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견인가? 왼쪽 어깨가 또 덜그럭거리고, 날은 차암~ 덥다. 노닥거리다 보다만 '형사록'을 보려다 도서관에 피서 겸 놀러 갔다. 읽고 있던 '밥 프록터 부의 원리'를 읽었다. 그럼에도 가족들과 식사하기로 한 시간이 무려 4시간이나 남았다. 오늘이 한국전쟁이 발발한 날이란 생각에 도서관 친착도서를 보다 얇은 '한일회담'이 눈에 들어온다. 한이 맺힌 것도 아닌데 자꾸 빨간책이 눈에 들어오나 모르겠다. 세상이 요즘 일본인지 왜놈인지로 갈려 시끄럽기 때문일까? 책을 들고 자리에 앉으며 근현대사를 조금 읽기는 했지만 김종필, 오히라 회담은 기억이 나는데 해방 후 한일 간의 국교 정상화 과정이 그리 선명하지 않다. 이면지를 한 장 얻어서, 이런저런 사실과 궁금증을 써보며 읽기 시작했다.
책은 시대 순서로 정부문서들과 자료를 아주 잘 정리했다고 생각한다. 출판한 동북아역사재단에 대한 편견은 없다. 저자가 일본에서 유학하고 학위를 받은 것은 감안해서 보기로 했다. 그건 탓할 일은 아니다. 사실과 진실을 읽어보고 해석의 차이는 존재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좋아하진 않지만(한국 전쟁은 민간인이 가장 많은 비율로 죽은 전쟁, 독립자금 횡령, 탄핵등 좋아할 이유가 없어서) 이승만 정권시대는 일제 강제병탄과 강점기를 거친 세대다. 사람의 사고는 시대를 뛰어넘기 대단히 어렵다. 해방 후 정리된 한일기본조약의 초안과 청구권 협정에 대한 정리는 지금 봐도 제헌헌법만큼 잘 정리했다고 생각한다.
해방 후 독립만 기억하는 우리에게 그 순간수간이 주는 의미를 잘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의 기록을 통해서 좀 더 이해하게 된다. 우리는 샌프란시스코 강화협정 전에 독립을 했다. 이승만도 이 강화협정 전에 일본과의 조약과 청구권 협정을 검토한 이유다. 그러나 이 위대한 민족이 나락에 떨어진 시대는 참 복이 없다. 미일협정을 통해서 우리는 샌프란시스코 강화협정에 서명할 자격을 얻지 못했다. 아마도 공산진영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던 시대에 지정학적 특이점이 준 이유가 아닐까? 자를 대고 그어서 직선으로 이루어진 아프리카 국경선만큼 아픈 우리의 역사다. 그리고 이것이 왜놈들이 국제법 위반, 자격, 증거요청등 이어지는 한일협정까지 길고 긴 시빗거리가 된다. 왜냐하면 전쟁은 강화협정으로 정리되고, 그래야 전쟁배상을 하기 방식이 전례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패전군으로 어떤 전쟁배상을 했는가?
갑자기 이 생각이 들었다. 독일은 1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돈 찍다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폭망 했고, 2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나라를 거덜 냈다. 한 치의 양보 없이 미국, 영국, 프랑스는 독일에 대해 탈곡기 돌리듯 한 것으로 기억나는데, 일본에 대한 기억이 없어서 찾아봤다.
2차 대전의 패전으로 독일은 현물배상, 이탈리아는 3억 6천만 불, 핀란드는 3억 불, 헝가리 3억 불, 루마니아 3억 불, 불가리아 7천만 불을 전쟁배상으로 지급했다. 1939년 9월 1일부터 1945년 9월 2일까지의 기간이다. 대한민국은 1910년부터 부려 36년의 기간이다.
중국과 대만은 어찌 되었던 일본에 대한 전쟁배상을 포기했다. 한국은 결론적으로 전쟁배상이 아니라 무상 3억 불, 유상 2억 불, 차관 1억 불로 정리가 되었다. 그런데 미얀마에 2억 불, 필리핀에 5.5억 불, 인도네시아 2.2억 불, 베트남에 4천만 불을 전쟁배상을 했다.
한편으로 해방과 독립이 자신의 힘으로 이루지 못한 벌일까? 미국의 관점에서는 미일안보조약과 한국을 연합해 공산주의를 막는 것이 중요하지 한국이 그리 중요하지 않거나, 내 나라가 아니라 아무렇게나 정리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 일본은 근거를 바탕으로 청구해야 지급을 한다거나, 지금 식민사관의 불판에 오를만한 망언을 이어간다. 왜냐하면 그렇게 도덕적 결함을 만들지 않기 위한 정략적 모략이란 생각을 한다. 한국전쟁으로 청구권 협정의 증거가 소실된 아픔은 엎친데 덮친 격이다. 책을 읽다가 사람이 죽고 다치는 일을 만든 죄는 중죄라 생각하고 사람이 죽는 일은 절대 기원해도 바래도 안 되는 일이지만..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고통받는 것도 세월을 넘어 받는 업보란 생각을 잠시 했다.
어째던 이승만 정권의 한일회담과 협정을 위한 노력은 시대를 반영한 만큼 정당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자유와 평등을 원하지만 그것을 감당하고 지킬 힘이 있어야 의미가 있듯, 정당한 요구를 관철한 힘이 없는 상황에서 싹수 노란 일본의 혀와 미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처지가 한없이 불쌍할 뿐이다. 이 와중에 4.19 의거가 나오고, 이승만은 쫓겨나고, 이인자인 이기붕은 아들에게 총 맞아 죽고.. 아이고
장면정권에 이르면 한일관계는 조금 느슨해진다. 당장 먹고사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것도 잠시 5.16 쿠데타로 군사정권에 이르면 한일관계 회복의 의지는 더욱 강해진다. 식민지와 전쟁으로 박살 난 한국을 살리 카드가 부족하다는 현실적 문제 때문이다. 이승만 정권에서도 지켜지던 혼은 생존과 경제란 문제로 인해 혼란해졌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동시에 탓만 하기도 어렵다. 그나마 일본의 구시대 조약을 무효화하고(그렇게 침략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노력), 전쟁배상의 개념에서 경제적 실익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 한 편으로는 비참한 우리의 실상이란 생각을 한다. 혼을 유지하고 비참한 삶을 받아들였어야 할까? 그래도 경제적으로 좀 먹고살게 되었으니 지난 간 역사와 민족의 혼에 작은 상처 따윈 잊어야 하는 것일까? 그 혼란한 문제는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침략에 대한 동아시아 국가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 보상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왜놈의 특성과 같은 비겁함과 변명이 구차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을 한다. 남극이 빨리 녹으라고 오늘부터 고사라도 지내야 할까?
일본은 한국전쟁기간에 엄청난 전쟁특수를 누렸다. 베트남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일은 미국의 정책과 의지에 따른 일본의 운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본심은 동아시아에서 청나라, 러시아와 전쟁을 일으키고 진주만을 겁 없이 폭격하던 그것이 본심에 가까웠다는 생각은 절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다. 한일 회담의 과정이 오리발과 변명일색인 이유다. 그들도 전쟁배상을 유럽처럼 했으면 일본이 망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또 시대가 미국의 입장에서 일본을 방파제처럼 써야 하는 정략적 목적이 없었다면 아마 일본은 망했을지도 모른다.
기록과 설명이 시대순으로 잘 정리되어 이해가 쉽고, 일본의 의도를 잘 이해할 수 있어서 좋다. 다만 저자의 결론은 순수히 동의하기 어렵다. 그 시대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식의 말은 비겁하다. 역사가는 사실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역사를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8억 불이 어찌 되었든 5억 불로 변한 것보다, 전쟁배상이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다 어물쩍 정리한 것은 순국선열에 대한 빚인 동시에 후세대 엄청난 낙인을 찍는 효과를 만들었다. 이것을 경제라는 돈과 바꿨다고 말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내며 팔아먹을 것이 있고, 지켜야 할 것은 분별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국가의 자존심과 민족이란 거창한 이름이 아니라 이 땅에서 살아낸 사람들에 대한 정신에 큰 상처를 주는 일이기 되었다. 노예와 같은 식민치하에 비루먹었다고, 정신마저 비루먹는 정신으로 살아가는 국가를 만들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가 성장해도 우리를 깔보는 것은 이런 일 때문이 아닐까?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뀌고, 조선사람들이 다시 대한민국을 만들었는데, 그 사람들이 양키와 왜놈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느낀다면 자괴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일 아닐까? 물론 세상은 이보다 조금씩 좋아져 왔다고 생각하지만 역사는 사람이 반복한다. 반복한다는 말은 배움이 없다는 말이다. 그 틀을 깰 때 모든 사람이 환희와 희망을 갖는다. 그런 조짐이 잠시 있었으나 다시 엄혹한 암흑기가 돌아온 듯해서 참 우울하다.
결론에 65년 한일협정 당시 일본이 세계 2대강국의 지위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말은 틀렸다. GDP기준으로 일본은 63~65년 세계 4위이고, 68년에 2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한국전쟁의 특수가 없었다면 이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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