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책을 많이 정리해서 사무실에 갖다 두었다. 다시 보고 집에 두어야 할 책과 사무실에 둘 책을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분류의 기준은 내가 다시 볼 것인가의 관점이 아니라 나중에 아이들이 볼 만한 책이라는 기준이 분류다. 매일 조금씩 나르는 중이지만 책은 통나무보다 무겁다는 생각이 든다. 그 보다 장롱 안 가득한 레고정리도 해야 하는데..
신동준의 사기열전을 일고 있다. 오래전 불현듯 읽어보겠다는 생각이 들어 김원중의 사기 완역본을 한 번 읽어 본 적이 있다. 한 번의 완독이 뿌듯함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알 수 없다. 그 외에도 책정리를 하다 보니 사기 책이 여러 권 있다.
다채로운 사람들이 나오는 열전은 재미있다. 지명과 국가명이 익숙하지 않은 점은 불편하지만 영화로도 만들어진 내용들도 많고, 사람들의 입에도 자주 오르내린다. 읽어 본 기억이 책을 읽는데 어떨 땐 방해가 된다. 순서대로 읽다 문득 왜 백이숙제 편이 첫 시작일까? 두 번째 나오는 관자는? 세 번째 나오는 노자와 장자는? 왜 이 세편이 시작을 차지했을까? 나름의 궁금증이 생긴다. 성인이라 일컫는 공자도 6번째다.
백이숙제를 보면 사람들의 순수함과 올곧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대사회의 보편적 관점에서는 세상 융통성 없는 지진아처럼 보이기도 한다. 두 번째로 나오면 관자를 보면 다른 제가 백가의 철학적 관점에서는 낮추어지나, 인간 생존의 측면에서 보면 경영과 부를 축적하는 사람을 두 번째로 두었다. 사람들에게 부흥하기 위함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인의예지로 대변되는 유교가 아니라 무위를 논하는 노자를 세 번째에 둔 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유교와 도교가 반한다고 하지만 서로 다름이 화이부동하면 아주 보완적이다. 인의예지, 극기복례를 하고 못살만 하다면 무슨 필요가 있나? 무위가 무불위라고 하지만 무위도식하는 사람들에겐 아무런 해당 사항이 없다. 내겐 유교란 교육(세뇌와 학습)이 인간의 본성을 계발하는데 도움이 되고, 이의 성취가 있은 후 이를 버리고 사람의 본성과 자연섭리를 깨우치는 노자의 생각으로 흘러가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더 어렵고 난해하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 이후에 종교과 같은 더 심오한 수준은 자신의 선택 문제다.
이런 생각을 하며 읽다 멍 떼리다를 3-40분 하게 된다. 다시 목차로 가서 내가 자주 사용하는 총, 명, 강이 나오는 상군열전, 다시 한번 읽어볼까 하는 한비자 이야기를 읽어봤다. 관점이 조금 물러서고 나니 한비자가 조금 아쉬워 보인다. 사람은 생각하고, 생각을 말과 글로 정리하고, 행동으로 세상에 구현한다. 이 과정이 아쉽다. 책을 덮을까 하다 회음후 한신의 이야기를 다시 보게 된다. 장량, 소하, 한신이 없었다면 유방은 그냥 양아치에 가깝다. 이런 사람을 만나 그들의 뜻을 얻어낸 것을 보면 유방이 천운과 좋은 기질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뼈 빠지게 일하고 물러난 장량, 자신에 대한 욕심과 결단력 부족으로 죽음을 맞이한 한신, 그럭저럭 건국과 치국을 하던 소하를 보면 왠지 좀 측은하다.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뭐 알 수는 없지. 하나는 분수를 지켜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절제와 겸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내일 얼라사원이 온다. 별로 할 일이 없지만 살짝 낙하산이다. 이런 거 난 완전 신경 끄고 사는데 애가 괜찮으려나 모르겠다. 자신의 그릇에 맞춰 살라는 생각과 그릇을 비워야 또 새것을 담고,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매일 변한다는 생각이 들어 머그컵을 다. 요즘 짙은 노란색 사기 머그컵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 중이었는데, 얼라가 온다니 스타벅스에서 스댕(스테인리스) 머그컵을 샀다. 시킬 일이 별로 없으니 공부나 시켜야겠다. 그래야 시집을 보내던 장가를 보내던 뭐가 돼도 되겠지. 아버님 나이 아저씨를 보면 얼라는 막막하고, 나는 손이 많이 간다고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으니 잘 적응해 보는 걸로.. 우리 집 애들보단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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