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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_인문_사회_정치 (冊)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내 안에 품고 나아간다 - 마흔, 다시 만날 것처럼 헤어져라

by Khori(高麗) 2023.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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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색 표지를 벗기고 야시시한 핑크빛 책이 낯설다. 작가의 이름이 어디서 들어 본 적이 있다. 생각을 더듬어 보니, 몇 해전 팟캐스트로 동양고전을 이야기하던 변호사란 생각이 떠올랐다. 내게도 동양 고전을 읽던 시절이 마흔 고개를 시작할 때라고 생각된다.

 

 책을 읽으며(아직 조금 더 읽어야 하지만) 공감이 많이 간다. 팟캐스트의 추억보다 훨씬 정제된 명료한 글을 읽으며 공감이 많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란 서로의 관계로 형성된다. 우정, 사랑, 이해관계란 기초적인 사항 속에 다양한 상황과 인간의 반응이 있다. 성인과 같이 사랑과 헌신, 공헌과 같은 이타적인 존재가 좋은 사례가 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잠시 돌아보고 반성해 보는 하나의 표본일 때가 많다.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마흔이란 하나의 전화점이다. 작년 부산에서 작은 동산에 돌라가며 2차원 적인 전환점은 방향이 바뀌는 것을 의미하지만, 3차원의 공간에서 전환점은 방향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높이도 변한다. 또 그 전환점에서 우리는 머뭇거리고 방황하며 시간을 죽이고 있다는 생각도 했다. 짬을 내서 혼자 잠시 걷는 짧은 여행 중에 든 생각이다. 그런데 이 전환점이 감사한 일인가? 그렇지 못한가는 내가 걸어오고 있는 길이 잘 알려준다. 같은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길손을 보며, 누군가는 끌어주고, 누군가는 잔소리를 하고, 또 누군가는 아이를 보살피는 모습을 보며 그냥 세상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또 도움이 되면 더 감사한 일이라고.

 

 작가는 책에서 인간의 특성도 설명하고, 자신의 경험 속에서 사소한 작은 것들이 사건이 되고, 사건은 믿는 사람들을 통해서 발생하는 다양한 인관관계를 설명해 준다. 내 경험을 통해서도 크게 공감이 간다. 2-30대 노력하고 성취를 하며 스스로의 만족과 동기부여의 긍정적인 과정이 기고만장이 되며 고립되어 가는 사람들이 있다. 소년등고란 말이 틀리지 않다. 반면에 세월을 흘려가며 둥글게 둥글게 자신을 연마해 가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보다 인의예지신과 같은 고리타분한 것들에 대한 자신의 원칙을 올바르게 갖고 가는 사람들이 고난과 어려움에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관뚜껑 덮는 것보다 어려운 마흔 고래를 지나며 일의 역량 문제도 아니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 그 관계가 만들어 내는 소용돌이를 순항시키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모든 관계와 일을 다 잘할 수도 없다. 스스로의 그릇과 역량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금 야박하지만 그 과정을 겪어야 더 잘 알게 된다는 경험효과라고 할까? 젊어서 제대로 된 개고생은 실력과 좋은 관계로 남는다. 그렇게 혹하지 않는 불혹이 익어간다고 믿는다. 50대의 지천명이란 좋은 나무가 활짝 만개해 누군가에게 그늘을 만들어 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려면 꿈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올바르고 분수에 맞는 욕망을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또 좋은 관계가 함께 멋진 숲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 농부가 가지를 솎아주는 전정을 통해 더 많은 과실이 아니라 건강한 나무와 열매를 바라는 것처럼.

 

 이런 것을 책으로 이해하고 삶에서 실행하고 오늘 본 사람과도 또 새롭게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 그 방향이 올바르다면 감사하고 감사할 일이 많은 나날이 되리라 생각한다.

 

#조우성 #마흔 #인간관계 #서삼독 #독서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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