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한 질문의 책 - 사기란 무엇인가?

 

 사기란 무엇인가? 말장난을 하자면 사기란 사람의 신뢰를 재화로 바꾸어 튀는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은 사마천의 사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본기, 서, 표, 세가, 열전으로 구성된 방대한 책을 완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오래전 표와 서를 제외하고 읽어 본 바로는 이것을 정말 한 명이 혼을 실어 썼다는 느낌이다. 워낙 방대하다 보니 읽고 나서 단편 단편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것도 있고, 보면 기억이 나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책의 제목 위에 인간과 권력, 인간학이라고 말했듯 목숨이 경각에 달리고 나라가 위태로운 시기의 다양한 상황 속에 사람과 사람의 이해관계, 이해관계에 따른 사람의 반응, 사람들이 지켜나가고자 하는 가치를 통해 다시 사람을 돌아보게 한다. 기원전의 이야기지만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현재의 문명사회에서 바뀐 현상에 현혹되지 않고 사람들의 본질에 따른 행동, 가능성, 기회, 위험, 가치를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책을 평상시에 꾸준히 보면 좋고, 요즘과 같은 난세에는 꼭 읽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의 구성은 사마천이 사기를 쓰게 된 배경, 책을 통해서 황로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은 점, 특히 도가의 특성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만이 변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통한 깨달음과 같이 변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에 대한 설명이 담겨있다. 특히 백이숙제의 열전 1장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서 예를 지킨 선비는 굶어 죽고, 도척과 같은 도둑이 부와 명예를 누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생각을 갖게 한다. 도는 사사롭지 않다는 말처럼 이것이 천도의 불공정인지 아니면 사람의 선택에 대한 책임인지 나는 후자의 생각을 갖고 있다. 

 

 노자와 공자의 만남은 논쟁이 있다. 오랜 기간 유교가 국가의 치도로 내려앉은 동양 3국의 영향도 있겠지만 사실이라는 주장을 만난다. 개인적으로 예는 교육이란 분별을 통해 사람을 육성하고자 하고, 도는 자연의 섭리에 따르라는 주장에 가깝다. 짧은 소견으로는 무지의 상태가 아니라 무위의 상태란 유교처럼 학습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을 통한 깨달음은 중요하다. 다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변화가 시작될 때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내려놓는 것은 아닐까? 유교과 도교과 반하는 것이라는 많은 이야기보다 과정의 순서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삶에 더 유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학교는 뭐 하러 다니고, 공부를 왜 하는지 설명할 길이 없다. 정작 각 수장들은 스스로 공부하고 깨닫지 않았는가?

 

 이 책을 통해서 사기를 읽기 전에 다양한 배경지식을 습득하는 재미가 있다. 7장과 8장에 걸쳐 화식열전을 설명하는 것을 세상의 구조가 권력과 금권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황제는 금권을 지향하고, 금권은 황제를 지향하는 인간 문명의 속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왕이란 권력도 금권에 따라 망할 수 있고, 금권은 왕이 만든 제도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사람을 위한 상생의 과정이 될 수도 있고, 카르텔과 같은 짬짬이의 상생도 다 인간의 욕망에 따른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사실 많은 사람에게 화식열전은 재미있는 편이다. 내 입장에서 초격차, 레이 달리오의 원칙만큼 재미있지만 관자만큼 와닿지는 않는다. 사마천은 통합적 사고를 통해 역사와 현상을 기록함으로 사람들에게 사실의 이면에 담긴 사람의 본질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부를 축적하는 것은 관자만 못하다. 결국 이런 논쟁보다 내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가 더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책을 읽다보면 사마천의 억울함 마음만큼 세상 사람들의 억울함은 대신 좀 줄어들길 바래본다. 

 

 돌아보면 억울하고 맺힌 놈은 끊임없이 기록하고, 기억이란 저 좋은 것과 저 맺힌 것만 남는 듯 하다. 일상의 평온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기 때문일까?

 

#사기 #사마천 #김원중 #화식열전 #관자 #독서 #인문학 #역사 #kho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