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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살아보세 (書)

봄따라 고향길을 돌아다니다

by Khori(高麗) 2021.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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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때 친구녀석하고 칼국수를 먹으러 갔다. 그곳에 간 이유는 단지 사람이 바글바글 하고 궁금하다는 친구의 말 때문이다. 지금 기억에 보면 드럼통 테이블에 택시기사 아저씨들이 칼국수를 서서 먹고 있었다. 사리는 지금 말로는 무한리필이다. 쑥갓이 손으로 뜯어 먹고 싶은대로 넣던 주변에서 먹기 힘든 매콤한 맛이었다.

 

 대전복합터미널(구 동부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업체에 가기전에 칼국수를 먹으러 갔다. 대흥동 사거리 주변에는 오토바이 가게들이 즐비하고 좀더 올라가면 적산가옥(일본식 주택)이 많았다. 시내를 관통하며 보는 거리가 어려서의 시야에 남았던 기억과 다르다. 내가 조금 더 커졌는데 시대의 풍광이 훨씬 낮아졌다. 낯선 건물들과 조금씩 달라진 길들이 어색함과 익숙함이 교차하게 한다. 기억을 더듬어 가보니 가게가 주택으로 조금 변했지만 칼국수가게가 있다. 문제는 오늘은 장사 안 한단다.

 

 아쉬움을 달래면 돌아나오면 식당을 찾아봤다. 퇴색되는 기억처럼 허물어져가는 구옥들이 보인다. 이곳도 젠틀리피케이션, 재개발 이런 분위가 일어나나보다. 칼국수집이 여러개 있는데 점심시간이 조금 늦어서인지 아무곳도 장사를 안 한다. 이동을 하려다 물어본 한 곳이 장사를 해서 맛이나 보자고 먹었다. 비슷한 맛이다. 그러나 내가 처음 찾아간 기억의 곳이 그래도 좋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맛의 차이는 계란때문인것도 같다. 없는 것을 먹은 기억인데 그래도 겉절이 맛은 고향의 익숙한 맛이다.  다음에 오면 지금은 없어진 '백금녀의 집'처럼 맛나게 하는 두부두루치기, 오징어두루치기를 먹어봐야겠다.

 일을 마치고 외사촌 형을 만나서 저녁과 식사를 했다. 친가들이 모두 이곳저것으로 터전을 옮기고 나니 고향가면 당일치기가 많다. 오늘은 외숙모도 그렇고 성화가 심해서 하루 자고 올라가기로 했다. 아침에 산보를 가장해서 형님과 보문산에 갔다. 어려서 소풍으로도 가고, 친구들과 놀러 가던 산이다. 그렇게 높게 보이던 언덕의 경사가 생각보다 낮다. 왠지 모든 것이 작아 보인다. 기억나던 샛길은 아예 길이   같다. 전망대에 올라가서 바라보던 시내 모습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사진을 가족들에게 보내줬더니 와보고 싶단다. 볼건 별로 없고, 추억을 더듬을 뿐이다.

 

 오랜만에 외가집에  조카를 위해서 외숙모다 외식을 하시자고 한다. 시골길을 돌아 산골짜기에 있는 식당에 갔다. 지금은 연세도 있고 댁에만 계시지만 은퇴후 아마츄어 사진활동도 하실  알게된 식당이란다. 벌써 20년전에 알게  식당이라는데 가자마다  오랜 세월을 넘어 주인장이 알아 보신다.  대단들 하시다. 유럽식 가옥에 작은 식당은 메뉴는 같은데 조리법이 조금 다르다. 소스가 우리가 먹는 보편적인 방식과 다르다. 어린이 입맛에는 담백하고 심심한 맛이지만 다채롭다.

 

 출장다닐때 보던 모습과 익숙하다. 그러나 고향의 모습은  기억과 조금씩 달라져가고 나도 변해가는 중이다. 외숙모다 이렇게 오랜만에  외가집 기억과 고향추억이 되지 않으시냐고 하신다. 그럴것 같다. 다음부터 대전에 오면 무조건 오시라는데 고향 발길이  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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