가오고, 인위적인 행위의 유한성을 말하지 않았을까? 다른 관점에서 물질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인간은 퇴보인지 진보인지 요동치는 존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각 분야의 관점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속한 분야와 자신의 삶을 책의 말처럼 돌아보며 읽으면 꽤 도움이 되리라 본다.
각 시대의 변화와 그 변화 기간, 또 다른 변화로 전환되는 기간이 다르다. 시장에서 가격과 가치가 다르고, 우리고 그 차이를 집요하게 노리며 투자를 한다. 변화의 기간, 전환 기간이 제각각인 이유는 인간 때문이다. 인간의 생각이 변하고, 행동이 변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또 변하고 행동이 변하니 결과도 변한다. 그것이 매일매일 같을 리 없으니 어쩔 수 없다.
경제와 자본은 생산성의 싸움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거지보다 못하다. 거지는 구걸이라도 한다. 변화를 주어 돈을 벌던가 거지보다 못한 삶을 지속할까 결정한다. 10원 벌어 9원 쓰면 1원이 남고, 10원 벌어 100원 쓰면 거지보다 못한 수준에 다다른다. 1원이 남은 사람은 계속 1원을 벌지 더 좋은 수익을 올리기 위한 방법을 찾을지 노력하지만 결과 또한 천차만별이다. -90원이 된 사람은 자포자기를 할지, 빚을 낼지 사기를 칠지, 도둑질을 할지 또 알 수 없지만 이런 선택의 결과도 천차만별이다. 세상의 다양성이 결국 다양한 결과를 도출한다.
하지만 시대의 평균은 어떤 성향인지 어림짐작할 수 있다. 개인의 삶도 규모는 다르지만 나아지다 쇠퇴하는 시기가 있다. 중국이나 다른 왕조들이 대개 250년 정도를 유지한다고 생각하면 한반도에 존재한 국가들이 꽤 대단하고, 미국이란 나라도 비슷한 시기를 거치고 있으니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서 발버둥 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정말 그러한지 아는 것이다. 이런 기미를 레이 달리오가 1부를 통해서 길고 다양하게 설명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어려움은 경험하지 못한 것, 알지 못한 것은 상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순환주기가 길어지면 이전은 어떤 단계이며, 지금은 어떤 단계이고, 다음은 어떤 과정인지 잘 알지 못한다. 인문학이라는 역사, 문학, 철학을 읽는 이유가 그렇고, 시서예화가 더해져 그 본질을 남기는 것도 인간의 위대한 점이다. 좋은 시절이 오래 유지되면 좋으련만 준비 없이 재난과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기도 한다. 어쩌면 전쟁 세대 이후 최근 30년간 10년마다 푸닥거리를 체험한 세대에게 호우시절은 아니라 생각한다.
과거에 읽었던 화폐전쟁, 최근에 읽었던 존 메이너드 케이즈도 특정한 시대를 같이 알기에 괜찮은 것 같다. 관자나 노자도 도움이 될 듯하다.
자본의 순환은 권력의 순환은 긴밀하다. 정경유착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다. 정부는 돈이 가야 할 곳을 결정하고, 세금을 통해서 돈을 갖고 올 곳도 결정한다. 동시에 정부를 운영하는 사람과 이해관계자들이 정도를 결정한다. 그 다양한 사람들의 행동과 방향이 장기 부채 및 자본시장의 사이클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행동의 근원이 되는 시대적 철학과 사고가 국제질서와 혼란의 사이클에 영향을 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요즘 시대를 상징할 만한 사고와 철학이 있을까? 15년 넘게 법치를 주장하는 시대를 살다 보면 이것이 결핍이란 생각도 하고, 이것을 찾는 시대가 본질적으로 낮은 수준의 시대란 생각을 한다.
레이 달리오처럼 또는 노자처럼 세상이 굴러가는 원칙을 알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나처럼 역량이 부족하다면 이들의 도움을 얻어 지금 세상은 어디에 어떤 형태로 굴러가는지 어렴풋이 생각해 보고, 나의 삶은 어떻게 어느 위치에 있는지 돌아봄으로 다음 선택에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럿이 하면 동네, 더 많은 사람이 하면 국가, 모든 사람이 모이면 세상에 대한 이야기도 가능하겠지만 기대하지는 않는다.
약육강식의 세계인 1997을 경험하고, 남의 나라 주택담보 대출이 전 세계에 어떻게 불을 댕기는지 2008년에 체험하고, 역병이 전 세계에 돌아다니는 2019~현재까지의 시간을 보며 10년마다 난리 난 세상을 체험 중이다. 우리나라를 돌아보면 1997을 지나며 한 단계 올라섰지만 주체가 바뀌며 리셋된 기분이 들었다. 08년은 난데없는 재난에 대응하며 신용이 생명인 화폐가 잉크 조금 찍은 종이인지 가격을 잉크로 찍은 종이인지 가치를 품은 종이인지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그건 남의 나라 종이인데 실질적인 여파가 우리 집에 생기는 말로만 듣던 매직이었다. 최근엔 더 많은 종이에 잉크를 찍어 돌렸는데 필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미래로 이전된 저 많은 잉크와 종이값이 걱정인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사라졌다는 아픔도 존재한다. 그럼 점에서 1부 2장과 부록은 꼭 읽어 볼 부분이다.
내부질서와 관련해 6단계로 설명하고 미국을 5단계 정도로 설명하다. 5단계면 망조가 붙은 상태쯤 되고, 6단계는 혁명과 내전을 이야기하며 다시 1단계인 새로운 질서의 수립으로 넘어간다고 레이 달리오는 정리했다. 그가 말하는 단계가 획일적으로 딱 맞춰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를 보면 대단히 혼란스럽다. 과잉의 시대라는 4 단계에 가깝다고 느끼고, 5 단계라는 재정악화와 갈등의 심화라고 하기엔 조금 이르지만 전조 증상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포퓰리즘, 계급투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의 고착화, 진실이 사라진 언론을 보면 그렇다. 무신의 난과 같은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정치를 하던 시대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정치가 사라지고 관료가 정치를 하는 공무원의 시대가 열렸다는 생각이 들지만 공무원의 대동단결은 요원하다. 한반도는 내전과 혁명은 아니지만 항상 전쟁 대기상태라고 보면 사이클이 정말 불규칙적으로 변화하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시대를 조심하며 내일의 내가 살아가겠지. 어우.
금년 들어 역병이 좀 잠잠해질 만하니 전쟁하고, 전쟁으로 식량과 원자재의 파동이 발생하고 있다. 몇 년 윤전기를 돌린 효과는 올라오고, 뭐든 지속성이 아니라 느닫없이 나타나서 여기저기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당연히 돈과 관련된 금리, 채권이자, 주식, 환율까지 뭐하나 믿을 것이 없다. 경화인 금의 가치가 오른 것을 보면 시대를 반영하고 세상에 안전빵은 없다는 진실을 또 말해주는 듯하다.
2부 500년의 작동원리는 읽지 않을 생각이다. 3부 미래로 직행할 예정이다. 현재를 어떻게 정의하는가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현재를 정의해보기 위해 서문, 2부가 필요하다. 1부는 그 과정을 원칙과 이론처럼 만들어 보려는 요약이다. 이 구성을 보면 레이 달리오가 두괄식으로 사람들이 궁금한 점을 이야기하고, 2부에 걸쳐 설명하는 것일까? 아직 읽지 않았지만 그는 현재를 어떻게 보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궁금하다. 나도 나름의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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