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으로 다시 떠오르기'를 읽다 문득 도덕경과 같은 글을 보게 된다. 엄청난 시간의 간격과 지역의 간격 속에서 이런 내용을 보면 참 신기하다. 특히 서구인이 공자, 노자를 언급할 때면 자뭇 신기하다. 생각과 생각하고 있다고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도서관에서 도덕경을 찾아봤다. 그리고 읽어보지 않았던 이 책을 펴고 보게 되었다. 참 신기하게도 에크하이트로의 설명과 같은 내용과 형식을 이 책의 초반부에 보게 되니 또 신기할 뿐이다.
처음 도덕경을 볼 땐 원전이 아니라 한자성어 책 속에서 언급되는 도덕경 구절을 많이 보았다. 몇 권을 읽어봤으니 일차원적인 수준으로는 이해가 된 것도 같지만 그것이 스스로 허상을 만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스스로 채워놓은 것이 있어야 비울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무위의 개념과 도, 도를 구현하는 덕과 같은 것이 내 삶에서는 수박 겉을 핥는 정도가 될지 모르겠다. 아직은 유의와 유지(有知)의 세상 속에서 혼탁하고 어지럽게 걸어가는 중이다. 그래도 방향이 어디로 가는가는 어렴풋하게라도 아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위안을 삼기도 한다.
최근 제품 기획을 하나 하면서 사람들은 그 동작과 연결이란 물리적인 부분의 문제, 하고 싶은 것을 말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획의 내용은 보이지 않지만 그들이 하고 싶은 바를 정리하는 것에 가깝다. 개발자와 이야기를 하고 설명하는 것은 다시 그렇게 동작되는 기술적 요구사항이지만 그 안에 고객과 사용자들이 하고 싶은 바를 심어주는 일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도덕경을 읽으며 몇 주 한 일이 떠오르는데 그런 마음과 자세가 부합하는 것일까?
그런가 하면 지인이 뜬금없이 시장조사를 좀 해보라는 메시지가 왔다. 형님들이 원래 손이 많이 간다. 어쩔 수 없이 숙제를 조금 했다. 내가 하는 일에서도 말씀하신 부분과 연관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 부분이라 세세하게 파악하기가 어렵다. 오후엔 갑자기 집이 어디였더라?라는 엉뚱한 질문을 하신다. 또 얼마 지나서 집 근처에 사무실을 하나 사려고 하신다. 머릿속에 또 복잡해진다. 베풀고 그것에 남아있지 않고, 뽐내지 않으면 된다라고 했으나.. 허허 이러다가 머리끄덩이 잡으러 오는 분위기인데.. 뭔 일인지 난 알 수가 없다.
지금 하는 일도 거래처와 잘 진행되고 있다. 며칠 전에 '정예사'라고 해서 무슨 말인가 했더니 정예 협력사의 줄임말이란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누군가가 잘 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내게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벌써 작년 수준의 매출을 초과한 상태다. 이번달에 들어서며 단가를 조금 내리려고 했더니, 거래처에서 "왜 내려요?"라는 질문을 한다. 오래 영업을 했지만 이런 말을 듣기도 처음이고, 말투를 보면 이런 일에 익숙하지도 않은 담당자의 목소리다. 그러더니 며칠 뒤에 단가조정이 아니라 연간계약을 새로 갱신해 줬다. 이건 또 신기한 일이다. 가끔 팀장 녀석이 마진을 더 확보해도 되는데 왜 그러냐는 말을 할 때가 있었는데 이번에 기가 막힌 타이밍에 더 잘된 거 같다고 신이 났다. 당장 더 남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래가려면 사업관계의 균형도 중요하고, 당장의 이익보다 균형을 위한 최선의 베풂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런 일이 전체 사업의 레벨업이 되는 전조가 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그 순환 속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물질, 자본주의 속에 살며 노자가 말하는 마음의 집착을 버리고, 검소하고, 겸손하고 정직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의 구조속에 적응하며 살아가며, 노자의 생각 한 조각을 품고 살아가려고 아등바등하는 것일까? 하여튼 세상은 어지럽고, 어지럽다는 것은 정화의 시간이 또 온다는 순리를 기대하며 살아간다. 무엇보다 내 마음의 혼탁함이 세상의 혼탁함에 연결되니 스스로가 내려놓고 돌아가는 일이 중요하겠다. 글이 명료하고 다른 견해도 같이 싣어주어 읽기 좋다.
#노자 #도덕경 #김원중 #인문학 #독서 #무위 #순환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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